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 플랫폼 ZEM”…SK텔레콤, 데이터·멤버십 묶어 가족 락인 전략
키즈 디지털 케어 플랫폼이 통신사의 핵심 락인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자사 키즈 서비스 브랜드 ZEM을 중심으로 어린이 공연·전시, 테마파크, 푸드 커머스를 한데 묶은 겨울방학 프로모션을 내놓으면서다. 통신 본업에 그치지 않고, 가정 단위의 장기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생활 구독형 플랫폼 경쟁이 IT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흐름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ZEM이 축적하는 키즈 이용 데이터가 향후 맞춤형 콘텐츠·보험·헬스케어 서비스로까지 확장될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SK텔레콤은 15일 키즈 서비스 브랜드 ZEM 카카오톡 채널을 친구로 추가한 고객을 대상으로 인기 어린이 공연과 전시를 최대 60퍼센트까지 할인하는 겨울방학 이벤트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카카오톡 기반 채널과 통신사 보유 앱을 연동해 가입 절차를 낮추고, 티켓 예매 플랫폼 NOL 티켓과의 제휴로 실제 소비 전환까지 한 번에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이벤트 기간은 12월 15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다.

ZEM은 만 12세 이하 어린이와 부모를 대상으로 한 SK텔레콤의 전용 키즈 브랜드다. 어린이 전용 스마트폰과 요금제, 부모용 관리 기능이 결합된 앱을 통해 아이의 디지털 사용을 통합 관리하는 구조다. 단순 콘텐츠 제공이 아니라 통신망·단말·앱을 수직 통합한 형태라, 장기 계약과 가족 결합 요금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ZEM 앱에는 아이 실시간 위치 확인, 스마트폰 및 개별 앱 이용 시간 관리, 유해 콘텐츠 차단, 앱 마켓 결제 차단과 같은 보호자 통제 기능이 포함돼 있다. 동시에 어린이과학동아, 부모수업 등 교육·교양 콘텐츠를 함께 제공해 관리와 학습을 결합한 디지털 케어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누적 다운로드가 640만 건을 넘어선 것은 통신사 부가서비스 수준을 넘어, 국내 키즈 디지털 케어 시장의 사실상 표준 플랫폼 중 하나로 올라섰다는 의미다.
이번 이벤트에서 SK텔레콤은 ZEM 카카오톡 채널을 서비스 허브로 활용했다. 고객이 채널을 친구 추가하면, 채널 내에서 할인 쿠폰을 내려받고 NOL 티켓을 통해 6종의 공연·전시를 할인 예매할 수 있게 했다. 동시에 채널 안 챗봇으로 요금제·서비스 문의와 불편 사항을 바로 접수하고, 신규 이벤트와 혜택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리는 구조다. 통신사 콜센터에 집중되던 고객 접점이 메신저 기반 대화 인터페이스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할인 대상은 뮤지컬 4종과 전시 2종이다. 공연에는 100층짜리 집, 호두까기인형, 조선 마법사관 진준, 사랑의 하츄핑 경기 광주·수원 앙코르 등이 포함되며, 최소 45퍼센트에서 최대 60퍼센트까지 요금이 낮아진다. 전시 부문에서는 알폰스 무하 빛과 꿈, 내맘쏙 모두의 천자문 전이 30퍼센트에서 40퍼센트 수준으로 할인된다. 콘텐츠 구성이 학령전기와 초등 저학년 중심으로 짜여 있어 Z세대·알파세대 자녀를 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부모층을 정조준한 조합으로 평가된다.
ZEM 이벤트와 동시에 SK텔레콤은 T멤버십을 활용한 오프라인 나들이 혜택도 강화했다. 12월 25일까지 T멤버십 회원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 어드벤처 종합이용권을 본인 최대 50퍼센트, 동반 3인까지 최대 30퍼센트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이월드 대구 달서구 자유이용권 역시 12월 31일까지 동일한 수준의 할인율이 적용된다. 통신 요금 청구서 상의 멤버십 포인트를 놀이공원 티켓과 연계해, 겨울방학 핵심 수요인 테마파크 방문을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식품 커머스와의 연계도 강화된다. SK텔레콤은 전국 로컬 브랜드를 큐레이션해 판매하는 플랫폼 식후경과 제휴해, 12월 31일까지 약 52종의 먹거리를 최대 48퍼센트 할인 판매한다. 키즈 동반 외출과 집콕 활동 모두에서 소비 비중이 높은 간편식·간식류를 겨울 시즌 프로모션에 묶어, 통신·콘텐츠·커머스를 하나의 마케팅 축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다.
통신 업계에서는 이 같은 행보를, 키즈 고객을 중심으로 한 장기 고객 락인 전략의 일환으로 본다. 출생 직후부터 초등학교 시기까지 ZEM과 같은 서비스에 익숙해진 아이는 향후 청소년 요금제, 성인 요금제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부모 역시 자녀 관리 기능과 가족 결합 할인에 묶이면서 타 통신사로 이동할 유인이 줄어든다. 디지털 사용 습관과 위치 데이터가 축적되면, 향후 연령대별 맞춤형 콘텐츠 추천, 학습 관리, 보험·헬스케어 연계 서비스로 확장될 여지도 크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신사와 빅테크의 키즈 플랫폼 경쟁은 이미 진행 중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기 제조사가 제공하는 패밀리 링크, 스크린타임 관리 도구가 기본값으로 자리 잡았고, 이를 기반으로 교육용 콘텐츠 구독, 키즈용 OTT 채널, 온라인 수업 플랫폼이 묶여 제공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동통신사가 단말, 네트워크, 결제 인프라를 쥐고 있는 만큼, 유사한 구독형 키즈 생태계를 구축하기 유리한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데이터 보호와 아동 프라이버시 이슈는 향후 관건이다. 위치정보, 앱 사용 패턴, 결제 이력 등 민감도가 높은 데이터가 다뤄지기 때문에 국내 위치정보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규제를 충족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아동 온라인 개인정보 보호법 등 별도 규제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SK텔레콤은 ZEM 서비스에서 유해 콘텐츠 차단과 결제 통제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데이터 활용 범위, 보관 기간, 2차 활용 여부 등에 대한 투명한 고지와 보호자 선택권 강화가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ZEM과 T멤버십 혜택을 통해 어린 자녀를 둔 가족 고객들이 더욱 안전하고 즐거운 겨울방학을 보내길 바란다며, 키즈 고객과 부모 고객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계속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겨울방학 이벤트가 ZEM을 단순 부가서비스가 아닌 생활 밀착형 키즈 플랫폼으로 포지셔닝하는 계기가 될지, 그리고 통신사가 주도하는 가족 단위 구독 생태계가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