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링크로 선박부터 초고층까지"…KT샛, 저궤도 통신 상용화 신호탄
스페이스X의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가 KT샛을 통해 국내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며 해운·부동산 등 인프라 산업의 통신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해상·산악·재난 현장처럼 기존 유선·지상 무선망 품질이 떨어지는 구간에서도 초고속·저지연 연결이 가능해지면서, 디지털 전환과 재난 대응 체계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시를 국내 저궤도 위성통신 상용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는 분위기다.
KT SAT은 4일 스타링크 국내 서비스 개시와 함께 저궤도 통신 시대 개막을 선언했다. 첫 공식 고객으로는 해양 부문에서 SM그룹 선박관리 계열사 KLCSM, 육상 부문에서 롯데월드타워를 운영하는 롯데물산이 각각 참여했다. KT샛은 스페이스X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국내 고객 대상으로 스타링크 단말 공급과 서비스 운영을 맡는다.

저궤도 위성통신은 지상 500에서 2000킬로미터 사이 궤도에 수천기의 소형 위성을 띄워 지구 전역을 촘촘하게 커버하는 방식이다. 기존 정지궤도 위성은 고도 약 3만6000킬로미터에 머물며 넓은 영역을 커버하지만 거리 한계로 지연 시간이 길고, 대용량 데이터 전송 효율이 낮다는 약점이 있었다. 스타링크는 저궤도 위성을 대량으로 운용해 지연 시간을 수십 밀리초 수준으로 줄여, 지상 광대역에 가까운 통신 품질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정지궤도 단일 위성망이 제공하던 수백 kbps에서 수 Mbps 수준의 선박 통신 환경을 수십에서 수백 Mbps급으로 끌어올릴 수 있어, 운항 데이터 실시간 전송과 승조원 복지 서비스 품질 한계를 동시에 보완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KT샛은 기존 GEO 위성과 스타링크 LEO망을 결합한 다중궤도 구조를 구축해, 선박과 초고층 건물 등에서 상황에 따라 최적의 위성을 선택해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인프라를 지향하고 있다.
해운 분야 1호 고객인 KLCSM은 이미 5월 KT샛과 업무협약을 맺고 스마트십 전환에 필요한 위성통신 인프라를 공동 검토해 왔다. 스마트십은 선박 각종 센서에서 발생하는 운항·엔진·연료 데이터와 선원 안전 정보를 실시간 수집해 육상 관제센터로 보내고, 이를 바탕으로 운항 효율화와 예지 정비를 수행하는 디지털 선박 관리 체계를 뜻한다.
그동안 태평양·대서양 등 원양 항로를 운항하는 선박은 정지궤도 위성망에만 의존해 대용량 데이터를 자주 전송하기 어려웠고, 승조원 인터넷 사용도 속도와 데이터량 제한이 컸다. 스타링크를 보조망으로 얹는 다중궤도 통신 구조를 도입하면, 고해상도 카메라 영상과 운항 로그를 실시간 전송하고, 선박·엔진 상태를 육상에서 상시 모니터링하는 체계 구현이 가능해진다.
KLCSM은 스타링크 도입을 계기로 선박 디지털 관리체계 고도화, 자율운항선박 실증사업용 통신망 구축, 선박 사이버보안 체계 강화, 선원 복지 향상 등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엑스웨이브원 솔루션을 결합해 선원 개인이 필요 시 스타링크 데이터를 자유롭게 결제해 사용하는 구조를 도입함으로써, 장기 승선 인력의 생활 품질 개선과 인력 확보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권오길 KLCSM 대표는 스타링크를 활용해 스마트십 운영 완성도를 높이고 글로벌 해운사와 경쟁 가능한 디지털 역량 확보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해운업계에서는 이미 북미·유럽 선사를 중심으로 스타링크 기반 선박 통신 전환이 확산되는 상황이라, 국내 해운사의 본격 도입이 데이터 기반 운항 경쟁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육상 1호 고객인 롯데물산은 롯데월드타워의 재난 대응력 강화를 핵심 도입 목표로 제시했다. 롯데월드타워는 국내 최고층이자 세계 6위 높이의 초고층 빌딩으로, 다수의 피난안전구역과 24시간 운영 종합방재센터를 갖춘 복합 시설이다. 초고층 건물은 구조적 특성상 화재·지진·정전 등 비상 상황에서 유선망 단절, 기지국 장애 등 통신 인프라 리스크에 취약할 수 있고, 이 경우 지자체 재난대응 기관과의 실시간 소통 지연이 초기 대응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롯데물산은 롯데월드타워 22층 피난안전구역과 지하 1층 종합방재센터에 스타링크 단말을 설치해, 도시 기반 통신망과 독립된 백업 통신 체계를 구축한다. 재난 발생 시에도 위성망을 통해 종합방재센터와 지자체, 소방·경찰 등 유관 기관 간 영상·음성·데이터 통신을 유지해, 비상 지휘·상황 전파·피난 유도 정보를 안정적으로 전달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초고층·대형 복합몰 등 복합 인프라 자산에 위성 기반 이중화 통신망을 표준처럼 탑재하는 흐름을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 통신 인프라 측면에서도 스타링크 도입은 새로운 네트워크 아키텍처를 여는 계기가 되고 있다. KT샛은 KT와 협력해 스타링크를 이동형 기지국의 백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백홀은 기지국과 코어망을 연결하는 구간으로, 재난·재해 시 지상망이 손상되면 백홀 장애로 기지국이 고립돼 통신 서비스 전체가 중단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저궤도 위성 기반 백홀은 지상 광케이블이나 마이크로파 회선과 별개로 상시 대체 경로를 확보해, 재난망·임시 기지국 운용에서 유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저궤도 위성 기반 통신망을 재난 대응·국방·해양·항공·원격 지역 인터넷 서비스에 활용하려는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은 스타링크·원웹 등 민간 위성망을 공공 안전망과 연계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일본과 동남아 일부 국가는 도서 지역·산간 오지의 통신 사각지대 해소 수단으로 위성 기반 브로드밴드를 도입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별도 저궤도 위성 통신망 구축보다는, 글로벌 사업자의 망을 국내 통신사 인프라와 연동해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재난·안보 관점에서 외국 기업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어, 트래픽 암호화·접속 제어·국내 게이트웨이 운영 기준 등 보안·주권 이슈를 둘러싼 제도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통신 정책 측면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관련 기관이 위성 기반 인터넷 서비스의 주파수 이용, 국내 게이트웨이 설치, 통신사업자 등록 등 제도적 요건을 단계적으로 정비하는 중이다. 저궤도 위성통신은 데이터 송신 국가가 다국가에 걸쳐 있기 때문에, 국제 통신 규제와 데이터 보호 규정을 어떻게 조율할지에 따라 서비스 확장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재난망 연계나 공공기관 도입이 이뤄질 경우, 보안성 평가와 인증 체계 마련이 핵심 관문이 될 전망이다.
서영수 KT샛 대표는 스타링크 1호 고객으로 KLCSM과 롯데물산이 참여한 것은 해운·부동산 등 다양한 산업에서 저궤도 위성 서비스가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스타링크 기반 다중궤도 서비스를 확대해 빠르고 안정적인 통신을 제공하고, 국내 산업 전반의 비즈니스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저궤도 위성통신이 해운·항공·에너지·스마트시티·재난안전망 등 인프라 중심 산업에서 우선 확산되고, 이후 이동통신 백홀과 사물인터넷 등으로 확장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동시에 위성망 품질·요금 구조·보안 기준이 실제 산업 수요에 얼마나 맞춰질지에 따라 시장 안착 속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산업계는 스타링크를 계기로 열린 저궤도 통신 시대가 국내 디지털 인프라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