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700만원 들어온다”…연금복권 720, 숫자에 담긴 요즘의 작은 희망
요즘 목요일 저녁마다 TV 앞에서 연금복권 추첨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한 번에 큰돈을 노리는 로또가 대표적이었지만, 지금은 매달 고정 수입을 꿈꾸는 연금형 복권이 많은 이들의 일상이 됐다.
12월 4일 추첨된 연금복권 720 292회에서 1등 행운은 4조 9 7 1 6 3 0번을 가진 단 한 사람에게 돌아갔다. 이 당첨자는 매달 700만원씩 20년간 연금처럼 돈을 받는다. 세금 22%를 제하고 실제로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월 546만원이다. 직장을 당장 그만두기에는 모자랄 수 있지만, 생활의 무게를 확실히 덜어줄 만큼은 되는 금액이다.
2등은 1등 번호와 조만 다르고 6자리 숫자가 같은 각조 9 7 1 6 3 0번이다. 5명이 당첨됐고, 이들은 월 100만원씩 10년간 받는다. 세금이 빠지면 실수령액은 월 78만원이다. 보너스 번호 각조 1 4 0 6 9 3번에 걸린 10명도 2등과 같은 조건으로 월 78만원씩 10년간 연금형 당첨금을 받게 된다. 생활비 일부를 덜어주는 ‘부수입’ 성격이라, 당첨자들의 체감은 생각보다 크다.
일시 지급 당첨금에 대한 관심도 여전하다. 3등은 1등 당첨번호 기준 뒷 5자리 7 1 6 3 0번으로 52명이 당첨됐고, 각 100만원을 받는다. 4등은 뒷 4자리 1 6 3 0번으로 657명, 당첨금은 10만원이다. 5등은 6 3 0번으로 5,910명이 5만원을 받는다. 더 아래 구간으로 내려가면 생활 속 ‘티머니’ 같은 소액 당첨이 이어진다. 6등은 3 0번으로 5,000원, 7등은 끝자리 0번으로 1,000원을 받는다. 출근길 편의점 커피값, 점심값 한 번을 대신해 주는 정도지만, 당첨자들은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이런 기대감은 숫자遊를 부르는 쪽으로도 이어진다. 연금복권 720의 1등 번호를 기준으로 어떤 숫자가 자주 나왔는지 찾아보는 ‘당첨번호 통계놀이다. 조 단위에서는 4가 67회로 가장 많이 등장했고, 1이 63회, 5가 57회, 3이 56회, 2가 49회로 뒤를 이었다. 십만 단위에서는 4가 37회, 8이 36회, 1이 33회, 5가 32회, 9가 31회 등장했다. 0과 2, 7, 3, 6도 순서대로 20회대에 걸쳐 골고루 나온 편이다.
만 단위로 내려가면 4가 39회로 가장 많았고, 3이 37회, 7이 34회를 기록했다. 1은 32회, 0은 31회로 뒤를 이어 비교적 고르게 분포했다. 천 단위에서는 9가 34회, 7이 32회, 2와 6이 각각 31회 등장했다. 5와 8도 30회로 비슷하게 자주 뽑혔다. 백 단위에서는 0, 2, 3이 모두 34회로 공동 1위를 기록했고, 1과 5가 31회, 6이 28회 나왔다. 십 단위는 5가 35회로 가장 많았고, 3과 7이 34회, 8이 32회였다. 일 단위에서는 6이 37회로 가장 자주 등장했고, 8이 36회, 3과 7이 각각 33회씩 당첨번호에 얼굴을 비췄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연금복권 720의 1등 당첨 확률은 1/5,000,000 수준이다. 로또 6/45의 1등 당첨 확률이 1/8,145,060인 것과 비교하면 연금복권 쪽이 약 1.6배 정도 높다. 거액 한 방보다는 ‘조금 더 나은 가능성’과 ‘오래 가는 수입’을 바라보는 흐름이 라이프스타일 속 선택으로 번지는 셈이다.
심리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불확실한 시대가 만든 작은 안전망 찾기”라고 표현한다. 예측하기 힘든 경기, 늘어만 가는 고정비 속에서 사람들은 복권을 한 번의 역전 카드가 아니라, 미래를 상상해보는 상징적인 티켓으로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상담가는 “한 달에 50만원, 70만원이라도 꾸준히 들어온다는 상상 자체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된다”고 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월 546만원이면 대출 이자 걱정은 좀 줄겠다”, “월 78만원이면 우리 집 관리비는 해결된다”, “커피값 정도라도 당첨되면 하루 기분이 다르다” 같은 말들이 이어진다. 누군가는 ‘현실적인 계산’을 하고, 누군가는 ‘순간의 기분 전환’을 찾는다. 같은 숫자를 보면서도 각자의 사정에 따라 떠올리는 장면이 조금씩 다른 셈이다.
현실적인 정보도 챙길 필요가 있다. 당첨금 지급 기한은 개시일로부터 1년이다. 그만큼 바쁘게 살다가 무심코 기간을 넘기면, 그 돈은 복권기금으로 돌아간다. 5만원 이하는 일반 복권판매점에서, 5만원을 넘는 당첨금은 농협은행 전국 지점에서 받을 수 있다. 연금식 당첨금은 동행복권에서 당첨 여부를 확인한 뒤 지급 절차가 시작된다. 등수별로 당첨이 겹쳤다면, 중복된 당첨금을 모두 수령할 수 있다는 점도 많은 이들이 눈여겨보는 부분이다.
연금복권 720플러스는 가까운 인쇄복권 판매점에서 종이 복권으로 살 수 있고, 동행복권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으로 당회차 구매나 예약 구매도 가능하다. 목요일 저녁 7시 5분 생방송 추첨 시간에 맞춰 당첨번호를 직접 확인하는 것도 하나의 주간 루틴이 됐다. 누군가에게는 그 시간이 긴 하루를 마무리하는 작은 의식처럼 느껴진다.
한 장의 복권이 생활을 바꿔줄 확률은 여전히 낮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숫자를 고르고, 통계를 살펴보고, 목요일 저녁 추첨을 지켜보며 잠시 다른 인생을 상상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런 상상 속에서 조금씩 가벼워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