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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구독으로 듣는다”…멜론 T우주 합류로 OTT까지 번진다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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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통신사의 구독 플랫폼과 결합하면서 콘텐츠 소비 방식이 바뀌고 있다. 통신 요금과 음악, 영상, 오프라인 쿠폰을 하나의 번들로 묶는 구조가 고착될 조짐이다. 플랫폼 간 직접 유료 결제 경쟁에서 벗어나, 통신·구독 생태계 안에 편입되려는 전략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휴를 통신 기반 슈퍼 번들 경쟁이 한 단계 확산되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음악 플랫폼 멜론은 4일 SK텔레콤과 제휴를 맺고 통합 구독 플랫폼 T우주에 공식 입점했다고 밝혔다. 이번 제휴로 SK텔레콤 T우주 가입자는 멜론의 주요 요금제를 T우주 구독 상품과 결합해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음악 서비스 단독 유료 가입을 유도하던 기존 구조에서, 통신사 구독 허브를 통한 간접 가입 경로를 넓히는 셈이다.

T우주 내 대표 상품인 T우주패스 편의점&카페 구독자들은 멜론 모바일기기 전용 상품인 모바일 스트리밍 클럽을 추가 요금 없이 선택할 수 있다. 월 9900원을 내고 받는 편의점과 카페 제휴 혜택에 모바일 음악 스트리밍이 포함되는 구조다. 여러 기기에서 동시 이용을 원하는 사용자는 스트리밍 클럽 요금제 결합을 선택해 월 1000원을 추가 지불하면 멜론을 기기 제한 없이 활용할 수 있다. 통신 요금제에 콘텐츠 옵션을 얹는 방식에서 통합 구독 패스 안에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가 병렬로 달라붙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멜론은 T우주 전용 묶음 상품도 별도로 선보였다. T우주패스 위드 멜론 상품을 통해 모바일 스트리밍 클럽과 추가 제휴 서비스 1종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패키지를 월 7500원에 제공한다. 기기 제한이 없는 스트리밍 클럽에 추가 상품 1개를 더한 패키지는 월 8600원에 책정했다. 개별 서비스를 따로 구독할 때보다 가격을 낮추고, 사용자가 원하는 제휴 서비스를 선택하도록 한 맞춤형 번들 구독 구조다.

 

추가 상품으로는 전자책 구독 서비스 리디셀렉트, 차량 호출 서비스 티맵 대리, 세탁 구독 서비스 런드리고, 커피 프랜차이즈 빽다방과 메가커피, 디저트 브랜드 배스킨라빈스, 영화관 롯데시네마, 도미노피자, 치킨 프랜차이즈 BBQ 등 13종이 포함됐다. 특히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티빙의 광고형 스탠다드 이용권도 포함돼 있어, 멜론 음원과 티빙의 영화·드라마·예능을 함께 즐기는 조합이 가능하다. 이용자는 월 4000원을 추가 결제하면 음악과 영상 OTT를 동시에 구독하는 멀티 콘텐츠 번들을 구성할 수 있다. 음악 스트리밍과 OTT를 통신 구독 안에서 묶는 구조가 강화되면서, 콘텐츠 단위 개별 결제보다 통합 구독 번들 선호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T우주 구독과 별도로 멜론 단품을 이용하는 고객을 위한 가격 전략도 병행된다. T우주패스 결합이 아닌 일반 단품 고객에게는 모바일 스트리밍 클럽과 스트리밍 클럽을 정가 대비 10퍼센트 할인 판매하고 있다. 이미 다른 T우주패스 상품을 구독 중인 고객이 멜론을 추가로 쓰고자 할 경우, 멜론 단품 요금제를 15퍼센트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한다. 통신 구독 생태계 안에서 음악 서비스를 추가로 얹을 수 있도록 가격 장벽을 낮춘 형태다.

 

가입 유인을 키우기 위한 공격적인 프로모션도 마련됐다. 멜론은 T우주 입점을 기념해 이달 31일까지 모바일 스트리밍 클럽과 스트리밍 클럽 단품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혜택을 제공한다. 기간 안에 두 단품 요금제 중 하나를 구매하면 첫 달은 정상가로 결제되지만 2개월차와 3개월차 요금은 자동으로 무료 처리된다. 4개월차부터는 다시 정상 요금이 부과된다. 음악 플랫폼 간 이용료와 독점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장기 이용을 유도하는 3개월 구간 락인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번 제휴로 멜론은 독자 앱 중심의 가입자 모집을 넘어, 통신사의 구독 허브를 활용한 가입 채널 다각화에 속도를 낸다. 반대로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음악 스트리밍과 전자책, 세탁, 카페, 배달, 영화, OTT까지 아우르는 생활 밀착형 구독 번들을 강화해 T우주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회선 이탈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신사와 콘텐츠 플랫폼의 번들 전략이 보편화되고 있어, 국내에서도 통신 구독 플랫폼을 둘러싼 결합 서비스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멜론과 T우주의 결합이 통신·콘텐츠 융합 구독 모델의 확산을 앞당길 수 있다고 본다. 사용자가 개별 서비스를 일일이 비교해 가입하기보다, 통신사가 설계한 번들 조합 안에서 음악과 OTT, 생활 서비스를 한 번에 선택하는 구조가 자리 잡을 수 있어서다. 동시에 개별 플랫폼 입장에서는 브랜드 노출과 트래픽을 통신 구독에 일정 부분 의존해야 하는 만큼, 수익 배분과 데이터 접근권을 둘러싼 협상력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산업계는 음악과 영상, 생활 구독을 묶는 이번 시도가 실제 이용자 증가와 매출 확대로 이어질지 지켜보고 있다.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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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sk텔레콤#t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