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비트코인 41일 하락·시총 4,000억달러 증발…양자컴 위협까지 겹쳐 안전성 논란 확산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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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장기 보안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양자컴퓨팅 발전에 따른 암호 체계 붕괴 가능성부터 지갑 생성 도구의 취약점, 급락기마다 반복되는 유동성 증발까지 겹치면서 디지털 자산의 지속 가능성과 신뢰도에 질문이 커지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기술·시장·규제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얽힌 만큼, 설계와 제도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논쟁의 중심에는 양자컴퓨팅 리스크가 있다. 코인리더스에 따르면 레이 달리오는 CNBC 인터뷰에서 향후 10년 안에 양자컴퓨팅이 비트코인 보안을 위협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장기 리스크를 부각했다. 블록체인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도 5~10년 안에 현재의 암호 서명 체계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솔라나 공동창업자 아나톨리 야코벤코는 2030년 전후 양자 저항 서명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반면 블록스트림의 아담 백은 위협이 과장돼 있다고 선을 긋는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위기 인식 수준은 갈리고 있다.

비트코인 안전성 논란, 양자컴과 해킹이 남긴 질문
비트코인 안전성 논란, 양자컴과 해킹이 남긴 질문

레이 달리오는 양자 리스크 외에도 비트코인의 추적 가능성과 규제 리스크에 주목해 왔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익명성이 높지 않아,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거래를 차단하거나 규제를 강화할 수 있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다만 자산의 약 1%는 비트코인에 배분하고, 다른 투자자가 비트코인과 금을 합쳐 최대 15%까지 보유하는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완전한 부정 입장만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기축 자산으로의 도약에는 회의적이지만, 기술적으로 취약해질 수 있는 실험적 자산으로서 일정 부분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수 있다는 현실적 평가에 가깝다.

 

기술 설계 단계의 허점이 실제 자산 손실로 이어진 사례도 안전성 논쟁에 불을 붙였다. 토큰포스트가 소개한 코인이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압수한 비트코인 지갑 일부가 약 2년 전부터 보안 취약 지갑으로 경고된 주소와 겹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의 지갑은 비트코인 지갑 생성 도구인 Libbitcoin Explorer가 암호학적 난수가 아닌 Mersenne Twister 기반 의사 난수에 32비트 타임스탬프를 시드로 쓰는 구조였다. 이로 인해 개인 키가 예측 가능해졌고, 이미 수천 개 지갑이 탈취된 버그가 국가의 압수 자산 목록과 교차하는 상황이 드러났다.

 

코인이지 리서치 팀은 사용자의 부주의가 아니라 도구 자체의 구조적 결함이 수조 원대 자산의 소유권을 뒤흔들 수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난수 생성 과정이 무너지면 자기주권 통제라는 암호화폐의 핵심 약속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취약 지갑이 정부 통제 아래 들어간 과정에 대해, 법적 절차에 따른 정당한 압수인지, 이미 공개된 취약점을 활용한 기술적 회수인지 불투명하다고 꼬집었다. 비트코인 보안이 코드 한 줄, 툴 하나의 설계에 민감하게 좌우될 수 있다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시장 구조 측면의 취약성도 도마에 올랐다. 토큰포스트에 따르면 최근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단기간에 4,000억달러 이상 증발했고, 하루 평균 약 30만 명의 투자자가 청산을 겪는 급락장이 펼쳐졌다. 경제학자 알렉스 크루거는 뉴욕증권거래소나 나스닥과 달리 암호화폐 거래소 시장 조성자에게 유동성 공급 의무가 부과되지 않아, 급락 국면에서 호가를 거둬들이면 낙폭이 확대된다고 진단했다. 서킷 브레이커나 지정 시장 조성자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가운데 과도한 레버리지까지 겹치면서, 구조적으로 붕괴 위험이 내재된 시장처럼 움직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가격 변동성 자체도 안전성 논란을 키운다. 디지털투데이가 전한 분석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최근 9만5,000달러 아래로 밀리며 41일째 하락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동평균선이 교차하는 데스 크로스 신호를 앞둔 상황으로, 과거에는 이 구간이 저점 매수와 반등의 출발점이 된 사례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장지수펀드 ETF에서 10억달러가 넘는 자금이 유출되고, 글로벌 매크로 변수의 충격이 직격탄으로 전해지는 양상이 겹치고 있다. 디지털 금으로 불려온 비트코인이 실제로는 고위험 기술주와 유사한 변동성을 보이면서, 안전자산인지 투기자산인지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분화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기술 보안 리스크와 구조적 취약성이 비트코인 규제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바라본다. 양자 리스크와 지갑 취약 사례가 구체화될수록, 각국 당국이 지갑 개발 표준과 보안 검증을 강화하고, 양자 저항 서명 체계 도입을 의무화하는 방향을 검토할 여지가 커진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레버리지와 청산 구조, 시장 조성자 역할을 둘러싼 규율 정비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러한 논쟁 자체가 비트코인이 이미 거대한 자산군으로 성장했음을 방증한다는 점이다. 레이 달리오 같은 거시 투자자의 발언, 코인이지와 같은 리서치 기관의 보고서, 시장 구조를 둘러싼 규제 논쟁은 한때 소수 개발자와 개인 투자자의 실험장이던 네트워크가 국가와 기관, 대형 자금이 얽힌 무대로 변했음을 보여준다. 기술 과제가 곧바로 금융 안정과 투자자 보호 이슈로 이어지는 상황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안전성 논란이 단기간에 정리되기 어렵다고 본다. 양자 저항 서명 체계 도입, 지갑 생성 툴에 대한 표준화된 보안 검증, 시장 조성자 의무와 레버리지 규제 정비 등 과제가 기술 로드맵과 정책 의제 위로 하나씩 올라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디지털 자산이 다음 단계의 신뢰를 확보하려면 가격 변동성 논쟁을 넘어, 설계와 제도 차원에서 얼마나 정교하게 보안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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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레이달리오#양자컴퓨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