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1월 외국인 주식 14조2천억 순매도…국제금융센터, 자산 재배분에 따른 조정 진단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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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14조2천억 원 규모의 순매도에 나선 것으로 집계됐다. 2000년 이후 월간 기준 최대 금액으로, 단기적으로 수급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매도 확대가 주가 급등에 따른 포트폴리오 조정 성격이 강하다며, 국내 금융시장 전체 자금 이탈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하고 있다.

 

신술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외국인이 11월 한 달 동안 국내 주식을 14조2천억 원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이 규모가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이 컸던 2020년 3월 12조9천억 원, 미국 관세 우려가 부각됐던 올해 4월 10조1천억 원을 모두 웃돌며 2000년 이후 최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11월 외국인 주식 14조2천억 순매도…시총 대비 비중은 역대 22위
11월 외국인 주식 14조2천억 순매도…시총 대비 비중은 역대 22위

일별로도 매도 강도가 눈에 띄게 커졌다. 신 연구원에 따르면 11월 중 일중 순매도 상위 5위 안에 드는 거래일이 사흘이나 나왔고, 특히 21일에는 2조9천억 원이 순매도돼 2021년 2월 26일 3조 원 이후 두 번째로 큰 일별 매도 규모를 기록했다. 단기 수급 쏠림이 외국인 주도 매도세로 집중된 셈이다.

 

다만 시가총액을 감안한 비중으로 보면 충격도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고서에 따르면 11월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 대비 -0.37%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3월 -0.82%, 올해 4월 -0.43%는 물론, 순매도 금액이 5조1천억 원이었던 2013년 6월의 -0.40%에도 못 미치는 수치로, 역대 22위에 해당한다.

 

신 연구원은 주식시장 규모 확대가 수치상 비중을 희석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올해 들어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57.3% 급증했다며 이 과정에서 외국인 거래 규모도 커져 11월 매도 금액이 절대 규모 기준으로는 크게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체급이 커진 만큼 같은 금액의 매도에도 충격 비율은 예전보다 낮게 나타난다는 의미다.

 

외국인 매도 배경과 관련해 신 연구원은 한국 기업 펀더멘털에 대한 부정적 평가보다는 글로벌 자산 재배분 압력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주가 급등 이후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차익 실현 수요가 커졌고, 인공지능 관련 자산 가격 급등에 대한 버블 경계 심리가 겹치면서 조정이 강화된 것으로 평가했다. 구조적 악재보다는 가격 조정 국면에 가깝다는 해석이다.

 

반면 채권시장으로는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신 연구원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 잔액은 10월 말 312조3천억 원에서 11월 말 329조5천억 원으로 17조2천억 원 증가했다. 그는 이 증가 폭이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채권 순유입 규모라고 밝혔다. 위험자산인 주식에서 회수한 자금이 상당 부분 국내 채권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 연구원은 주식 시장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크게 확대됐지만 채권 시장에는 대규모 자금이 들어오면서 국내 금융시장 전체 차원에서는 자금 이탈 우려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외국인 자금이 한국 시장 밖으로 빠져나갔다기보다는 자산군 간 재배치 양상이 나타난 것이라며 향후 글로벌 금리와 주가 흐름, 인공지능 관련 기술주 변동성 등이 추가 수급 방향을 가를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금융시장은 금리·환율·글로벌 위험선호 지표 변화에 따라 외국인 수급 패턴이 재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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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술위국제금융센터#외국인순매도#채권순유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