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투자형 SW로 공공에 AI 도입…NIA, 사업 절차 손본다
AI를 포함한 민간의 혁신 소프트웨어 기술이 공공서비스 혁신의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NIA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민간투자형 소프트웨어 사업 체계를 손보며 공공 분야에 민간 AI와 클라우드 등 신기술을 본격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공공기관의 정책 목표와 민간의 수익 구조를 동시에 설계하는 방식으로, 공공 IT 예산 구조와 서비스 품질에 변화를 가져올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NIA는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2025 민간투자형 소프트웨어 사업 통합설명회를 열고 내년도 사업 방향과 제도 개선 내용을 공개했다. 민간투자형 소프트웨어 사업은 민간 기업이 보유한 신기술과 창의적인 서비스 모델을 공공 부문에 도입해, 공공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동시에 초기 투자 부담을 민간과 분담하는 민관협력 구조다.

이번 설명회에서는 김포시와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신규 사업 수요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각 기관은 행정 서비스와 복지 정보 시스템 고도화 과정에서 AI 기반 분석, 챗봇 상담, 데이터 연계 플랫폼 등 민간이 주도해 설계할 수 있는 영역을 중심으로 사업 제안을 요청했다. 참여를 희망하는 민간 기업은 제안 단계부터 사업 구조와 투자 회수 방식, 서비스 운영 방안을 패키지로 제출할 수 있도록 열어뒀다.
NIA는 설명회 이후 개별 수요과제에 대해 사업모델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공공기관의 정책 목표와 성과 지표를 정교화하는 한편, 민간 기업이 투자 대비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과금 체계와 운영 기간을 조율해 실질적인 사업화로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AI 기반 서비스의 경우 데이터 품질과 알고리즘 성능 검증을 위한 단계적 도입을 계약 구조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도 측면에서는 민간투자형 소프트웨어 사업의 추진 절차와 적격성 조사 기준을 정비하는 작업이 병행된다. NIA는 이날 설명회에서 사업 추진 가이드 3.0 개정 방향을 공유했다. 개정안에는 임대형 사업의 성과관리 방안을 세분화하고, 표준실시협약 개정안을 제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임대형 사업은 초기 구축비 대신 이용료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라, 사용률과 품질을 어떻게 측정해 대가를 지불할지에 따라 민간 참여 의지가 크게 달라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추진 가이드 3.0은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성과 지표 정의, 데이터 기반 모니터링, 서비스 중단과 재계약 조건 등을 보다 명확히 담을 예정이다. 표준실시협약 역시 지적재산권 귀속, 데이터 활용 범위, 보안 책임 범위 등을 정교화해 민간 기업의 기술 자산 보호와 공공의 안정적 서비스 운영 요구를 균형 있게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편된다. 특히 AI 서비스의 경우 학습 데이터와 모델 소유권, 재학습과 업그레이드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시장 측면에서는 공공 정보시스템을 대상으로 한 민간투자형 모델이 국내 디지털 서비스 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공공 부문은 대규모 사용자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 수요가 있는 반면, 예산 편성 절차와 입찰 규정이 복잡해 혁신 서비스 도입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민간투자형 구조를 통해 일정 기간 성과 기반 비용 회수를 보장하면 AI 기반 민원 상담, 복지 대상자 맞춤 안내, 도시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공공 AI 서비스 실증과 확산이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민관 협력 형태로 공공 IT 혁신을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클라우드 기반 행정 시스템, 디지털 복지 포털, 도시 데이터 플랫폼 등에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와 AI 기업이 참여하는 장기 계약 모델이 확산되는 중이다. 다만 이들 사례에서도 데이터 주권과 보안, 장기 종속 우려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어, 국내 제도 설계 과정에서도 유사한 쟁점을 세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규제와 표준 측면에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공공 데이터 활용 규정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민간투자형 구조에서 AI를 활용하려면 공공기관이 보유한 대규모 행정 데이터와 복지 데이터를 안전하게 연계·익명 처리하는 기술이 전제돼야 한다. 동시에 사업자가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축적한 이용 데이터를 어떤 범위까지 2차 활용할 수 있을지, 계약 단계에서 명확히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황종성 NIA 원장은 민간투자형 소프트웨어 사업을 통해 AI를 비롯한 민간 혁신 기술을 공공 분야에 적극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민간투자형 구조가 공공서비스 품질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정부 재정 부담을 완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사업 규모에 따른 절차 개선과 공공 AX 사업과의 연계 방안 발굴 등으로 사업 추진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공공부문 IT 투자 구조를 어떻게 재편할지에 따라 민간 AI 산업의 성장 경로도 달라질 수 있다. 산업계는 NIA가 제시한 추진 가이드 3.0과 표준실시협약 개정이 공공과 민간 모두에게 납득 가능한 기준이 될지, 그리고 실제 사업이 어떤 형태로 시장에 안착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