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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기반 포인트 관리”…서울시, 일차의료 만성질환 혁신 모델로 부상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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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건강마일리지 제도가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서울시가 10여 년간 운영해 온 건강마일리지 사업이 중앙정부의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본사업 구조에 상당 부분 반영되면서, 지방정부 디지털 헬스케어 시범사업이 국가 표준으로 확장된 사례로 평가된다. 의료계는 단순한 인센티브 제도 차원을 넘어, 웹 기반 포인트 관리 시스템과 전자의무기록 연동 전략이 일차의료 기반 만성질환 관리 체계 고도화의 분기점이 됐다고 분석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통합이 향후 디지털 헬스 인센티브 모델 설계의 기준선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특별시의사회는 3일 기고문을 통해 일차의료 현장에서 바라본 서울시 건강마일리지 사업의 경과를 공개했다. 2013년 보건소 중심 대사증후군 관리 프로그램에서 출발한 이 사업은 이후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를 동네의원과 연계하는 구조로 전환하며, 1차 의료기관이 만성질환 관리의 허브가 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2021년에는 ‘서울시 건강관리 마일리지’로 확대되고, ICT 기반 웨어러블 연계 프로그램인 ‘손목닥터 9988’로 확장되면서 시민 참여 채널이 온라인·모바일로 넓어졌다.  

전환점은 2023년 9월 정부가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본사업으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찾아왔다. 서울시 사업만의 별도 인센티브 구조는 예산 축소와 함께 중단 위기에 놓였고, 현장에서는 ‘사업 축소’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서울시 모델의 핵심 구조가 보건복지부 본사업에 흡수되면서, 지방 시범사업이 중앙정부 정책으로 승격·통합된 형태가 됐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A 의사는 기고문에서 “서울시 사업이 중앙 정책으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의료계의 지속적인 피드백이 제도 설계에 깊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특히 서류 작성, 데이터 입력 등 행정 부담과 낮은 보상 체계가 참여 확대를 가로막는 핵심 장애 요인으로 꼽혔고, 이에 대한 개선 요구가 수차례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서울시와 공식 업무협약을 맺고 25개 자치구 의사회와 함께 참여 독려와 정책 의견 수렴 역할을 맡았다. 현장에서 제기된 불만은 크게 두 가지 축이었다. 하나는 의료진이 환자 교육과 상담, 생활습관 교정 등 비약물적 진료 행위에 투입하는 시간과 노력이 수가 체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점, 다른 하나는 웹 기반 전산 시스템이 실제 진료용 전자의무기록과 분리돼 있어 이중 입력이 발생한다는 점이었다.  

 

서울시의사회는 “EMR과 연동되지 않는 별도 웹 시스템 방식으로는 참여율을 높일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웹 기반 건강포인트 시스템의 구조를 유지하되, EMR과의 기술적 연계와 인센티브 처리 절차 간소화를 전제로 한 개선안이 논의됐다. 동시에 비약물적 진료 행위에 대해 별도 관리료나 상담료 등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강하게 제기됐다. 이러한 요구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본사업 설계에 반영돼, 교육·상담 중심 진료 행위에 대한 보상체계 강화 방향으로 이어졌다.  

 

재정 측면에서도 변수가 있었다. 지난해 서울시 건강포인트 예산이 존폐 기로에 놓이면서, 시범사업의 연속성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서울시의사회는 만성질환 관리 사업 특성상 단기 성과가 아닌 장기 추적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예산 연장 필요성을 적극 설득했다. 결과적으로 서울시 사업은 일정 기간 연장 운영을 통해 중앙정부 본사업과의 연착륙을 도모할 수 있었고, 환자와 의료기관 모두 제도 변화에 적응할 시간을 확보하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12월 시작된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본사업에서 서울시 모델의 ICT 구조를 대거 차용했다. 건강포인트의 적립, 조회, 차감 등 전 과정을 웹 기반으로 단일화하고, 포인트 데이터와 진료 데이터가 분절되지 않도록 설계해 환자의 본인부담을 줄이면서도 의료기관 인센티브 지급 절차를 명확화했다. 포인트 정산과 인센티브 지급을 자동화에 가깝게 단순화하면서, 행정 부담을 줄이고 참여 의료기관 확대를 노렸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구조는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인센티브 모델과도 방향성이 맞닿아 있다. 미국과 유럽 일부 보험자들이 웨어러블 기반 활동량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하거나 포인트를 지급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과 유사하게, 한국에서도 ICT 기반 생활습관 관리 데이터와 진료 인센티브를 연계한 구조가 본격적으로 제도권에 편입되는 흐름이다.  

 

서울시의사회는 이번 변화를 “일차의료 중심 만성질환 관리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기반 조성”으로 규정했다. 지방정부의 시범사업이 중앙정부 정책의 설계 템플릿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향후 다른 디지털 헬스 사업에서도 유사한 경로가 반복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A 의사는 “현장에서 끝없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바꾸려 한 과정이 없었다면, 포인트 제도는 형식적 인센티브에 머물렀을 것”이라며 “EMR 연동과 행정 간소화, 교육·상담 보상 등 세부 설계가 일차의료 참여율을 좌우한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서울시 선도사업이 국가 기준이 된 것은 의료계와 행정이 함께 축적한 데이터와 경험의 결과”라며 “향후 다른 건강관리 사업에서도 환자 중심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정책 제안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모델이 실제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그리고 향후 원격 모니터링, 디지털 치료제 등 다른 ICT 기반 서비스로 어떻게 확장될지 주시하고 있다.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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