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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심리지원 나선 연예인 기부”…삼성서울, 환아 맞춤 치료환경 주목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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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 환자 치료에서 심리 정서 지원이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 병원 현장의 디지털 기반 프로그램 도입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정서 안정이 수술 전후 회복 속도와 치료 순응도를 높이는 중요한 인자로 평가된다. 최근 연예인과 대형 병원이 손잡고 환아 맞춤 심리지원에 나서면서, 향후 디지털 치료제와 정서케어 프로그램이 결합된 새로운 아동 의료 서비스 모델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병원 디지털 헬스 전략의 연장선이자, 환자 경험 중심 정밀의료의 일부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하이브 뮤직그룹 레이블 빌리프랩 소속 그룹 엔하이픈 멤버 선우로부터 기부금 5000만원을 전달받았다고 19일 밝혔다. 병원 측은 해당 기부금을 소아청소년 환아를 대상으로 한 심리 정서 지원 프로그램에 배정해, 수술을 앞둔 아이들이 느끼는 불안과 긴장을 낮추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심리 정서 지원 프로그램은 일반적인 장난감 제공이나 일회성 이벤트 수준을 넘어, 의료진과 심리 전문가가 참여하는 체계적 개입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 주요 상급종합병원들은 디지털 콘텐츠, 게임형 인터페이스, VR 기반 시뮬레이션 등을 활용해 수술 과정과 입원 환경을 사전에 익히게 하거나, 환아의 스트레스 반응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이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은 기존 환자경험센터, 아동 전문병동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기부 재원을 심리 상담, 놀이 치료, 디지털 콘텐츠형 정서케어 프로그램에 유연하게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번 기부는 지난해 12월 선우가 형편이 어려워 제때 치료를 받기 힘든 환자들을 돕기 위해 같은 병원에 1억원의 환자행복기금을 전달한 데 이어 두 번째다. 당시에도 별도 홍보 없이 조용히 진행됐고, 뒤늦게 알려지며 팬덤과 대중 사이에서 연예인 기부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누적 1억5000만원 규모의 기부금이 모두 환자 지원용으로 묶이면서, 병원 내부에서는 의료비 지원을 넘어 정서·환경 개선에 자원을 나누는 방향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아동·청소년 환자는 면역과 체력뿐 아니라 불안, 공포, 수면 장애 등 심리적 요인이 치료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 의료현장에서는 수술 전 불안을 줄일 경우, 마취 과정에서의 협조도와 회복 후 통증 민감도가 낮아지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최근 소아병동 중심으로 도입되는 디지털 기반 심리 프로그램들은, 아이 눈높이에 맞춘 애니메이션 설명, 가상 병실 체험, AI 캐릭터와의 대화형 안내 등 IT 기술을 접목해 이러한 부담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해외에서는 소아전문병원을 중심으로 VR 기반 수술 전 교육, 게임화된 재활 훈련, 환아 감정 상태를 실시간 분석하는 웨어러블 기기 연동 플랫폼이 도입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부 병원은 디지털 치료제 개념을 접목해, 특정 앱 사용 시간이 수술 전 불안 감소나 진통제 사용량과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디지털 치료제와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규제 정비를 진행 중인 만큼, 소아 정서지원 프로그램이 향후 의료기기 소프트웨어나 의학적 효능을 검증받는 디지털 치료 수단으로 진화할 여지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소아 환자의 얼굴, 음성, 행동 패턴 등 민감한 데이터가 디지털 플랫폼으로 수집될 수 있는 만큼, 개인정보 보호와 보호자 동의 절차는 필수적인 과제로 남아 있다. 병원과 기업, 기부자는 프로그램 설계 단계에서부터 데이터 최소 수집, 비식별화, 외부 전송 차단 등 안전 장치를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서 지원 목적이라 하더라도 콘텐츠 제공 기업과 플랫폼 사업자가 개입할 경우, 의료 정보와 상업적 데이터 이용 간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선우는 이번 기부와 관련해 엔진으로 불리는 팬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의미 있는 나눔에 참여할 수 있었다며, 팬들로부터 받은 마음을 소아청소년 환아들을 위한 지원으로 돌려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또 수술을 앞둔 아이들에게 이 기부가 추운 겨울을 견디게 해 줄 작은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대중적 영향력을 가진 연예인의 기부가 병원의 정서 지원 인프라 확충과 디지털 심리지원 프로그램 도입 논의를 앞당기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병원 측 역시 향후 기부 재원과 정부·지자체 지원을 연계해, 소아·청소년 환자를 위한 심리 정서 지원과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치료 환경을 구축할지 검토할 전망이다. 산업계는 이러한 흐름이 현장에 안착해 실제 치료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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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하이픈선우#삼성서울병원#소아청소년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