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CCTV 분배 논란”…조태용 전 국정원장 구속, 특검 수사 탄력 전망
정치적 충돌 지점에 서 있던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끝내 구속됐다. 비상계엄 선포 계획과 관련해 주요 정보를 국회에 보고하지 않았고, CCTV 영상 분배 과정 등에서 드러난 정치 관여 혐의 등으로 특검과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여야가 직무유기와 위증, 정치개입이라는 의혹을 두고 정면 충돌한 가운데, 12일 새벽 법원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정국이 다시 요동치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조태용 전 원장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뒤 영장 발부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지난 7일 청구한 국정원법 위반(정치 관여 금지), 직무유기, 위증, 증거인멸,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국회증언 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가 본격적으로 사법 판단을 받게 됐다.

특검팀에 따르면, 조 전 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전부터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인지했으나 국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특히 계엄군 배치 직후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으로부터 “계엄군이 이재명, 한동훈을 잡으러 다닌다”는 구체적 보고를 받고도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특검은 “국가 안전보장 관련 정보를 국회에 보고해야 하는 국정원장이 핵심 의무를 방기했다”고 판단했다.
논란은 국정원 CCTV 영상의 차별적 제공에서도 불거졌다. 조 전 원장은 계엄 당시 홍 전 차장 동선이 담긴 폐쇄회로 영상을 국민의힘에만 제출했으나, 자신의 동선이 담긴 영상은 더불어민주당 측엔 제공하지 않았다. 특검은 “국정원장의 정치 관여 금지 의무 위반이자, 탄핵심판 과정의 정치적 개입”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조 전 원장은 관련 질의에 “국가 안보 목적의 자료 제공”이라 주장했으나, 민감 정보가 국민의힘에만 넘어간 배경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아울러 조 전 원장은 국회 및 헌법재판소 등에서 “계엄 직전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관련 문건을 본 적 없다”며 일관적으로 진술했으나, 나라박 대통령 집무실 CCTV 속에 국무위원들이 포고령 등 문건을 주고받고, 조 전 원장이 서류를 양복 주머니에 넣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위증 및 허위 답변 제출 의혹이 확대됐다. 삼청동 안가 회동 당시 비상조치 언급이 없었다는 기존 증언 역시 특검팀은 허위라 결론내렸다.
더불어, 윤 전 대통령‧홍 전 차장의 ‘비화폰’ 기록 삭제에 관여한 증거 인멸 혐의도 적용됐다. 특검에 따르면 홍 전 차장이 윤 전 대통령과의 민감 통화 내역을 공개한 직후 조 전 원장과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 간 통화가 이뤄졌고, 이후 비화폰 기록이 삭제됐다.
조 전 원장은 영장 심사에서 “혐의 전반을 부인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CCTV 제공도 “특정 사실관계 해명을 위한 절차”였으며, 정치 관여 의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계엄 문건 수령 사실 등 허위답변 혐의는 일부 사실관계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양측의 주장을 모두 검토한 끝에 “증거 인멸 우려” 등을 근거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8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구속 이후 특검이 내란 의혹으로 윤석열 정부 주요 인사를 처음 신병 확보한 사례다. 앞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영장이 잇따라 기각된 뒤라 이번 결정이 향후 특검 수사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이 남은 관련 인사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국회는 계엄 관련 국정조사와 내란 혐의에 대한 추가 진상규명 작업을 이어갈 방침이며, 정치권은 영장 발부를 놓고 거센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