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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차시루 흥행 신호탄”…성심당, 케이크 개발도 데이터전쟁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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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지역 베이커리 브랜드 성심당이 선보인 말차시루가 출시 첫날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겉으로는 단순한 시즌 한정 케이크 출시처럼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제품이 성심당이 축적해온 데이터 기반 수요 예측과 제품 기획 전략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고 해석한다. 특히 연말 케이크 시장에서 서울의 초고가 호텔 케이크와 대전 지역 가성비 케이크가 극명하게 대비되면서, 소비자 데이터가 프리미엄과 실속형 두 축으로 세분화되는 양상이 또렷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심당이 새롭게 내놓은 말차시루는 기존 인기 제품인 딸기시루에 말차 크림을 더한 변형 버전으로, 1인 1개 구매 제한이 적용됐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연상시키는 디자인과 한정판 콘셉트가 더해지며 온라인상에서는 이미 구매를 위해 기차표를 끊겠다는 반응까지 등장했다. 실제로 매장 오픈 전 대기 줄이 길게 형성되는 오픈런 현상이 다시 나타나고, 상품 구성과 가격을 둘러싼 후기가 인스타그램과 커뮤니티에 빠르게 공유되는 중이다.

베이커리 업계와 리테일 테크 기업들은 성심당 시루 시리즈의 반복적인 품절과 대기 줄 데이터를 가치 있는 수요 예측 지표로 본다. 특정 요일, 시간대, 기상 조건, 연말 행사 일정에 따라 오픈런 규모와 결제 패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데이터를 활용하면 재료 수급, 생산량 조정, 인력 배치까지 정교하게 최적화할 수 있고, 향후 클라우드 기반 매장관리 시스템이나 POS 데이터 분석 솔루션과 연동할 경우 프랜차이즈화 혹은 온라인 예약 시스템으로까지 확장할 여지도 생긴다.

 

이번 말차시루는 기존 딸기시루의 구조를 그대로 활용하되, 토핑과 크림 조합만 변경한 형태다. 완전히 새로운 공정이나 설비를 들이지 않고, 재료 레시피와 작업 순서만 최적화해 출시 속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데이터로 검증된 기본 레시피 위에 계절 과일과 맛 조합을 바꾸는 모듈형 개발 전략이라 볼 수 있다. 재고 부담이 큰 과일류를 중심으로 시즌성 수요 데이터를 쌓는 구조라, 향후 비슷한 패턴의 제품 기획에 재활용하기 수월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번 기술적 접근은 기존 베이커리의 경험 의존형 수요 예측 한계를 일정 부분 보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에는 장인의 감과 과거 판매량 정도에 의존해 생산량을 결정했다면, 지금은 소셜미디어 언급량, 게시물 조회수, 중고 거래 게시글까지 모두 수요 지표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말차시루 출시 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대전 방문 계획과 대행 요청 글이 늘어난 것은, 출시 공지 단계에서 이미 적지 않은 수요를 선점한 신호로 해석된다.

 

시장 측면에서 보면, 겨울철 딸기 가격 급등과 크리스마스 시즌 수요 집중은 매년 반복되지만 최근에는 가격대별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일부 호텔의 50만원대 프리미엄 케이크는 희소성과 브랜드 이미지를, 성심당 시루 시리즈는 상대적으로 합리적 가격 대비 풍부한 과일과 토핑 구성으로 체감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두 상품군 모두 인스타그램과 숏폼 영상 플랫폼을 통해 확산되면서, 사진과 영상에 잘 담기는 디자인 요소가 사실상 제품 설계 초기 단계부터 고려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글로벌 식품 유통 기업들은 이미 POS 데이터와 모바일 주문 데이터를 통합해 AI 기반 수요 예측 솔루션을 도입하고 있다. 북미에서는 머신러닝으로 특정 매장별 판매량과 재고 폐기량을 예측해 생산과 발주를 조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일본 편의점 체인들은 날씨와 이벤트 데이터를 반영한 도시락과 디저트 생산 알고리즘을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도 대형 커피·베이커리 체인이 매장 단위 수요 예측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지만, 성심당처럼 단일 지역 기반 브랜드가 전국구 화제를 만들며 생기는 데이터는 여전히 구조적으로 분산돼 있다.

 

규제와 제도 측면에서는 아직 베이커리 개별 제품 출시와 관련해 직접적인 기술 규제 이슈는 크지 않다. 다만 온라인 예약 시스템 도입이나 멤버십 앱 구축 과정에서 수집되는 고객 위치 정보와 구매 이력 데이터는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등 국내 데이터 관련 법제의 적용을 받는다. 향후 성심당이 자체 앱을 통해 사전 예약, 픽업 시간을 조정하는 디지털 서비스를 확대할 경우, 결제 데이터와 위치 데이터를 어떻게 익명화하고 분석할지에 대한 내부 가이드라인이 필요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디저트와 베이커리 시장에서도 IT 기반 수요 예측과 데이터 드리븐 제품 기획이 일반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지역 기반 베이커리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식품 산업 연구자는 성심당의 시루 시리즈와 말차시루 사례를 두고, 매장 앞 대기 줄부터 중고 거래, 온라인 후기까지 모두 소비자 행동 데이터로 축적할 수 있다며, 이런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구조화하고 분석하는 시점이 곧 중소 식품 브랜드의 디지털 전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산업계는 결국 어떤 브랜드가 데이터와 감성, 가격 전략의 균형을 먼저 잡느냐에 따라 연말 케이크 시장 구도가 달라질지 주시하고 있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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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당#말차시루#케이크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