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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인생샷이 부른 추락 위험…관광지 안전 기술에 경고음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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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과 SNS 중심의 관광 문화가 물리적 안전을 위협하는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이집트 해안 절벽에서 인생샷을 남기려던 중국인 관광객이 거센 파도에 휩쓸릴 뻔한 사고가 알려지면서, 디지털 기기 사용과 관광객 행동 패턴을 결합해 관리하는 스마트 안전 기술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군중 관리 AI, 위험 구역 감지 센서, 웨어러블 안전 장비 등 IT 융합 솔루션이 앞으로 관광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이집트 메르사 마트루 지역의 관광지 마트루 아이에서는 해안 절벽 틈에서 사진을 찍던 중국 여성 관광객이 갑작스러운 파도에 떠밀려 바위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관광객이 절벽 사이 좁은 틈에 서서 스마트폰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는 순간, 강한 파도가 절벽 틈을 관통하며 여성의 몸을 밀어내는 장면이 영상으로 포착됐다. 현장에는 안전 로프가 설치돼 있었고, 여성은 이를 붙잡고 가까스로 해안으로 돌아와 목숨을 건졌다.

해당 관광지는 독특한 지형과 해수 흐름 탓에 파도가 순간적으로 분출되는 특성이 있어, 물리 환경 측면에서는 고위험 구역에 가깝다. 그러나 SNS에 자주 노출되면서 관광객이 절벽 가장자리까지 접근해 사진을 촬영하는 행동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정 각도에서 찍혔던 사진과 영상이 플랫폼 알고리즘을 타고 확산되면서, 실제 위험도를 체감하지 못한 채 같은 포즈와 위치를 모방하는 디지털 군중 행동이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사한 사고는 러시아에서도 보고됐다. 한 여성은 약 90미터 높이 플랫폼에서 번지점프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남기려다 추락해 숨졌다. 단순 추락사고가 아니라, 체험형 관광 콘텐츠와 스마트폰 촬영 행위가 결합되면서 위험 노출 시간이 늘어나고, 안전 장비 해제 시점과 동선이 꼬이는 구조적 문제가 노출된 사례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특정 고도·각도·시간대에서 사진 촬영 수요가 폭증하는 만큼,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디지털 기반 제어 체계가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이번 사건들은 기존 안내 표지판 중심의 아날로그 안전 관리 체계로는 SNS 촬영 행태를 제어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최근 일부 선진국 관광지에서는 CCTV와 AI 영상 분석 기술을 결합해, 안전선 이탈·난간 월담·절벽 가장자리 접근 등 비정상 행동 패턴을 실시간 감지하는 시범 서비스가 도입되고 있다. 군중 밀집도, 사람의 위치·자세 변화를 분석해 위험 행동이 감지되면 경고 방송을 내보내거나, 안전 요원에게 알림을 보내는 방식이다.

 

센서와 통신 기술을 활용한 지능형 안전 설비도 관광업계의 주요 과제로 떠오른 상태다. 예를 들어 파도 높이와 주기, 해류 방향을 실시간 측정해 특정 임계값 이상일 경우 촬영 구역 출입을 자동 차단하는 시스템, 안전 로프나 난간에 장력 센서를 부착해 과도하게 몸을 기댈 때 경고음을 내는 장치 등이 대표적이다.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해 사용자가 금지 구역에 진입하면 진동이나 알림을 보내는 서비스도 연구 중이다.

 

반면 법과 제도 측면에서는 관련 규제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대부분 국가의 관광 관련 법령은 시설물 안전 기준과 인력 배치 의무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스마트폰 촬영 행태나 SNS 확산에 따른 행동 패턴 변화는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데이터 보호 이슈도 걸림돌이다. AI 영상 분석을 위해 얼굴과 위치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 만큼, 개인정보 보호 규제와의 충돌을 최소화하는 비식별화 기술과 합법적 데이터 활용 근거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일부 국가에서는 관광 수요가 높은 명소를 중심으로 지능형 관광 안전 규제 샌드박스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제한 구역에서의 영상 촬영 제한, 위험 각도에서의 촬영 예약제, 군중 밀집도에 따른 탄력적 출입 통제 등 새로운 규제 모델을 시험하기 위해서는, 센서·AI·클라우드 기반 관리 시스템을 전제로 한 법제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관광지에서의 무리한 촬영 행위로 인한 부상과 사망 사고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의 주의만으로는 구조적 위험을 줄이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한 안전 공학 연구자는 인생샷 문화와 SNS 알고리즘이 결합한 이상, 위험 행동 자체를 줄이는 방향의 디지털 개입이 필요하다며, 향후 관광 산업 경쟁력의 핵심은 얼마나 안전을 기술화해 제공하느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산업계는 스마트폰 시대의 관광 안전 기술이 실제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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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인생샷#관광지안전#ai모니터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