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푸른 바다와 달콤한 쿠키 한 입”…영덕 강구항에서 찾는 가을의 순간

김소연 기자
입력

요즘 가을 바다를 찾아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해가 조금씩 짧아지는 계절, 동해의 바람을 따라 영덕 강구항에서 마주치는 풍경은 여행자들의 마음을 흔든다. 예전엔 파도 소리와 대게의 고장으로만 기억했다면, 지금 영덕은 한 손엔 향긋한 커피와 달콤한 쿠키, 또 다른 한 편으론 활기 넘치는 대게 거리와 소박한 해안 산책로를 품은 일상의 쉼터가 됐다.

 

영덕읍에 위치한 ‘쿠키앤칩스’에서는 매일 아침 직접 구운 18가지 수제 아메리칸 쿠키의 달콤한 냄새에 발길이 멈춘다. 꾸덕한 식감과 묵직한 맛, 그리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어우러져 여행의 피로가 스르르 녹아내린다는 후기가 이어진다. SNS 인증을 남기는 사람들이 점점 늘면서 이제 디저트 카페 방문은 필수 여행 코스로 자리잡았다.

강구항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강구항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반면, 강구항에서는 바닷바람에 실린 대게 냄새와 함께 더욱 역동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대게철, 위판장에서 오가는 어민들의 목소리와 싱싱한 해산물의 소리가 자잘하게 뒤섞인다. 약 3km에 달하는 대게거리에서는 취향 따라 골라 먹는 대게 요리와 각종 해산물 맛집이 늘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실제로 영덕군 통계에 따르면 연중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강구항을 찾고 있다.

 

“달콤한 쿠키 향과 짭조름한 바다 냄새, 그 두 가지가 섞여 나는 꼭 동화 속을 걷는 것 같다.” 현지를 찾은 여행자가 이렇게 표현했다. 여행 트렌드 전문가들은 “영덕 강구항의 매력은 일상과 비일상이 교차하는 순간에 있다”며 “자극적인 경험 대신 소소한 휴식과 감성 충전이 목적이 된 여행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사해수욕장의 잔잔한 파도소리, 공원해파랑 산책로의 여유로운 분위기도 빼놓을 수 없다. 늦가을 햇살 아래 소나무 숲과 하얀 백사장을 걷거나, 동해의 수평선을 배경으로 조용히 바닷길을 거니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작은 위로가 된다. 커뮤니티 반응도 따뜻하다. “대게 먹으러 갔다가 인근 카페에서 예쁜 쿠키 사서 바다 보며 먹는 재미, 이젠 영덕의 시그니처 코스가 됐다”는 후기들이 줄을 잇고 있다.

 

작고 소소한 여행지가 주는 충만함, 그리고 바다 옆에서 찾은 일상의 작은 사치를 경험한 이들은 입을 모은다. “영덕 강구항은 단순한 대게의 본고장이 아니라, 나만의 속도와 감정으로 여행을 완성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김소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영덕#강구항#쿠키앤칩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