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5년 소송에 마침표”…리플·SEC 합의에도 XRP, 규제 불확실성 해소 후 저조한 반등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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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025년 말, 미국(USA)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블록체인 기업 리플(Ripple) 사이 5년에 걸친 법정 공방이 전격 합의로 마무리됐다. 양측이 벌금 1억 2500만달러 수준에서 손을 잡으면서 가상자산 업계 최대 규제 분쟁이 일단락됐지만, 리플의 토큰인 XRP 가격은 1달러 안팎에서 제한적 반등에 그치며 시장의 미온적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소송 종결은 미국 내 가상자산 규제 방향을 가늠할 바로미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핀볼드(Finbold) 등 가상자산 전문 매체에 따르면 SEC와 리플은 XRP의 과거 토큰 판매를 둘러싼 증권성 논쟁에 대해 벌금 1억 2500만달러를 납부하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SEC는 리플이 미등록 증권을 판매했다며 2020년 말 소송을 제기했고, 리플은 XRP가 증권이 아닌 디지털 자산이라고 맞서 왔다. 양측의 합의로 리플은 미국 시장에서 XRP 활용과 관련한 사업 구조를 명확히 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리플과 SEC의 갈등은 가상자산을 둘러싼 미국 규제 공백을 상징해 온 사례였다. SEC는 비트코인과 일부 이더리움 거래를 제외한 다수 토큰을 사실상 증권 범주로 보며 집행에 나섰고, 업계는 과도한 규제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리플 사건은 이런 충돌의 대표 사례로 꼽혀 왔으며,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이 미국 내 발행·상장을 주저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미국 법원이 그간 부분적으로 리플 손을 들어준 판결을 내놓으면서 SEC의 공세도 점차 조정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합의에 대해 리플 측은 “수년간 이어진 불확실성을 끝내고 미국 내 비즈니스 환경을 분명히 했다”는 취지로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SEC 역시 과거 판매에 대해서는 벌금과 시정 조치로 정리하고, 향후 발행 구조에 대해서는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조치는 주변 가상자산 기업에도 선례를 제공하며 미국 규제 프레임 전환 신호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XRP 가격은 단기 급등 대신 1달러대에서 제한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오랜 기간 이어진 소송 이슈가 이미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됐고, 합의 내용이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또 미국 내 규제 환경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인식과, 비트코인·이더리움 중심의 자금 쏠림 현상도 XRP의 상승 여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주요 매체들은 이번 합의를 가상자산 규제의 “전환점”으로 평가하면서도, 합의 하나만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을 전하고 있다. 일부 경제지는 리플 사례를 계기로 의회와 행정부가 토큰 발행 기준과 투자자 보호 규칙을 명문화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과 영국(UK) 등 이미 포괄적 규제 체계를 도입한 지역과의 격차도 함께 언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리플과 SEC의 합의가 단기적으로는 리플과 XRP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다른 프로젝트에 대한 집행 강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동시에 미국 내 가상자산 기업들의 규제 준수 비용이 늘어나는 가운데, 규제 명확성을 앞세운 국가로 기업과 자본이 이동하는 ‘규제 아비트리지’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리플 사건 종결을 계기로 SEC와 업계 사이 추가 합의 사례가 나올지, 그리고 미국 의회가 별도 입법에 나설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합의가 향후 글로벌 가상자산 규제 체계와 시장 판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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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xrp#s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