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해외로 나가 병역기피" 5년간 912명…대부분 처벌 없이 남겨져

신도현 기자
입력

병역의무 회피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해외로 나가 돌아오지 않는 방식의 병역기피가 늘고 있는데도 상당수가 처벌 없이 수사 단계에 머물러 있어 제도 허점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7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병무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4년 10월 말까지 병역의무 기피자는 총 3천127명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현역 입영 기피가 1천232명으로 가장 많았고, 국외여행 허가 의무 위반 912명, 병역판정검사 기피 586명, 사회복무 소집 기피 397명 순으로 나타났다.

병역법에 따라 병역의무를 마치지 않은 25세 이상 병역의무자는 국외여행이나 장기 체류를 위해 출국하려면 병무청으로부터 국외여행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기간 내에 귀국하기 어렵다면 기간 만료 15일 전까지 연장을 신청해야 하고, 24세 이전 출국자가 25세 이후까지 계속 체류하려는 경우에도 재외공관을 통해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병무청은 허가 없이 출국하거나 허가 조건을 어긴 사람을 병역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최대 37세까지 여권 발급을 제한하며, 온라인에 인적 사항을 게시하는 방식으로 제재하고 있다. 더불어 2023년 7월부터는 병무청 특별사법경찰관이 직접 수사에 나설 수 있게 되면서 현장 대응도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외여행 허가 의무 위반 사례는 줄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국외여행 허가 의무 위반자는 2021년 158명, 2022년 185명, 2023년 196명, 2024년 197명으로 꾸준히 늘어났고, 올해 10월까지 이미 176명이 적발됐다. 유형을 나누면 단기여행을 사유로 출국한 뒤 정해진 시점에 귀국하지 않은 경우가 648명으로 전체 국외여행 허가 위반자의 71.1%를 차지했다.

 

법 위반이 늘어나는 상황과 달리 처벌은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2021년 이후 국외여행 허가 의무를 어긴 912명 가운데 형사처분이 마무리된 사례는 징역 6명, 집행유예 17명, 기소유예 25명에 그쳤다. 나머지 780명, 비율로는 85.5%가 기소중지 또는 수사중단 상태로 분류돼 사실상 수사가 더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병무청은 이와 관련해 "본인과 국내 거주 가족에게 연락을 시도하고 여권 무효화 조치까지 진행하고 있으나, 수사는 피의자가 국내로 입국해야 본격적인 수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해외 장기 체류자에 대해서는 사법기관의 강제력이 미치기 어렵다는 현실적 제약이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도 뒤따랐다.

 

이와 달리 국내에서 이뤄진 병역기피에 대해선 훨씬 엄격한 처벌이 내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병역기피자의 61.2%가 징역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형사 재판까지 이어지는 비율이 국외 사례보다 높았다. 같은 병역의무 위반임에도 처벌 수위와 집행 실태에서 차이가 발생해 형평성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황희 의원은 "해외 체류를 이유로 병역을 회피하는 사례가 인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외교부, 법무부와의 협업을 강화해 출입국 관리와 형사사법 공조를 촘촘히 하고, 범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병역기피 양상과 사법 처리 실태를 추가로 점검하면서, 병무청과 외교부, 법무부를 상대로 구체적인 보완책 마련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병역의무 이행의 공정성 확보가 사회적 신뢰와 직결된다는 점을 고려해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할 전망이다.

신도현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황희#병무청#국외여행허가의무위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