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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데이터가 말하는 케데헌 열풍…K콘텐츠 확장 가속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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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플랫폼이 수집하는 방대한 이용자 데이터가 K콘텐츠 소비 패턴을 입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줄여서 케데헌은 노래, 숏폼, 2차 창작 영상까지 동시에 끌어올리며 데이터 기반 글로벌 흥행 공식을 재확인시켰다. 업계는 이번 결과를 글로벌 플랫폼과 K콘텐츠 제작사의 IP 경쟁력, 알고리즘 추천을 둘러싼 협업 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유튜브는 3일 2025 연말 결산 리스트를 공개하고, 국내 기준 인기 주제, 최고 인기곡, 쇼츠 최고 인기곡, 최고 인기 크리에이터를 발표했다. 올해 집계에서 케데헌은 인기 주제와 음악, 쇼츠 음악 랭킹을 동시에 장악하며 플랫폼 내 다양한 지표를 뒤흔든 작품으로 기록됐다. 유튜브 측은 조회수와 시청 유지율, 쇼츠 활용량 등 내부 데이터를 종합해 각 부문 순위를 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음악 부문에서 케데헌 IP가 보인 파급력은 숫자로 확인된다. 국내 기준 최고 인기곡 순위에서 케데헌 주제가 골든이 1위에 올랐고, 소다 팝과 유어 아이돌은 각각 3위와 10위를 차지했다. 최고 인기곡은 국내 유튜브 조회수 데이터를 기반으로 집계됐다. 같은 IP에서 파생된 복수의 트랙이 상위권을 점령한 것은 단일 애니메이션 OST가 음악 플랫폼 역할을 하는 동영상 서비스 안에서 별도의 음악 생태계를 형성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쇼츠 생태계에서도 케데헌의 존재감은 더 두드러졌다. 숏폼 전용 순위인 쇼츠 최고 인기곡에서 소다 팝과 골든이 나란히 1, 2위에 올랐다. 유튜브는 두 곡이 댄스 커버와 코스프레 영상의 배경 음악으로 집중 활용되며 수많은 쇼츠 크리에이터에게 영감을 주는 소스로 기능했다고 설명했다. OST가 단순 시청용 배경음악을 넘어 유저 창작을 촉발하는 트리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케데헌 사례는 음악 IP의 활용 범위가 알고리즘과 숏폼 편집 도구를 통해 어떻게 확장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케데헌 외에도 우즈의 드라우닝이 2위, 조째즈의 모르시나요가 4위, 마크툽의 시작의 아이가 6위에 오르며, 국내 아티스트들이 동영상 플랫폼 내 음악 소비 구조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이 데이터로 드러났다. 이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와 동영상 플랫폼 사이에서 팬덤 기반 조회수 경쟁이 병행되는, 이중 구조형 음악 시장이 공고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주제 단위 분석에서도 케데헌은 올해 유튜브 인기 주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와 오징어 게임 같은 K콘텐츠와 더불어 케데헌이 함께 랭킹에 포함되면서, 실사 드라마를 중심으로 형성돼 온 K콘텐츠 데이터 흐름에 애니메이션이 본격 편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튜브는 오징어 게임과 케데헌이 조사 대상국 상당수에서 인기 주제 리스트를 동시에 석권했다며, 글로벌 사용자들이 관련 팬 콘텐츠를 활발히 제작하고 소비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국 인기 주제 리스트는 올해 새로 등장한 주제 또는 이용자 관심 지표가 급증한 주제만을 대상으로 삼았다. 조회수뿐 아니라 검색 빈도, 시청 지속 시간, 관련 영상 제작량 등 복합 지표를 통해 주제별 성장세를 추적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케데헌의 상위권 진입은 단기간에 관심 곡선이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콘텐츠별로 축적된 이 데이터는 향후 추천 알고리즘 조정과 광고 타기팅, 후속 IP 콜라보 전략 수립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개인 창작자와 연예인, 가상 캐릭터가 뒤섞인 크리에이터 순위도 플랫폼 생태계 변화를 보여준다. 국내 구독자 수 기준 최고 인기 크리에이터 부문에서 방송인 추성훈이 1위를 차지했고, 대치맘 등 공감형 캐릭터를 연기한 코미디언 이수지가 2위에 올랐다. 미쉐린 셰프로 알려진 안성재가 6위, AI 캐릭터 정서불안 김햄찌가 7위를 기록했다. 오프라인 인지도와 전문성을 가진 인물, 스토리텔링형 코미디, 인공지능 기반 가상 캐릭터가 동시에 상위권을 형성한 구도다.

 

AI 캐릭터가 메인 크리에이터 랭킹에 진입한 것은 플랫폼이 기술과 콘텐츠를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IP를 만들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서불안 김햄찌 사례처럼 알고리즘 친화적인 짧은 포맷, 고빈도 업로드, 댓글 반영 대사 구조가 결합할 경우, AI 기반 캐릭터도 인간 크리에이터와 유사한 팬덤과 구독자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이런 유형의 크리에이터는 생성형 AI 음성 합성, 얼굴 합성, 자동 편집 도구 등 IT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욱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유튜브의 연말 데이터가 단순 인기 순위를 넘어 글로벌 K콘텐츠 전략 수립의 참고 지표가 되고 있다고 본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데헌처럼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배포된 영상이 유튜브에서 음악, 쇼츠, 팬 메이드 영상으로 재가공되면서, 하나의 IP가 서로 다른 플랫폼의 알고리즘을 타고 다중 노출되는 구조가 공고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IP 보유사 입장에서는 트래픽과 데이터, 굿즈 및 공연 등 2차 수익원 확장 여지를 동시에 검증할 수 있는 장치로 작동한다.

 

유튜브가 정리한 올해 한국 인기 트렌드 리스트와 리포트는 컬처 앤드 트렌드 코너에서 제공된다. 데이터 기반으로 추출된 주제와 크리에이터, 음악 순위는 국내외 제작사와 플랫폼이 향후 콘텐츠 포맷, 배급 전략, 기술 투자 방향을 조정하는 참고 자료로 활용될 여지도 있다. 산업계는 이러한 데이터가 단기 유행을 좇는 지표에 그칠지, 장기 IP 전략과 플랫폼 기술 개발을 견인하는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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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유튜브#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