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도 못 막는 SNS 랩”…영국, 디지털 교정 보안 경고음
디지털 플랫폼이 교정 시스템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영국에서 2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갱단원이 교도소 내부에서 불법 휴대전화를 이용해 총격을 암시하는 랩 영상을 촬영하고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교정시설 디지털 보안 체계 전반에 대한 재점검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소셜미디어 확산 구조와 알고리즘 추천이 폭력 미화 콘텐츠를 빠르게 증폭시키는 가운데, 교정당국의 기기 탐지와 계정 차단 중심 대응이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매체 보도에 따르면 글록아몰리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30세 수감자 리처드 버넷은 틱톡에 교도소 내부에서 촬영한 랩 영상을 여러 편 올렸다가 적발됐다. 버넷은 2022년 노팅엄 지역에서 발생한 두 갱단 간 총격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인 인물로, 교정시설 내 불법 촬영과 통신은 영국 교도소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다. 문제의 영상 가운데 일부는 공개 직후 조회 수 30만 회를 넘기며 빠르게 확산됐다.

촬영된 영상에는 버넷이 다른 수감자 3명과 함께 등장해 유선전화 모형을 들고 포즈를 취하거나, 카메라를 향해 욕설과 모욕적인 제스처를 하는 장면이 포함됐다. 음악과 가사 내용도 폭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한 영상에서는 신디 로퍼의 곡을 배경으로 특정 시간대의 범행을 연상시키는 랩을 선보였고, 또 다른 영상에서는 흉기 공격을 뜻하는 갱단 은어로 중상해 혐의로 수감된 지인의 상황을 묘사했다. 루서 밴드로스의 곡을 활용한 영상에는 방 안에 있는 사람은 누구든 쏘겠다는 표현이 담기는 등 총기 사용을 암시하는 내용이 반복됐다.
버넷은 이미 지난해 스포티파이에 앨범을 공개한 바 있으며, 수록곡 가운데 일부는 경쟁 갱단을 겨냥한 위협성 표현으로 해석되고 있다. 전통적인 음원 플랫폼과 숏폼 동영상 플랫폼을 병행 활용하는 디지털 갱 마케팅에 수감자가 직접 가담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알고리즘 기반 추천 시스템이 폭력성과 자극성이 강한 콘텐츠의 노출을 키우는 구조를 갖고 있어, 교정시설 내에서 유출된 디지털 콘텐츠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고 본다.
영국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교정 디지털 보안의 근본적 실패를 지적하고 있다. 로버트 젠릭 영국 그림자 법무장관은 교도소 보안을 조롱하는 행위이자 피해자들에게 모욕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하며 명백한 보안 실패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폭력 범죄로 수감된 인물이 교도소 안에서 갱단 활동을 사실상 홍보하고, 이를 통해 온라인 팔로어를 늘리는 상황은 교정의 목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지적이다.
영국 법무부는 문제가 된 영상과 게시물을 즉시 삭제했다고 밝히며 유출 경로 조사에 착수했다. 동시에 불법 물품 반입 차단을 위해 보안 강화 조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교정당국은 금속 탐지, 신호 탐지, 감시 카메라 고도화 등 물리·전자적 보안 수단을 병행해 왔지만, 소형화되고 위장된 휴대전화와 스마트기기 유입을 원천 차단하는 데 한계를 겪고 있다.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 교도소에서 적발된 불법 휴대전화는 1만 대 이상으로 집계됐다. 지난 10년간 수감자와 연관된 소셜미디어 계정 3546개를 폐쇄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 운영 계정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업계와 시민단체는 추정한다. 계정 신고와 사후 차단 중심 대응 구조로는 플랫폼 개설과 삭제가 반복되는 상황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디지털 교정 관리 체계의 전환점을 예고하는 신호로 보인다고 말한다. 단순히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수준을 넘어, 교정시설 출입 데이터와 통신 패턴을 분석하는 AI 기반 모니터링, 특정 키워드와 음성 패턴을 감지하는 콘텐츠 분석 기술, 플랫폼 사업자와의 실시간 연동을 통한 계정 신원 검증 등 복합적 디지털 거버넌스가 요구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동시에 수감자의 표현의 자유와 재사회화 프로그램에 디지털 미디어를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방안 사이에서 윤리적 논의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교정 디지털 보안 경쟁은 이미 시작된 상태다.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는 교정시설 내 통신 기록과 위치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을 도입하고, 소셜미디어 기업과 전담 협력 채널을 구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데이터 보호와 인권 침해 우려가 뒤따르는 만큼, 각국은 법적 근거와 감독 기구를 정비하는 과정에 있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와 정책 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정시설을 디지털 치안 사각지대로 둘 것인지, 아니면 고위험 데이터 환경으로 인식하고 별도의 규제·기술 프레임을 마련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산업계에서는 교정용 특수 단말기, 통신 제어 시스템, AI 기반 이상징후 탐지 솔루션 등 새로운 보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동시에 교정시설 내부의 사회·경제 불균형과 범죄 조직 구조를 건드리지 못하면, 어떤 첨단 기술도 폭력 콘텐츠의 재생산을 막기 어렵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결국 디지털 플랫폼 시대 교정정책은 단순한 보안 강화나 계정 삭제를 넘어, 기술과 윤리, 산업과 제도 간 균형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교정 보안 기술이 실제 교도소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