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2만 원 선 공방전 계속…한미반도체, 곽동신 62억 자사주 매수에도 공매도 압박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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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반도체 주가가 경영진의 대규모 자사주 매수와 공매도 세력의 매도 공세가 맞붙으며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다. 11일 오후 2시 24분 기준 한미반도체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0.50퍼센트 내린 12만 500원에 거래 중이다. 곽동신 부회장의 62억 원 규모 자사주 추가 취득 계획과 HBM 필수 장비인 TC본더의 세계일류상품 선정 등 펀더멘털 호재가 이어지고 있지만, 외국인 매도와 공매도 물량이 주가 상단을 누르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회사의 기술 경쟁력과 가파른 실적 성장세가 수급 불균형을 상쇄해 추세적 반등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최근 한미반도체 주가는 지난달 26일 기록한 12만 8,500원 고점을 정점으로 단기 조정에 들어가 12만 원 안팎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박스권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달 4일에는 장중 11만 6,100원까지 밀리며 변동성이 커졌으나, 이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현재 주가는 20일 이동평균선 부근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고, 12만 원 선이 단기 추세를 가를 핵심 지지선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분석] 곽동신 회장의 62억 승부수… 한미반도체, 공매도 공세 뚫고 반등할까(제공:AI제작)
[분석] 곽동신 회장의 62억 승부수… 한미반도체, 공매도 공세 뚫고 반등할까(제공:AI제작)

주가를 둘러싼 핵심 변수는 경영진의 주가 방어와 수급 불안의 충돌이다. 곽동신 부회장은 장내 자사주 매입을 이어가며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냈고, 이 과정이 주가 하방을 지지하는 역할을 했다. 반면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가 부각되는 가운데 특정 증권사 창구를 중심으로 한 대량 매도가 반복되면서 상승 탄력이 약해지고 있다.

 

수급 측면에서 외국인 이탈이 두드러진다. 지난 11월 26일 7.5퍼센트 수준이던 외국인 지분율은 12월 10일 기준 6.8퍼센트로 낮아졌다. 특히 12월 4일 외국인 투자자는 약 50만 주를 순매도하며 당시 주가 급락을 주도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이 물량을 상당 부분 받아내며 손바뀜이 이뤄지고 있으나, 주가를 끌어올릴 만큼의 기관 매수세가 부족해 수급 공백이 체감되는 구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한미반도체는 동종 업계 대비 프리미엄을 유지하고 있다. 한미반도체의 시가총액은 약 11조 4,851억 원으로 코스피 시장에서 56위 수준이다. 2024년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은 52배 안팎으로, 업계 평균 16배를 크게 웃돈다. HBM 패키징 관련 독보적 기술력과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지만, 조정 국면에서는 높은 밸류에이션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실적은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2023년 1,590억 원이었던 매출액은 2024년 5,589억 원으로 크게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346억 원에서 2,554억 원으로 급증했다. 2025년 전망치로는 매출 6,297억 원, 영업이익 3,004억 원이 제시돼 있어 실적 퀀텀점프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시장에서는 이익 체력 확대가 지속될 경우 2026년에는 현재의 높은 PER이 약 28배 수준으로 낮아지며 중장기 투자 매력도가 유지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주가 흐름의 배경에는 제품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고객사와의 관계 개선이 자리한다. 한미반도체의 핵심 장비인 TC본더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정하는 세계일류상품에 이름을 올리며 기술 우위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마이크론으로부터 탑 서플라이어 상을 수상한 데 이어, SK하이닉스와 신규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한 점도 긍정적이다. 그동안 시장 일각에서 제기됐던 SK하이닉스와의 관계 악화 우려를 일정 부분 해소하며, 멀티 벤더 체제에서도 동사의 경쟁력이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평가된다.

 

다만 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부동산 투자 확대는 일부 투자자의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 회사는 최근 서울 강남과 한남동 일대 부동산을 연달아 매입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풍부한 현금 유동성의 활용 차원으로 보면서도, 연구개발 투자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함께 제기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비영업 이슈보다 AI 반도체 시장 성장 속도와 HBM 수요 추이가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을 내놓고 있다.

 

테마 측면에서 한미반도체는 AI 반도체와 HBM 관련주의 대표주로 꼽힌다. 최근 공매도 거래대금 상위 종목에 지속적으로 이름을 올린 것은 해당 섹터의 단기 과열 논란과 차익 실현 수요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공매도 잔고가 일정 수준까지 쌓인 만큼, 향후 주가 흐름은 숏커버링 유입 시점과 규모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 시장에서는 단기 보수적 접근과 중장기 분할 매수 전략을 병행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 주가는 11만 6,000원대에서 단기 바닥을 확인한 뒤 반등을 시도하는 구간으로 평가된다. 이 가격대가 유지될 경우 조정 시 분할 매수 기회로 삼을 수 있지만, 지난달 고점 부근인 12만 8,000원대 매물대를 돌파하려면 외국인 수급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에게 단기 테마 중심 매매보다 공매도 잔고 추이와 내년 실적 가시성을 면밀히 점검하며 대응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향후 미국 통화정책과 글로벌 메모리 투자 사이클이 한미반도체 주가 방향성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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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반도체#곽동신#tc본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