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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슈퍼캣 바람2 결별에도 지분 유지…IP전략 재편 주목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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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 산업에서 퍼블리싱 계약 구조가 다시 재편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슈퍼캣과 넥슨이 모바일 게임 바람의나라2 개발 및 서비스 계약을 해지하면서도 지분 관계는 유지하기로 하면서, 지식재산권 중심의 독립 개발 기조와 전략적 투자 파트너십을 병행하는 새로운 협업 모델이 부각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의를 대형 퍼블리셔 중심 구조에서 개발사 자율성과 IP 주도권을 강화하는 전환점 중 하나로 보고 있어 향후 투자와 퍼블리싱 판도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슈퍼캣은 12월 23일 입장문을 통해 최근 넥슨과 바람의나라2 계약 해지 관련 주요 현안에 대해 원만히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게임 개발 및 서비스와 관련된 계약 관계를 정리하되, 넥슨이 보유한 슈퍼캣 지분에는 변동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슈퍼캣은 이번 결정을 차기작 출시를 통한 기업 가치 제고와 중장기 성장 전략에 부합하는 선택으로 규정했다.  

슈퍼캣은 이번 합의가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넥슨은 퍼블리셔로서의 역할은 접지만 투자사이자 주주로서 협력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개발과 서비스 계약을 종료하면서도 자본 관계를 유지하는 형태로, 전통적인 단일 퍼블리싱 계약 모델에서 투자와 IP 전략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협업 구조를 조정한 셈이다.  

 

슈퍼캣은 앞으로 독자적인 지식재산권 개발과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를 핵심 기조로 삼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차기작을 포함한 자체 IP를 축으로 한 포트폴리오 확대와, 독립적인 서비스 전략 수립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슈퍼캣이 기존 레트로 감성과 유저 타깃 분석 역량을 활용해 신작 라인업을 강화하고, 글로벌 서비스 채널 다변화도 모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넥슨은 그동안 바람의나라2 퍼블리싱을 맡아왔으나 올해 4월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바람의나라2 프로젝트를 총괄하던 이태성 디렉터 등 핵심 개발 인력 이탈이 주요 배경 중 하나로 거론돼 왔다. 대규모 라이브 서비스와 장기 업데이트가 필수인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장르 특성상, 리더십 교체와 팀 재편이 개발 일정과 완성도에 구조적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합의로 넥슨은 퍼블리싱 리스크를 조정하면서도 슈퍼캣 지분을 통해 장기 성장 과실을 공유하는 구조를 택했다. 대형 퍼블리셔가 개발사와의 계약을 정리한 뒤에도 투자사 지위를 유지하는 사례는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도 늘어나는 추세다. 개발사의 독립성을 보장해 IP 전략을 자율적으로 꾸리게 하되, 성장 시나리오에 연동된 지분 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포트폴리오형 투자 접근이 강화되고 있는 흐름과 맞물린다.  

 

슈퍼캣은 독립적인 성장을 원칙으로 시장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회사는 앞으로 자사 색깔을 담은 다양한 게임 경험을 유저에게 제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일 대형 IP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멀티 IP 전략과 플랫폼 다각화로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선택으로도 해석된다. 모바일 중심에서 PC, 콘솔,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으로 수요가 확장되는 환경을 감안하면 자체 IP 풀 확대가 기업가치 제고의 핵심 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게임 산업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개발사와 퍼블리셔 간 관계 재정립이 가속화되고 있다. 일부 중견 개발사는 직접 서비스를 확대하며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대형 퍼블리셔는 지분 투자와 글로벌 퍼블리싱 역량을 앞세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재조정하고 있다. 바람의나라2 계약 해지에도 불구하고 넥슨과 슈퍼캣의 주주 관계가 유지된 점은, 향후 다른 프로젝트나 신규 IP에서 양사가 협력할 여지를 남겨두는 선택으로도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국내 게임 생태계에서 IP 주도권과 투자 구조를 분리해 설계하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프로젝트 성격과 리스크에 따라 계약 구조를 유연하게 설계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향후에는 지분 투자, 공동 개발, 지역별 퍼블리싱 분리 등 다양한 조합이 표준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산업계는 바람의나라2 계약 종료 이후 슈퍼캣의 신작 출시 전략과 넥슨의 포트폴리오 재편이 실제 시장 성과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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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캣#넥슨#바람의나라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