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데이션모델로 흉부판독”…루닛, 美외래네트워크 선점 노린다
의료 AI 기업 루닛이 미국 대형 외래 영상의학 네트워크에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 흉부 엑스레이 판독 솔루션을 공급하며 북미 의료영상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11개 주, 175개 기관을 운영하는 사이먼메드 이미징과 손잡고 흉부 엑스레이 판독문을 자동 생성하는 맞춤형 인공지능 모델을 구축하는 것으로, 기관별 임상 데이터로 모델을 미세 조정할 수 있는 ‘파운데이션 모델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운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의료 현장에 최적화된 커스터마이징 AI가 영상의학 워크플로우 경쟁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루닛은 1일 미국 민간 외래 영상의학 네트워크 최대 규모 사업자인 사이먼메드와 흉부 엑스레이 판독문 생성 AI 모델 구축 협력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루닛이 자체 개발한 파운데이션 모델 서비스 첫 상용 사례로, 사이먼메드가 운영하는 약 175개 의료기관 전반의 흉부 엑스레이 판독 및 보고 체계를 AI 기반으로 표준화·고도화하는 것이 목표다.

핵심 기술은 루닛의 파운데이션 모델 서비스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다량의 의료영상과 판독 보고서 등 멀티모달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돼, 다양한 질환과 해부학적 구조에 대한 폭넓은 의료 지식을 축적한 대규모 AI 모델을 의미한다. 루닛은 이를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고, 의료기관이 보유한 자체 임상 데이터를 활용해 기관 특성에 맞게 미세 조정하는 환경을 지원한다. 미세 조정은 환자 구성, 질환 분포, 언어 표현, 판독 스타일 등 각 기관의 로컬 특성을 반영해 모델 성능과 사용성을 끌어올리는 과정으로, 기존 일괄형 상용 AI 솔루션 대비 높은 적합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기술은 국가·기관마다 다른 영상 판독 및 보고 관행을 그대로 반영하면서도 AI를 통해 일관성 있는 결과를 내도록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동일한 흉부 엑스레이 소견이라도 미국과 한국, 또는 대학병원과 외래 이미지 센터가 사용하는 용어와 서술 구조는 상당히 다르다. 루닛의 FMS는 이러한 차이를 모델에 학습시키고, 각 기관이 선호하는 템플릿과 판독 표현을 유지한 채 자동 생성된 보고서를 제공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판독자 간 편차를 줄이면서도 현장의 문서 작성 문화를 바꾸지 않는 방향으로 효율화를 추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이먼메드는 FMS를 영상 판독 워크플로우 전반에 통합해, 175개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흉부 엑스레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루닛 AI가 초안을 생성하면 영상의학 전문의가 이를 검토·수정하는 구조를 통해, 판독 소요 시간을 줄이면서도 품질 관리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운영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축적되는 피드백 데이터는 다시 FMS 학습에 활용돼, 실제 임상 패턴을 반영한 반복 개선 사이클이 구축된다.
루닛과 사이먼메드는 이미 유방암 진단 영역에서 협업 경험을 축적해 왔다. 사이먼메드는 올해 루닛의 3차원 유방암 진단 솔루션인 루닛 인사이트 DBT를 도입하며 유방 영상 판독에 AI를 접목했다. 흉부 엑스레이로 협력 범위를 확장하면서, 두 회사는 유방촬영술과 디지털 유방단층촬영술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중장기 전략도 병행한다. 루닛은 내년 중 유방 관련 파운데이션 모델을 추가 공개해 영상 진단 AI를 단일 제품 중심이 아닌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 서비스로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의료영상 AI 시장에서는 이미 흉부 엑스레이 판독 보조, 병변 탐지, 보고 자동화 경쟁이 진행 중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흉부 엑스레이를 활용한 결핵, 폐렴, 폐암 조기 검진 보조 솔루션들이 식품의약국과 각국 규제기관 허들을 넘고 상용화되며, 워크플로우 통합 수준과 기관별 커스터마이징 역량이 주요 경쟁 요소로 부상했다. 루닛이 파운데이션 모델과 미세 조정 플랫폼이라는 구조를 앞세운 것은, 단일 알고리즘 성능 경쟁을 넘어 다수 기관에 반복 적용 가능한 서비스형 AI 모델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다만 각 의료기관의 데이터를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에서 활용하는 만큼, 미국 내 개인정보보호 규제와 의료정보보호법 등 관련 제도에 맞춘 데이터 비식별화, 접근 통제, 로그 관리 체계 구축이 관건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의료 AI 솔루션 도입 시 HIPAA 수준의 데이터 보호 체계를 충족하는지 여부가 계약의 핵심 조건이 되고 있다. 루닛과 사이먼메드는 이러한 규제 환경에 맞춰, 기관 내 데이터 거점과 클라우드 간 연계 구조, 모델 학습 범위를 단계적으로 설정하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국가와 기관별로 상이한 영상 판독 및 보고 방식을 언급하며, 실제 임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AI를 위해서는 현장 데이터 기반 미세 조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FMS를 활용하면 각 기관이 단기간에 자체 데이터를 반영한 모델을 구축·운영할 수 있다는 점을 최대 강점으로 제시했다. 존 사이먼 사이먼메드 대표 역시 AI를 통해 영상 판독의 일관성과 정확도를 높이고 워크플로우를 효율화해, 환자 진료 환경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루닛이 사이먼메드와 손잡고 FMS 상용화에 나선 것은, 영상의학 AI 시장이 개별 알고리즘 판매에서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 플랫폼 경쟁으로 전환되는 흐름과 맞물린다. 업계는 루닛의 첫 FMS 도입 사례가 실제 미국 의료기관 네트워크 전반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안착하는지에 따라, 향후 북미와 유럽 시장 추가 진출 속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규제와 데이터 보호 요구를 충족하면서도 의료진 신뢰를 확보해, 영상의학 워크플로우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