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5% 인하 89% 반영”…미국 연준 12월 FOMC 앞두고 뉴욕증시 약세 출발
8일(현지시각) 뉴욕(USA) 증시에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둔 경계 심리가 짙어지며 3대 주요 지수가 일제히 약세로 출발했다. 이번 회의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폭과 향후 통화정책 경로가 결정될 예정이라 미국은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예고하고 있다. 인하 가능성이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된 만큼, 연준 내부의 견해차와 점도표가 새로운 변동성 요인으로 부상하는 국면이다.
현지시각 기준 8일 오전 10시 29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15.87포인트(0.24%) 내린 47,839.12를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3.36포인트(0.19%) 떨어진 6,857.04, 나스닥 종합지수는 12.25포인트(0.05%) 하락한 23,565.88에 거래됐다. 연준이 9~10일 이틀간 워싱턴에서 여는 FOMC 회의에서 12월 기준금리 조정을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투자자들은 발표 전까지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며 관망에 나선 모습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10일 기준금리를 현 3.75∼4.00%에서 0.25%포인트 낮출 가능성을 89.6%로 반영하고 있다.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지난달 66.9% 수준에서 크게 높아졌다. 9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표가 완만한 상승세에 그친 가운데, 연준이 경기와 고용시장 부담을 덜기 위해 통화 완화 쪽으로 방향을 틀 것이라는 기대가 확대된 결과로 해석된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고점 수준에서 상당 기간 유지해 왔지만, 성장 둔화와 고용지표 완화 조짐이 포착되면서 시장은 통화정책 기조가 전환점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미국(USA)의 연속적인 긴축은 전 세계 자금 흐름과 신흥국 통화 가치에 큰 영향을 미쳐 왔고, 이번 인하 여부와 속도 역시 국제 금융질서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FOMC가 제시하는 점도표와 의사록은 앞으로의 금리 경로뿐 아니라 연준 내부 매파·비둘기파 간 세력 균형을 가늠하는 기준이 돼 왔다.
시장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단순한 인하 여부보다 연준 내부 의견 분화에 주목하고 있다. 노던트러스트의 에릭 프리드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은 적절히 FOMC에 주목하고 있다”며 “다만 투자자들은 투표권을 가진 구성원들의 전망과 향후 연준 리더십을 둘러싼 역학관계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 지도부 구성과 차기 의장 인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발언으로, 시장이 정책 결정 구조 자체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외환·파생상품사 페퍼스톤의 마이클 브라운 선임 연구 전략가는 “12월 FOMC에서 연준은 세 방향으로 나뉠 전망”이라며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는 50bp(0.50%포인트) 이상의 큰 폭 인하를, 최소 3명의 위원은 동결을 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소수 의견으로 더 큰 폭의 인하나 동결 주장이 공존할 경우 점도표가 엇갈린 신호를 줄 수 있고, 그에 따라 주식·채권·달러화 가격이 각각 다른 방향으로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조치는 주변국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글로벌 자금이 다시 미국으로 쏠릴지, 위험자산 선호가 강화될지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 선택 폭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업종별로는 기술과 산업주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체 설계 칩 개발 파트너로 마벨테크놀로지가 아닌 브로드컴을 선택했다고 밝혔고, 이 소식에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1.25% 상승했다. 브로드컴 주가도 2.62% 오르며 강세를 보인 반면, 사업 기회를 잃은 마벨 테크놀로지 주가는 약 9% 급락했다. 미국 빅테크와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개별 종목 주가에 직격탄을 날리는 단면을 보여준 셈이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주가가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가 워너브러더스를 상대로 적대적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는 소식에 6% 넘게 뛰었다. 기업결합 성사 여부와 규제당국 심사 결과에 따라 미국 콘텐츠 산업 지형이 재편될 수 있어,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슈로 거론된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IBM이 데이터 스트리밍 플랫폼 기업 컨플루언트를 약 11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컨플루언트 주가가 30% 가까이 급등했다. 실시간 데이터 처리 기술을 둘러싼 인수·합병 경쟁이 심화하는 흐름이다.
유럽(Europe) 증시는 뉴욕과 달리 혼조세를 나타냈다. 같은 시각 유로존 대표지수인 유로스톡스50은 전장보다 0.12% 오른 5,730.53에 거래됐다. 영국(UK) FTSE100 지수와 프랑스(France) CAC40 지수는 각각 0.29%, 0.19% 하락한 반면, 독일(Germany) DAX 지수는 0.24% 상승했다. 미국 통화정책 전환을 앞둔 시차와 각국 경기 상황 차이가 지수 흐름에 반영된 모습이다. 유럽 중앙은행(ECB) 역시 향후 완화 여부를 둘러싸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어, 미 연준 결정 내용은 유럽 통화정책에도 중요한 참고 지표가 될 전망이다.
국제 유가도 약세를 보였다. 2026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근월물 가격은 같은 시각 전장 대비 1.43% 떨어진 배럴당 59.2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달러 강세 가능성, 경기 둔화 우려, 산유국 공급 전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유가가 압박을 받는 양상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와 폭에 따라 원유 수요 전망과 달러 가치가 동시에 조정될 수 있어, 산유국 재정과 산유국·소비국 간 에너지 외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와 블룸버그 등 주요 미국 매체들은 이번 12월 FOMC를 “통화정책 방향 전환의 시험대”로 규정하며, 연준이 물가안정과 고용의 이중 목표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지 주목하고 있다. 영국 BBC와 일본(Japan) NHK 등도 미국 금리 인하가 세계 자금 흐름과 신흥국 통화 방어에 미칠 파장을 집중 조명하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다자질서가 흔들리는 가운데 미국 통화정책이 사실상 글로벌 기준금리 역할을 해 온 만큼, 국제사회는 연준의 한 마디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 결과에 따라 글로벌 자산시장 내 위험 선호가 다시 강해지거나, 오히려 연준의 신중한 메시지에 실망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하 폭을 둘러싼 위원 간 견해차가 크게 드러날 경우, 향후 회의에서도 매번 노선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점도 시장 불안 요인으로 거론된다. 연준의 12월 기준금리 결정과 점도표가 미국은 물론 세계 증시와 채권, 원유 시장 전반의 향배를 가를 분수령으로 떠오른 가운데, 국제사회는 이번 발표의 실질적 이행 여부와 추가 인하 경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