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무혐의 가이드라인 전달했다"…상설특검, 문지석 2차 조사 본격 착수
검찰 내 수사 외압 폭로와 법무부의 상설특별검사 임명 사이 긴장이 높아진 가운데, 상설특별검사팀이 핵심 인물인 문지석 부장검사를 다시 불러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쿠팡 퇴직금 사건 불기소 과정에서 상급자의 무혐의 강요가 있었는지 여부가 정국의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14일 안권섭 상설특별검사팀에 따르면, 특검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문지석 인천지검 부천지청 부장검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 중이다. 문 부장검사의 특검 출석은 상설특검 수사 개시 이후 두 번째다.

문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9시 36분께 특검 사무실에 들어서며 취재진에 "2024년 6월 3일 인천지검 부천지청에 부임한 뒤 있었던 일을 시간 순서대로 확인하고 있다"며 "2월 21일부터 있었던 일을 조사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수사 외압 의혹이 제기된 핵심 시점을 중심으로 특검 조사에 임하고 있다고 설명한 셈이다.
문 부장검사가 지목한 2월 21일은 엄희준 당시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이 쿠팡 사건 주임검사를 따로 불러 무혐의 가이드라인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날짜다. 문 부장검사는 "엄 전 지청장이 새로 부임한 주임 검사를 따로 불러 쿠팡 사건 무혐의 가이드라인을 줬다"고 주장해 왔다. 상설특검팀은 이날 조사를 통해 당시 검사실 내 보고 및 지휘 라인, 회의 내용, 관련 문서 등을 종합해 구체적인 정황을 재구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상설특검팀은 수사를 시작한 지 5일 만인 지난 11일에도 문 부장검사를 불러 약 14시간 동안 조사했다. 특검팀은 첫 조사에서 폭로 경위와 당시 수사 진행 상황, 상급자 지휘 내용을 전반적으로 청취한 데 이어, 두 번째 조사에서 의혹이 집중된 2월 21일 전후 상황을 세밀하게 따져 묻는 것으로 보인다.
쿠팡 수사 외압 의혹은 노동 사건 처리와 대형 기업을 둘러싼 검찰 판단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놓고 정치권과 법조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은 2025년 1월 쿠팡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의 퇴직금 미지급 사건과 관련해 쿠팡 측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같은 해 4월 쿠팡에 대해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문 부장검사는 이 과정에서 상급부의 부당 지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엄희준 당시 지청장과 김동희 당시 부천지청 차장검사가 쿠팡에 무혐의 처분을 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문 부장검사는 "나와 주임 검사는 쿠팡의 취업규칙 변경이 불법이라고 판단했다"며 "그런데 김 전 차장이 사건이 무혐의가 명백하다며 회유했고, 엄 전 지청장은 올해 2월 새로 부임한 주임 검사를 따로 불러 쿠팡 사건 무혐의 가이드라인을 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사팀과 지휘부 사이 판단 차이를 넘어선 조직적 압박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문 부장검사의 국회 발언은 검찰 내 인사와 수사 독립성 문제를 둘러싼 논쟁으로 확산됐다. 야권은 대기업 사건을 둘러싼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고, 여권은 사실관계 확인이 선행돼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의혹이 커지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독립적인 조사 필요성을 언급하며 상설특검 수사를 결정했다. 정 장관은 당시 "독립적인 제3의 기관이 진상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며 검찰 직접 감찰 대신 상설특검 카드를 꺼냈다. 이에 따라 안권섭 상설특별검사가 지휘하는 특검팀이 구성돼 수사에 착수했다.
정치권에선 상설특검 가동 배경을 두고도 해석이 엇갈린다. 한쪽에선 법무부가 검찰 조직을 둘러싼 불신을 차단하기 위해 특검에 수사를 맡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쪽에선 검찰 내부의 폭로가 정국 변수로 비화하는 상황을 관리하려는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상설특검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엄희준 전 지청장과 김동희 전 차장검사 등 지휘 라인에 대한 조사 여부와 시점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검팀이 문 부장검사의 진술을 토대로 객관적 자료를 확보한 뒤, 관련 인사들을 차례로 조사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법조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편 노동계는 쿠팡 퇴직금 사건 불기소 결정의 정당성 자체를 문제 삼으며 특검 수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노동·시민단체에선 "기소 의견 송치 이후 검찰 단계에서 무혐의가 내려진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요구해 왔다. 반면 검찰 내부에선 구체적 수사 기록과 법리 검토 없이 지휘 과정을 과도하게 정치 쟁점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상설특검 수사 결과는 향후 검찰 지휘 구조와 사건 배당·평가 시스템 전반에 대한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회 일각에선 검찰의 대기업·노동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한 제도적 통제 강화 방안이 다시 거론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날 특검팀은 문 부장검사 조사를 통해 2월 21일 전후 보고 체계와 수사 판단 변경 경위를 집중 점검한 뒤, 관련 참고인과 피조사자 범위를 넓혀간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국회와 정치권은 상설특검 수사 흐름을 지켜보며 필요시 추가 청문회와 법 개정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