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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맞춤형 AI에이전트"…롯데이노베이트, 웹플랫폼 공개로 시장 공략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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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을 개별 기업 업무 흐름에 맞춰 묶어 제공하는 맞춤형 AI 에이전트 플랫폼 경쟁이 국내에서도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기업 전용으로 기획된 AI 서비스가 문서 작성과 회의록 정리, 이미지와 음성 생성까지 한 번에 처리하도록 설계되면서 사무직 노동 구조 전반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이번 웹사이트 공개를 국내 AI 업무 도구 시장이 B2B 구독형 모델로 재편되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롯데이노베이트는 비즈니스 맞춤형 인공지능 에이전트 플랫폼 아이멤버의 공식 웹사이트를 17일 공개하고 기업 고객 대상 서비스를 본격화했다. 회사는 간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기업이 별도 영업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온라인에서 손쉽게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사용자 관리 기능도 고도화해, 한 기업 계정 아래 여러 명의 직원 계정을 묶어 권한과 사용량을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한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아이멤버 웹사이트의 사용자 환경과 사용자 경험은 비기술 인력도 쉽게 접근하도록 직관성을 강조한 구성이 특징이다. 복잡한 기술 용어보다 업무 기능 중심의 메뉴 체계를 적용해 챗봇, 회의록, 보고서, 이미지와 음성 생성, 문서 점검 등 실제 사무 환경에서 자주 쓰이는 기능을 전면에 배치했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이를 통해 AI 도입 과정에서 발생하던 내부 교육 비용과 초기 학습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 구현 측면에서 아이멤버 플랫폼은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연동과 온프레미스 구축형 방식을 모두 지원한다.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는 기업이 기존 그룹웨어나 업무 포털, 사내용 메신저에 아이멤버 기능을 직접 연결해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 연동 규격을 뜻한다. 온프레미스 구축형은 기업 내부 서버 또는 데이터센터에 시스템을 직접 설치해 운영하는 방식으로, 금융사나 공공기관처럼 보안 규제가 높은 조직을 겨냥한 선택지로 해석된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이 같은 이중 구성을 통해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에 보안 우려를 가진 기업까지 포괄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아이멤버에는 현재 6종의 AI 에이전트 서비스가 탑재됐다. AI 비서는 대화형 챗봇 형태로 사내 규정과 업무 매뉴얼, 프로젝트 자료 등 기업 내부 정보를 학습해 질의응답과 간단한 업무 지시 처리를 돕는 기능을 수행한다. AI 회의록은 회의 음성을 자동으로 텍스트로 변환한 뒤 요약과 발언자 구분, 액션 아이템 추출 등을 지원해 회의 준비와 후속 정리 시간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AI 보고서는 사내 문서 포맷에 맞춰 보고서 초안을 생성하고 내용 구조를 잡아주는 서비스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여기에 이달 중 프레젠테이션 파일을 자동 작성하는 PPT 메이커를 추가할 계획이다. PPT 메이커는 보고서나 기획안 내용을 바탕으로 슬라이드 구조와 핵심 문구를 만들어주는 기능을 제공해, 반복적인 형식 작업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전 스튜디오는 이미지 생성과 편집 기능을 제공한다. 마케팅 시안, 내부 교육 자료, 제품 콘셉트 시각화 등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텍스트를 입력하면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기능과, 기존 사진의 일부 요소를 수정하는 기능을 통합했다. 보이스 메이커는 음성 생성과 합성 기능을 지원해, 기업 홍보 영상이나 교육 콘텐츠, 사내 방송 등에 사용할 나레이션 음성을 자동으로 제작하도록 돕는다. 체크메이트는 문서 점검과 검토에 특화된 서비스로 맞춤법과 문장 흐름 점검뿐 아니라, 사내 정책 위반 표현이나 민감 정보 포함 여부를 탐지해주는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시장 측면에서 아이멤버는 일상적인 사무 작업의 자동화를 겨냥한 B2B 생성형 AI 패키지로 평가된다. 문서 작성과 회의록 정리, 프레젠테이션 제작, 이미지와 음성 콘텐츠 생성까지 단일 플랫폼 안에서 처리할 수 있어, 부서별로 개별 도구를 도입하던 기존 방식보다 관리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 사용자는 웹사이트 기반 인터페이스로 접속해 각 기능을 선택해 쓰는 구조이기 때문에,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부담도 줄어든다.  

 

기업 고객 입장에서는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연동을 통해 사내 인사 시스템, 고객관계관리 시스템, 전자결재 시스템과 아이멤버를 이어 붙일 경우 실제 업무 프로세스 안에 AI를 자연스럽게 녹여 넣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영업 부서는 고객 회의 녹취를 자동으로 구조화하고 후속 제안서 초안을 만드는 데 AI 회의록과 AI 보고서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고, 인사 부서는 교육 콘텐츠 제작에 비전 스튜디오와 보이스 메이커를 결합해 활용하는 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생성형 AI를 업무 도구로 통합한 서비스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와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이메일, 문서, 스프레드시트, 프레젠테이션 도구에 생성형 AI 기능을 기본 탑재하고 있으며, 회의 음성 자동 기록과 요약, 코드 작성 보조, 고객 응대 챗봇 등 기능이 빠르게 상용화됐다. 국내에서도 대형 통신사와 IT 기업들이 사내 전용 생성형 AI를 도입하고 B2B 고객 대상으로 확장하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롯데이노베이트의 아이멤버 출시는 그룹 계열사의 디지털 전환 경험을 토대로 외부 시장까지 겨냥한 행보로 해석된다.  

 

규제와 보안 측면에서 기업용 AI 플랫폼은 개인정보 보호와 내부 기밀 유출 방지 체계 구축이 관건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산업기술 보호 관련 법령이 동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서비스 제공사는 데이터 저장 위치, 암호화 수준, 접근 권한 통제 등 기술적 보호 조치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온프레미스 방식 지원은 이런 규제 환경에서 기업이 데이터 통제권을 유지하면서 생성형 AI를 도입할 수 있는 선택지로 기능할 수 있다.  

 

신규 가입 기업이 72시간 동안 아이멤버 플랫폼을 무료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한 전략은, 초기 도입을 망설이는 수요를 끌어들이는 장치로도 해석된다. 실제 업무 데이터와 흐름을 기반으로 시범 사용을 해본 뒤 정식 도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 내부 검증과 보안 점검 절차를 중시하는 기업일수록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롯데이노베이트가 이번 체험 구간에서 수집한 사용 패턴과 요구사항을 바탕으로 에이전트 기능을 지속적으로 튜닝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국내 디지털 전환 시장에서는 향후 기업별 업무 특성에 맞춘 도메인 특화 AI 에이전트가 경쟁의 핵심 축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 물류, 금융, 리테일 등 각 산업군별로 회계와 재무, 고객 응대, 설비 유지보수 등 역할을 세분화한 에이전트가 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이번 아이멤버 출시가 실제 기업 현장에서 어느 정도 생산성 향상을 입증할지, 그리고 B2B 구독형 AI 서비스 모델이 국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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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이노베이트#아이멤버#ai에이전트플랫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