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1조원 몰렸는데도 가격은 제자리”…리플XRP ETF, 기관 자금과 시장 괴리 심화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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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2월 12일, 미국(USA) 증시에 상장된 리플 XRP(엑스알피) 현물 ETF에 또다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서 누적 순유입액이 10억 달러에 근접했다. 리플 XRP 가격이 2달러 부근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가운데 규제된 금융상품을 통한 기관 자금이 계속 쌓이면서, 단기 시세와 중장기 자금 흐름 간 괴리가 국제 암호화폐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했다.

 

AMB크립토는 2025년 12월 14일 보도에서 “미국 상장 리플 XRP 현물 ETF에 19거래일 연속 순유입이 이어지며 누적 유입액이 9억7천4백50만달러에 달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12월 12일 하루에만 2천17만달러가 새로 들어왔고, ETF를 통해 유입된 자금 규모는 사실상 10억 달러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같은 날 리플 XRP 현물 가격은 2달러 안팎에서 횡보해 가격 반응은 제한적이었지만, 규제 환경 아래 운용되는 상품으로의 자금 축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리플 XRP ETF에 1조원 유입에도 가격 정체…기관은 무엇을 보고 있나 (제공:AI제작)
리플 XRP ETF에 1조원 유입에도 가격 정체…기관은 무엇을 보고 있나 (제공:AI제작)

기관 자금은 특정 상품으로 모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프랭클린이 운용하는 리플 XRP ETF(XRPZ)가 12일 하루 870만달러로 가장 많은 순유입을 기록했고, 비트와이즈 ETF에는 785만달러, 캐너리의 XRPC ETF에는 362만달러가 유입됐다. 발행사에 대한 신뢰도, 상품 유동성, 운용 보수 등 전통 금융시장에서 통용되는 기준이 암호화폐 ETF 선택에도 반영되는 흐름이다. 반면 그레이스케일과 21셰어즈가 운용하는 리플 관련 ETF는 당일 순유입이 없었으나, 자금 이탈 움직임도 두드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리플 XRP에 대한 선호는 다른 주요 알트코인 ETF와 대조적인 양상이다. 같은 기간 솔라나(Solana) ETF는 250만달러 수준의 제한적 유입에 그쳤고, 이더리움 ETF(이더X)는 12월 12일 하루에만 1천9백40만달러 순유출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지코인 ETF는 12월 초 이후 신규 유입이 사실상 끊긴 가운데, 거래 규모가 11월 말 320만달러에서 최근 15만9천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 규제된 상품 범위 내에서만 보면 리플 XRP가 이더리움과 도지코인 등 다른 메이저 알트코인보다 상대적인 선호를 얻고 있는 셈이다.

 

다만 ETF 자금 유입과 가격 정체를 둘러싼 해석에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도에서 전한 대로 최근 한 달간 리플 XRP 가격이 약 18.66% 하락한 가운데 ETF 누적 순유입액은 9억7천만달러에 이르렀다는 사실 자체는 통계적으로 양립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곧바로 “구조적인 가격 하방 지지선이 형성됐다”는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현물 시장에서의 매도 압력, 파생상품 포지션, 시장 내 유동성 상황 등에 대한 정량 분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ETF를 통해 들어온 투자 자금이 실제로 신규 현물 매수로 이어졌는지, 아니면 기존 보유 물량을 기관 운용 상품으로 이전하는 성격이 강했는지에 따라 가격에 미치는 실질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 미국(USA)과 유럽(EU)의 규제 정책 변화, 글로벌 유동성 여건, 단기 차익 실현에 나선 투자자들의 매도 물량 같은 변수도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암호화폐는 여전히 고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만큼, 거시경제 환경 변화가 ETF 유입 흐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거래일 연속 순유입이라는 기록은 기관 투자자들이 리플 XRP에 대해 일정 수준의 장기 보유 전략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주목받고 있다. ETF는 규제 감독 아래 운용되는 구조를 갖고 있어 연기금, 헤지펀드, 자산운용사 등 전통 금융권 플레이어가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하는 주요 통로로 자리 잡아 왔다. 이런 특성상 ETF로 들어온 자금의 회전율은 개인투자자 중심의 현물 시장보다 낮고, 가격 급등락보다 중장기 포지션 조정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될 경우 현재의 괴리가 점차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우선 ETF로의 순유입이 이어지면서도 현물 시장의 매도 압력이 완화될 경우, 매수·매도 균형이 변하면서 가격과 자금 흐름이 수렴하는 국면이 올 수 있다. 국제 규제 환경에서 리플 XRP 관련 불확실성이 줄어들거나, 미국(USA)을 비롯한 주요국의 통화정책 완화로 위험자산 선호가 회복될 경우에도 기관 자금의 ‘대기 기간’이 단축될 여지가 있다.

 

반대로 글로벌 유동성 경색이 심화되거나 새로운 규제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현재의 ETF 순유입 흐름이 둔화되면서 가격 정체 또는 추가 조정을 장기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경우 ETF를 통해 축적된 자금은 즉각적인 상승 동력이 아니라, 시장 신뢰 회복과 규제 환경 안정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작동할 잠재적 기반으로 남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리플 XRP ETF에 대한 1조원 규모 자금 유입이 향후 가격 구조와 자산 배분 전략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리플 XRP를 둘러싼 규제 이슈와 글로벌 유동성 환경, 기관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 변화에 따라 ETF 자금과 현물 가격의 괴리가 완화될지, 아니면 ‘장기 대기 자금’ 국면이 길어질지 계속해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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