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불꽃에 도전”…기성용, 포항 이적 선언→은퇴 각오에 뭉클함
포항의 등번호 40번 유니폼 앞에 선 기성용의 표정은 누구보다 단단했다. 새 팀을 향한 적응의 설렘과 선수 생활 마지막이라는 결연한 다짐이 클래식하게 맞물린 순간, 팬들의 시선과 감정도 함께 뭉클하게 움직였다. 열아홉 해 동안 FC서울의 중심으로 뛴 그의 이적은 단순한 팀 이동을 넘어, 스스로 서사의 마지막 장을 써 내려간다는 선언이었다.
7월 4일 포항 송라클럽하우스에서 열린 입단 행사에서 기성용은 “포항에서 오래된 듯한 강한 소속감을 느낀다”고 운을 뗐다. 이적의 배경에는 서울에서의 기회 감소, 그리고 부상과 성찰이 자리했다. 그는 “가족에게도 올해가 마지막이 될 테니 자주 오라고 이야기했다”고 밝혔고, 특히 딸이 뛰는 아빠를 꼭 보고 싶어 했다는 가족의 바람도 솔직하게 전했다. 유니폼 완판과 팝업스토어 행렬 등 기성용이 포항에 입단한 직후 구단과 지역, 팬덤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700벌이 한순간에 동나며, 소속팀의 열기를 고스란히 증명해냈다.

19년간 한 팀의 전설로 불린 그였기에, 이 이적과 마지막 시즌은 그 자체로 K리그의 큰 화제가 됐다. 기성용은 “내가 아닌 팬에게 우승컵을 선물하고 싶었다. 이제 포항에서 후회 없는 마지막을 남기겠다”며 진심을 내비쳤다. 포항에는 오랜 대표팀 동료들과 박태하 감독, 청소년대표 시절 인연이 깊은 코치진까지 있어 언뜻 낯설면서도 동시에 따뜻한 적응기가 이어졌다. “팀 분위기와 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중”이라며 남은 시간을 후배들에게 온전히 나누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허벅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한 뒤, 그는 “경기력이 다시 올라왔다. 경기 감각만 다시 찾으면 남은 시즌 제대로 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곧 다가올 전북전과 서울 원정 등 주요 경기마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기성용에게 팬들은 새로운 기대를 더하고 있다. 포항 팬에게는 열정과 헌신, 서울 팬에게는 오랜 세월 함께한 감사와 미안함이 교차했다.
기성용의 행보는 단순한 이적을 넘어, K리그와 한국 축구에 남긴 한 인물의 마지막 서사다. 선수로서 마지막 무대를 준비하는 그의 다짐,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축구팬들의 마음이 조용하지만 강하게 울림을 전한다.
그라운드 위에서 마주할 후반부의 작은 기적을 꿈꾸는 이들의 기도, 그 한가운데 기성용의 마지막 이야기가 새롭게 쓰이고 있다. K리그를 대표했던 한 인물의 마지막 챕터는 방송과 현장, 그리고 팬들의 응원 안에서 조용한 감동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