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특별재판부 같다”…국민의힘, 내란전담재판부·법왜곡죄 법안에 강력 반발
정치권의 사법개혁 구상을 둘러싸고 국회와 사법부가 맞붙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 왜곡죄 도입을 놓고 여야가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정면 충돌했고, 법원과 법무부, 경찰은 일제히 신중 검토를 요청하며 거리를 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는 1일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운용, 판사와 검사, 수사관 등을 처벌하는 법 왜곡죄 신설을 골자로 한 법률안을 상정해 논의했다. 논의 대상은 12·3 비상계엄의 후속 조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 내란특별법, 윤석열·김건희 등의 국정농단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전담재판부 설치에 관한 법률안 전담재판부설치법, 형법 개정안 법 왜곡죄 등이다.

내란특별법은 특별영장전담법관과 내란특별재판부 도입을 규정하고, 내란 사태와 관련된 책임 규명 과정에서 국민의힘의 정당 국고보조금을 박탈할 수 있는 조항도 담고 있다. 전담재판부설치법은 김건희 특검, 내란 특검, 채해병 특검 등 이른바 3대 특검 사건을 각각 담당할 전담재판부를 1심과 항소심에 두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전담재판부 도입 자체에 우려를 표시했다. 법원행정처는 국회에 전달한 의견서에서 “그 자체로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며 신중 검토 입장을 밝혔다. 헌법상 재판의 독립 원칙과 사건의 무작위 배당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문제 제기다.
법 왜곡죄는 재판이나 수사 중인 사건에서 법관이나 검사가 고의로 법리를 왜곡하거나 사실을 조작할 경우 처벌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다. 입법 취지는 고의적인 법 집행 왜곡을 처벌해 사법 정의를 강화하자는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사법부와 수사기관은 모두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법원행정처는 “범죄 구성 요건이 추상적이고 불분명하며 고소·고발의 남발 및 법적 안정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도 “수사 기관의 방어적·소극적 직무 수행을 조장해 정상 업무 수행을 위축시킬 수 있고, 수사의 중립성·객관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경찰청 역시 “수사한 경찰관을 상대로 무분별한 고소·고발을 할 우려가 있다”고 밝히며 신중 검토가 필요하다는 태도를 취했다.
이날 법안소위에서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전담재판부 도입과 법 왜곡죄 신설에 강하게 반대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내란특별법과 전담재판부설치법을 겨냥해 “반헌법적 법안이다. ‘내란 무죄’가 나올까 봐 두려워하는 민주당이 판사를 골라 쓰겠다는 것으로, ‘나치특별재판부’와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법 왜곡죄에 대해서도 “판검사를 처벌하겠다는 법왜곡죄는 구성요건이 불명확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누가 법 왜곡 여부를 판단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특정 사건 배당과 판결 과정을 문제 삼으며 전담재판부 도입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관련 사건이 배당된 재판부를 지목하며 “윤석열 사건을 지귀연 재판부에게 무작위 배당한 것이 아니라 그냥 꽂은 것 아닌가. 그런 뒤 지귀연은 윤석열의 구속을 취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이어 “온 국민이 답답해하며 지귀연 재판부를 바꿔야 한다고 얘기한다”고 말하며 전담재판부 설치 명분을 부각했다.
여야 공방이 거세지는 가운데, 사법부와 수사기관이 모두 ‘신중 검토’ 의견을 낸 점은 향후 입법 과정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담재판부 설치가 재판의 독립을 침해한다는 우려와, 법 왜곡죄가 직무 위축과 고소·고발 남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맞물리면서 법안 처리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법사위는 추가 논의를 통해 각 법안의 세부 조항을 조정하고 사법부와 수사기관의 의견을 반영할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향후 전체회의와 본회의 심사 과정에서 여야가 다시 한 번 충돌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국회는 내란 및 국정농단 관련 사법 처리 방식과 사법 책임성 강화 방향을 두고 치열한 논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