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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산모도 안전 분만”…이대엄마아기병원, 6000건 돌파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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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 고령화와 만혼이 겹치며 고위험 산모 관리 역량이 산부인과 의료 수준을 가르는 기준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이대엄마아기병원이 국내 고위험 산과 인프라를 상징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이 병원에서 최근 6000번째 아이가 태어났는데, 주인공은 호주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첫 출산에 성공한 만 51세 산모 A씨와 딸 선덕이다. 업계에서는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에 특화된 전담 병원 모델이 저출산과 고령 임신이 맞물린 국내 출산 구조 변화 속에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의료원에 따르면 선덕이는 이대엄마아기병원에서 분만된 6000번째 아이이자, 산모 A씨에게는 51세에 처음 품에 안은 딸이다. A씨는 호주에 거주하며 7년간 임신을 기다렸으나 소식이 없자 시험관 시술을 위해 한국행을 택했고, 국내에 임시 거주하며 임신과 출산 과정을 이어갔다. 산모 연령, 시험관 시술, 해외 생활 이력까지 겹친 대표적 고위험 산모 사례다.  

이대엄마아기병원은 2019년 이대서울병원 모아센터로 출발해 2024년 5월 23일 별도 병원으로 재탄생한 이후, 고위험 산모와 고위험 신생아를 집중 관리하는 전문 기관으로 기능을 확대해 왔다. 병원 측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매월 평균 150~160건의 분만을 수행하고 있으며, 올해 5월 말 누적 분만 5000건을 기록한 뒤 불과 7개월 만에 6000건을 돌파했다. 저출산 기조 속에서도 고위험 분만 수요가 빠르게 집중되고 있는 셈이다.  

 

핵심 경쟁력은 고위험 산과에 최적화된 입원·치료 인프라다. 이대엄마아기병원은 올해 엄마아기병동 병상을 20병상에서 26병상으로 늘리고, 미숙아와 질환 신생아를 돌보는 신생아중환자실 NICU도 21병상에서 24병상으로 확장했다. 여기에 산모와 신생아를 한 공간에서 관리하는 맞춤형 모아동실 시스템과, 태아 상태를 집중 모니터링하는 고위험 산모·태아집중치료실 MFICU를 갖춰 산모와 아이를 하나의 치료 단위로 관리하는 구조를 구현했다.  

 

고위험 산모의 경우 임신 중 합병증, 조기진통, 태아 성장지연, 분만 전후 출혈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는 체계가 관건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NICU와 MFICU, 고위험산과센터가 수평적으로 연계돼 있으면 산모 상태 변화에 따라 즉시 모니터링과 수술, 신생아 집중치료로 이어지는 ‘원스톱 대응’이 가능해진다. 선덕이 사례처럼 임신 33주 조기 산통 상황에서도 제왕절개술과 신생아 관리까지 한 기관에서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이다.  

 

A씨는 고령 산모인 자신의 상황을 고려해 병원 선택에 특히 신중을 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으로부터 “이대엄마아기병원에 고위험 산모와 고위험 신생아 관리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이 많다”는 추천을 받고 내원했고, 33주차 조기 산통 때도 집중적인 케어를 받은 뒤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인 12월 23일 오전 11시 42분 제왕절개로 2.74킬로그램의 선덕이를 품에 안았다. 그는 의료진에게 전하는 편지에서 “꿈에서라도 바라던 첫딸을 건강하게 만날 수 있게 해줘 감사하다”며 호주가 아닌 한국을 택한 배경에 대한 만족감을 전했다.  

 

정서적 측면에서도 한국 의료를 선택한 이유를 엿볼 수 있다. A씨는 “비록 외국에서 살고 있지만, 한국인의 정신과 정체성을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아이의 태명을 선덕여왕의 이름에서 따온 선덕으로 지었다. 출산 후에도 “입원 전후 모든 의료진이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줘 아무 문제 없이 출산하고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며 담당 의료진과 전 직원에게 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다.  

 

고위험 산모를 다루는 병원은 첨단 진단 장비와 수술 인프라뿐 아니라 숙련된 산부인과, 신생아과, 마취통증의학과, 간호 인력이 긴밀하게 협업하는 팀 의료가 중요하다. 특히 출산 당일과 출생 후 초기 72시간 동안은 태아 심박, 호흡, 체온, 혈당, 감염 징후 등 다수의 변수를 실시간으로 점검해야 하며, 필요시 인공호흡기 관리나 중환자실 이송 등 고난도 조치도 즉각 이뤄져야 한다. 이런 다학제·집중치료 체계가 일정 수준 이상 구축된 병원은 아직 많지 않아, 고위험 산모와 해외 거주 한국인 산모의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는 상황이다.  

 

이대엄마아기병원 측은 이러한 공백을 메우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박미혜 이대엄마아기병원장은 “밤낮으로 진료하고 헌신하는 의료진 덕분에 고위험 산모 출산과 고위험 신생아 케어가 유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저출산 시대에도 많은 분만이 이뤄지고 있는 점에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내후년에는 누적 분만 1만 건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만혼과 고령 출산이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만큼, 향후 분만의 상당 부분이 고위험군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에 따라 NICU와 MFICU,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연계 인력을 포함한 고위험 산과 인프라 확충이 출산율 제고 정책 못지않게 중요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계와 의료계에서는 이대엄마아기병원과 같은 고위험 산모·신생아 특화 병원이 실제 수요를 얼마나 흡수하고, 안전한 출산 경험을 통해 국내외 산모들의 신뢰를 확보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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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엄마아기병원#박미혜#고위험산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