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 총구 겨누면 안 된다"…장동혁, 계엄 사과 요구에 기조 유지 시사
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싼 책임 공방과 함께 국민의힘 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계엄 사태에 대한 사과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선을 그어야 한다는 당내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장동혁 대표가 기조 변경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9일 당 공식 유튜브 채널 국민의힘TV 강연에서 비상계엄 사태 관련 사과 요구에 대해 "우리끼리 총구를 겨눠선 안 된다"고 말했다. 강연 주제는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우리의 역할이었다.

장 대표는 "지금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이재명 독재정권"이라고 규정하며 "이재명 정권에 맞서기 위해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우리 스스로 편을 갈라 서로를 공격하고 있진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 모두 하나가 돼야 한다"며 "서로 생각이 다를 순 있어도 결국 우리는 함께 싸워야 살 수 있는 운명공동체"라고 강조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전략과 관련해서도 장 대표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우리가 정말로 내란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면 민생·외교·안보의 운동장으로 저들을 불러들여서 치밀하게 정책 대결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의 운동장으로 저들을 불러들여 우리 계획대로 싸워야 한다. 그래야만 승리할 수 있다"며 "지금 우리 당 모습은 어떤가. 저들이 원하는 운동장으로 들어가서 지는 싸움만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민생 파탄, 외교 실패, 안보 붕괴의 실상이 드러나는 것을 저들은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그곳이 바로 우리의 운동장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발언이 최근 당내에서 제기된 계엄 사태 사과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요구를 겨냥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초선과 재선 의원들에 이어 이른바 원조 친윤으로 불려온 윤한홍 의원, 당 중진인 주호영 국회 부의장까지 잇따라 장 대표를 비판하며 지도부 기조 변화를 요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그러나 당내 기류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누차 밝히고 있다. 그는 지난 6일에도 "저는 저만의 타임 스케줄과 저만의 계획을 가지고 제가 생각했던 것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고 가고 있다"고 말해, 향후에도 기존 노선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당내 인사들의 사과 및 기조 전환 요구와 장 대표의 강경한 대응이 맞물리면서, 국민의힘은 2025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략 노선을 둘러싼 내홍이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은 비상계엄 사태 책임 공방과 대선 정국을 관통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겹치며,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향후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 등을 통해 비상계엄 사태 대응과 선거 전략을 협의할 방침이다. 그러나 내부 비판과 지도부의 반발이 평행선을 달리는 만큼, 당내 토론 과정에서 또 한 차례 거센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