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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재정 불가피…2027년도 예산도 팽창 국면" 이재명, 성장 회복·조세 수입 확대 강조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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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확장 기조와 형사처벌 방식 개편을 둘러싸고 이재명 대통령과 경제부처가 맞붙었다. 성장 둔화와 조세 정의, 기업 규제 방식을 둘러싼 물음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세종컨벤션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등 경제 관련 부처 업무보고에서 "당분간은 확장재정 정책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예산은 이미 만들었고, 내후년 예산 역시 확장 정책을 기반으로 편성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금 경제상황이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바닥을 찍고 우상향 커브를 그리도록 하려면 국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에 대해 이 대통령은 성장 회복과 세수 증가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성장률이 회복되면 조세 수익으로 (건전성 악화 부분을)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채 발행도 줄어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확장재정을 통해 경기 반등을 먼저 이루고, 이후 세수 증가로 재정건전성을 보완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경제 분야 위법행위에 대한 제재 방식 전환도 강하게 주문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형벌 조항이 너무 많다"며 "(이 같은 형법 위주의 처벌은) 기업의 사장이나 이익을 보는 사람이 처벌받는 것이 아니라 실무 책임자를 처벌하는 일이 많다. 그마저도 수사와 재판에 5∼6년씩 걸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처벌은 아무런 제재 효과가 없다"고 비판하며 최근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불거진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겨냥했다. 그는 "이번에 '무슨 팡'인가 하는 곳에서도 규정을 어기지 않나"라며 "그 사람들은 처벌이 전혀 두렵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명시적으로 사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개인정보 보호 위반 논란을 빚은 쿠팡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형사처벌보다는 경제적 부담을 직접 지우는 방향으로 제재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 분야 위법행위에는) 그에 합당한 경제적 부담을 지워야 한다"며 "정부가 경제형벌합리화 태스크포스 TF를 설치했는데 속도를 내야 할 것 같다. 속도가 생명"이라고 말했다. 과징금 대폭 상향, 민사 배상 책임 확대를 중심으로 처벌 체계를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세수 확충과 조세 정의를 둘러싼 주문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국세청을 향해 고액 체납과 세외수입 체납 관리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체납관리단을 대규모로 만들려고 했더니 손이 작아서 그런지 2000명밖에 배치를 안 했다고 하더라"며 "제가 성남시나 경기도에서 경험해본 바로는 3000∼4000명으로 늘려도 절대 손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대규모 체납관리단으로) 추가로 걷히는 세금을 고려하면 인건비를 충당하고도 남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채업자 돈은 떼먹어도 세금은 떼먹을 수 없다'는 말도 있다는데, 진짜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며 필요 시 체납관리단 강화를 위한 추가 추경 편성도 검토해 보라고 주문했다.  

 

상속세 제도와 관련해서는 상장주식 물납 허용 문제를 꺼냈다. 이 대통령은 상장주식으로 상속세를 납부하는 방안 논의 상황을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에게 직접 물었다. 김 실장은 "비상장주식으로는 지금도 낼 수 있다"며 "다만 상장주식의 경우 처분이 용이하기에 '팔아서 현금으로 내라'는 뜻에서 아직 상속세를 대체해주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실장은 상장주식 물납 도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상장주식으로도 상속세를 내는 방안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계의 오랜 요구 사안인 상속세 부담 완화 논의가 본격 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은 확장재정, 경제범죄 제재 방식 개편, 체납 징수 강화, 상속세 제도 손질 등 재정·조세 전반의 구조 재편 방향을 제시했다. 정부는 경제형벌합리화 TF를 중심으로 관련 법·제도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는 한편, 내후년 예산 편성과 세수 추계 과정에서 확장재정의 범위와 재정건전성 관리 방안을 함께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향후 정기국회와 예산 심사 과정에서 재정 확대와 조세 정의, 기업 규제 방식 전환을 놓고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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