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엔 트렌드 읽는다”…밀리의서재, 구독 데이터로 본 독서 변화
구독형 전자책 플랫폼이 축적한 독서 데이터를 통해 연말 콘텐츠 소비 패턴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KT 계열 구독 서비스인 밀리의서재에서 트렌드 전망서와 경제·경영 도서 이용량이 11월 초 크게 늘며 데이터 기반 인사이트 확보 플랫폼으로서 역할이 커지는 모양새다. 출판과 IT가 결합한 구독 모델이 독자의 미래 준비 수요를 실시간 데이터로 포착하며, 내년 비즈니스와 라이프스타일 전략 수립의 참고 지표로 활용될 여지가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KT밀리의서재는 10월 15일부터 31일까지와 11월 1일부터 15일까지의 도서 이용량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12월 5일 공개했다. 분석에 따르면 트렌드 관련 도서가 포함된 경제·경영 카테고리의 서재 담기 수는 10월 말 대비 11월 초 17퍼센트 이상 증가했다. 경제·경영 카테고리 톱 50 중 트렌드 관련 도서가 8권을 차지해, 연말을 앞두고 미래전망 콘텐츠로 수요가 집중되는 양상이 확인됐다.

이번 흐름을 이끈 대표 도서는 트렌드 코리아 2026이다. 밀리의서재에 11월 초 공개된 이 도서는 2주 만에 서재 담기 5만4000건을 넘겼다. 구독형 플랫폼 특성상 서재 담기는 실제 읽기 전 행동 데이터에 해당해, 향후 읽기 완료율이나 재방문 패턴 분석과 결합될 경우 이용자 관심도와 전환율을 정교하게 추적하는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이용자 성비는 여성 54퍼센트, 남성 46퍼센트로 비교적 균형을 이뤘고, 연령대별로는 30대가 31퍼센트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20대는 16퍼센트를 기록하며 두 번째로 큰 이용층을 형성했다.
플랫폼 측은 20·30대 이용 비중이 높은 배경에 대해, 이 연령층이 커리어, 소비, 투자 등 현실적 의사결정을 지속해야 하는 시기이면서 사회·경제 구조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대라는 점을 지목했다. 특히 거시경제와 산업 트렌드를 요약해주는 콘텐츠가 중장기 경력 설계, 재테크 전략, 라이프스타일 선택에 실질적인 참고 지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실용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데이터는 독서 행태의 디지털 전환 양상도 보여준다. 밀리의서재는 트렌드 코리아 2026을 전자책뿐 아니라 오디오북, 챗북, 도슨트북 등 다양한 포맷으로 제공 중이다. 텍스트 기반 전자책이 정독에 적합하다면, 오디오북은 출퇴근이나 가사 노동 중에도 배경 지식 습득을 가능하게 하는 형태다. 챗북은 주요 내용을 대화형으로 요약·질문해볼 수 있는 형식으로, 방대한 트렌드 정보를 짧은 시간에 훑고 특정 키워드만 골라보려는 니즈에 대응한 구조다. 도슨트북은 전시 해설처럼 핵심 개념과 사례를 큐레이션해, 장 전체를 읽지 않고도 큰 흐름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처럼 동일한 콘텐츠를 여러 형태로 분할·재가공하는 전략은 플랫폼 입장에선 체류 시간과 재방문 빈도를 높이는 데이터 전략이기도 하다. 이용자는 상황과 목적에 따라 텍스트, 오디오, 대화형 요약 등 다른 포맷을 선택하면서, 서비스는 이용 맥락별 로그 데이터를 축적해 향후 개인 맞춤 추천, 트렌드 리포트 제작 등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출판이 단순 전자책 유통을 넘어, 콘텐츠 소비 전 과정을 데이터화하는 IT 서비스로 확장되는 흐름과 맞물린다.
트렌드 도서 수요는 연말이라는 시기적 특성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해의 성과를 정리하고 다음 해의 시장 변화를 가늠하려는 니즈가 커지면서, 사회·문화·경제 전반을 가로지르는 전망서가 의사결정 참고자료로 활용되는 경향이 짙어졌기 때문이다. 기업 실무자와 프리랜서, 취업·이직 준비자 등은 트렌드 키워드를 통해 내년 소비 패턴, 기술 변화, 산업별 성장 영역을 가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밀리의서재는 트렌드 카테고리 저변을 넓히기 위해 자체 기획 콘텐츠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식품 기업 오뚜기와 협업해 먹는 취향에서 읽어낸 문화 트렌드를 다룬 3분 트렌드 익힘책을 선보였다. 특정 산업군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활 속 미시적 변화를 짚어주는 형태로, 전통적인 출판보다 빠른 기획·제작 사이클로 시장 반응을 시험하는 디지털 오리지널 포맷에 가깝다. 이런 실험은 향후 유통 데이터와 결합될 경우, F&B와 리테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상품 전략에 인사이트를 제공할 여지도 있다.
이성호 KT밀리의서재 독서당 본부장은 트렌드 도서 소비 방식 변화에 주목했다. 그는 트렌드 도서는 한 번에 몰입해서 읽기보다 상황과 목적에 따라 필요한 내용만 빠르게 확인하려는 수요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플랫폼이 트렌드 도서를 전자책, 오디오북, 챗북 등 다양한 형태로 제공하는 전략은 독자가 트렌드 정보를 생활 속에서 유연하게 활용하도록 돕기 위한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플랫폼은 시의성이 중요한 도서일수록 접근 방식을 더 세분화해, 이용자가 자신의 리듬과 패턴에 맞춰 정보를 흡수할 수 있도록 독서 경험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밀리의서재가 확보하는 대규모 독서·청취 데이터가 출판과 콘텐츠 산업 전반의 기획 방향을 재편하는 지표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