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으로 본 2025년 민심”…네이버, 데이터로 사회 흐름 읽힌다
포털 검색이 사회 흐름을 포착하는 실시간 센서로 기능하고 있다. 네이버가 18일 공개한 2025년 검색어 연말 결산에서 대통령선거, 민생회복지원금 같은 거시 이슈와 함께 드라마 폭싹속았수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등 K콘텐츠가 월별 최다 검색어를 주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거대 플랫폼이 축적한 검색 로그 데이터는 이용자 관심 변화를 시계열로 보여줘, 정치·경제·문화 전반의 ‘디지털 민심’을 읽는 지표로 작동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데이터가 추천 알고리즘과 광고, 콘텐츠 기획을 정교화하는 한편, 빅데이터 기반 정책 설계의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에 따르면 월별 최다 검색어는 사회 이슈와 콘텐츠 흥행, 정책 발표 시점을 비교적 정확히 반영했다. 1월에는 드라마 옥씨부인전, 3월에는 폭싹속았수다, 8월에는 좀비딸 등 공개 시점에 맞춰 화제성을 입증한 영상 콘텐츠가 월간 검색 1위에 올랐다. 2월에는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이 집중 검색을 이끌었다. 한국이 빙상 강세에 더해 프리스타일 스키 등 설상 종목에서까지 두드러진 성과를 내며 종합 2위를 차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10월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 최다 검색어 2위에 올랐다. T1이 월즈에서 사상 최초 3년 연속 우승을 기록하면서 e스포츠가 전통 스포츠급 관심을 끌었다.

정치와 거시 경제 이슈도 검색량 변동으로 또렷하게 드러났다. 5월부터 6월까지는 탄핵 선고 이후 치러진 제21대 대선을 둘러싼 관심이 검색 상위권을 장기간 점유했다. 야당 등 정치 키워드가 반복적으로 상위권에 등장하면서 굵직한 정치 일정을 앞둔 시기에 디지털 공간의 여론 관심도가 어떻게 집중되는지 보여줬다. 7월과 9월에는 민생회복지원금과 상생페이백 정책이 최다 검색어로 부상했다. 지급 기준, 신청 절차, 일정 등을 확인하려는 검색 수요가 폭증한 결과다. 11월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검색 1위를 차지해 교육·입시 일정 역시 검색 패턴과 맞물려 움직이는 양상이 재확인됐다.
세부 카테고리별 최다 검색어는 콘텐츠 소비 구조를 보다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영화 분야에서는 어쩔수가없다가 1위, F1더무비가 2위를 기록했다. 드라마 방송 부문 최다 검색어 1위는 폭싹속았수다로, 플랫폼 중심의 온라인 시청과 입소문이 검색 유입으로 이어지는 전형적 패턴을 보였다. 예능·시사 방송 부문에서는 미스터트롯3와 현역가왕2가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했다.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이 고정 팬덤과 장년층 시청자를 기반으로 검색 트래픽까지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스포츠 분야 상위 검색어 1위부터 5위까지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등 국내 프로야구 관련 키워드가 모두 차지했다. 야구 생중계, 경기 기록, 선수 정보 검색이 모바일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포털이 실시간 경기 관전과 통계 확인의 관문으로 기능하고 있는 구조가 반영된 것이다. 게임·놀이 분야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리그 오브 레전드가 1위를 지켰다. 글로벌 e스포츠 리그, 스트리밍, 크리에이터 콘텐츠가 맞물리며 게임 하나가 장기 트래픽 허브 역할을 하는 전형적 사례로 꼽힌다.
음악과 식음료, 축제 분야 검색어는 생활밀착형 데이터의 성격이 강하다. 뮤직 부문에서는 황가람의 나는 반딧불, 우즈의 드라우닝 등 역주행 곡이 상위권에 올랐다. 숏폼 영상과 알고리즘 추천을 통한 노출이 다시 포털 검색과 음원 재생으로 이어지는 ‘플랫폼 간 순환 구조’를 보여주는 지표다. 푸드 분야에서는 제육볶음 레시피가 1위를 차지했다. 경기 불확실성과 물가 부담 속에 집밥, 간편 조리법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높다는 해석도 나온다. 축제 부문에서는 여의도불꽃축제와 부산불꽃축제가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대형 오프라인 행사를 앞두고 일정, 교통, 관람 명당에 대한 정보 탐색 수요가 포털에 집중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IT 업계에서는 네이버와 같은 대형 플랫폼이 보유한 검색 데이터가 단순 인기 순위를 넘어, AI 기반 수요 예측과 맞춤형 서비스 개발의 핵심 자산으로 평가된다. 카테고리별 최다 검색어는 이용자 관심군을 실시간 분류하는 학습 데이터로 활용돼 광고 타기팅, 추천 알고리즘, 편성 전략 개선에 반영된다. 예를 들어 특정 장르 드라마 검색량이 치솟는 시점에 유사 콘텐츠를 우선 노출하거나, 민생지원금 검색이 급증할 때 금융·보험 관련 연계 서비스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다만 지나친 상업적 활용에 대한 이용자 불신을 막기 위해, 익명화와 비식별화 같은 개인정보 보호 기술 적용이 중요해지고 있다.
정책 측면에서는 플랫폼 검색 데이터가 공공 의사결정의 참고 자료로 쓰일 여지도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민생회복지원금, 상생페이백 등 정책 키워드 검색 급증 구간을 분석해 홍보·신청 시스템에 병목이 발생하는 지점을 미리 점검할 수 있다. 교육 분야에서는 수능, 입시 관련 검색어 패턴을 바탕으로 상담 수요가 몰리는 시기와 정보를 추정할 수 있다. 다만 검색 데이터가 전체 인구를 완전히 대표하지 못한다는 점, 알고리즘 구조에 따라 검색 노출 자체가 왜곡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설계의 보조 지표로만 활용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공존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네이버의 이번 연말 결산이 거대 IT 플랫폼이 가진 데이터 자산의 양면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한 데이터 분석 전문가는 검색어 트렌드는 사회의 표층을 빠르게 포착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해석 과정에서 플랫폼 구조와 이용자 편향을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검색량 변화뿐 아니라 체류 시간, 후속 클릭 경로, 지역별 패턴 등을 종합 분석하는 고도화된 AI 모델이 디지털 여론 분석의 표준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산업계는 플랫폼 데이터 분석이 콘텐츠와 광고, 정책을 동시에 움직이는 키가 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