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4 상승 마감한 녹십자…외국인, 탄저백신 출하와 알리글로 성장 기대에 대량 매수
11일 코스피 시장에서 녹십자 주가가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 성장 기대와 국산 탄저백신 첫 출하 효과가 겹치며 전일 대비 11.84 급등해 15만 1100원에 마감했다. 최근 실적 부진 우려 속 13만 원대 박스권에 머물던 주가가 강한 턴어라운드 모멘텀을 확인하며 반등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업계에서는 백신과 혈액제제를 축으로 한 중장기 성장 스토리가 구체화되며 수급과 밸류에이션이 동시에 재평가되는 흐름으로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녹십자는 이날 장 초반부터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매수세가 유입되며 상승 폭을 키웠다. 거래량은 52만 9000주로 직전 거래일의 20배 이상으로 뛰었고, 12월 들어 2만 주 안팎에 그치던 일평균 거래량과 비교하면 약 2300 확대한 수치다. 주가는 장중 한때 15만 4700원까지 오르며 5일선과 20일선, 60일선을 잇달아 상향 돌파했고, 기술적으로는 정배열 초기 전환 구간에 진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분석] 외국인이 쓸어담았다… 녹십자, '탄저백신·알리글로' 호재에 11% 폭등한 배경 (제공:AI제작)](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211/1765452748215_85918459.png)
수급 측면에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11일 하루 외국인은 7만 7719주를 순매수하며 최근 한 달 중 최대 순매수 규모를 기록했다. 직전 최대치였던 11월 26일 2만 9813주 순매수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외국인 보유율도 22.7가량에서 23.4로 올라 단숨에 0.7포인트 확대됐다. 반면 기관은 8364주를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지만, 외국인의 매수 강도가 이를 상쇄하며 수급 주도권이 외국계 자금으로 옮겨가는 형국이다.
업종 내 비교에서도 녹십자의 주가 흐름은 돋보였다. 같은 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0.24, 셀트리온은 0.54 오르는 데 그치며 보합권에 머물렀지만 녹십자는 11대 급등으로 차별화된 강세를 연출했다. 시가총액 기준 코스피 214위, 상장주식수 1168만 주 규모의 중형주인 만큼 호재 발생 시 주가 탄력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도 부각됐다. 2025년 예상 실적 기준 녹십자의 PBR은 1.2배 수준으로, 동종 대형 바이오주가 높은 PER 구간에 있는 것과 비교해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 매력이 있다는 평가다.
실적 전망을 놓고 보면 올해가 바닥, 내년이 도약의 원년이 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시장 컨센서스 기준 2024년 연결 당기순손실은 426억 원으로 적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2025년에는 매출 1조 9196억 원, 영업이익 617억 원, 당기순이익 624억 원을 거두며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2025년 예상 PER은 25.29배 수준으로, 올해 적자 구간에서 정상적인 이익 구간으로 진입하며 밸류에이션이 재정렬되는 과정이라는 해석이다. BPS는 11만 원대를 유지해 PBR 1.2배 기준으로 현재 주가는 청산가치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주가 급등을 직접적으로 자극한 요인은 국산 탄저백신의 첫 출하다. 녹십자는 질병관리청과 공동 개발한 세계 최초 유전자 재조합 방식 탄저백신 배리트락스주를 최근 국내에 처음 출하했다. 정부의 국가 비축용 물량으로 공급되며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한 동시에 백신 주권 상징 사례로 평가받는다. 시장에서는 이번 공급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수출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바이오디펜스 분야 매출은 기업가치에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요인으로 받아들여진다.
미국 혈액제제 시장에서의 성과도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녹십자의 면역글로불린 제제 알리글로는 미국 출시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4분기에만 약 600억 원 매출이 기대되고 있다. 단순 원료·제품 수출을 넘어 미국 내에서 실질적인 수익 창출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원료 혈장 확보를 위한 미국 ABO Holdings 인수 추진으로 공급망을 내재화하고 있는 점은 혈액제제 사업의 구조적 수익성 개선 요인으로 해석된다. 최근 수상한 3억불 수출의 탑 역시 글로벌 성장을 입증하는 지표로 작용하며 해외 매출 확대 스토리를 뒷받침했다.
녹십자는 혈액제제와 백신이라는 이중 캐시카우를 보유한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최근 수년간 이익 변동성이 컸다는 점은 투자자들의 부담 요인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탄저백신 출하와 알리글로의 미국 시장 안착이 이익 구조의 질을 높이고 실적 변동성을 줄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외국인 지분율이 아직 23 안팎에 그치는 만큼 향후 매수 여력이 남아있다는 인식이 수급 측면의 추가 상승 기대를 자극하고 있다.
단기 주가 흐름의 관건은 15만 원선 안착 여부다. 이날 대량 거래를 동반한 강세와 외국인 순매수는 단기 지지 라인을 형성할 것이란 기대를 키운다. 기술적 분석에서는 14만 5000원 선을 주요 지지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많으며, 이 수준이 유지될 경우 추가 상승 시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기적으로는 2025년 실적 턴어라운드가 구체화되고 미국 알리글로 판매 데이터가 시장에 공유될 경우, 52주 신고가인 18만 원선 재도전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단기간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 출회 시 13만 8000원 부근까지 되돌림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 제기된다.
투자자들은 2024년 확정 실적이 여전히 적자 기조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상당 부분 주가에 선반영된 만큼 환율 변동, 글로벌 물류 차질 등 외생 변수로 실적 개선 속도가 더딜 경우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서다. 또 GC녹십자의료재단의 검체 검사 관련 행정 처분 이슈는 녹십자 본업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단기적으로 그룹 전반의 투자 심리에 잡음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증권가에서는 탄탄한 수급과 구체적인 성장 모멘텀에도 불구하고 아직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기 전 단계라는 점을 감안해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향후 주가 흐름은 미국 알리글로 판매 추이, 탄저백신 수출 여부, 환율과 글로벌 수요 등 대외 변수에 따른 실적 달성도에 좌우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