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위대하게 만든 영웅들”…소년공 출신 이재명, 산업 역군 초청해 경제력 강조
정치적 격랑을 거친 뒤 회복을 모색 중인 청와대와 산업 현장이 마주했다. 소년공 출신인 이재명 대통령이 무역의날을 맞아 산업화 세대의 주역들을 청와대로 초청하면서, 민주주의 회복의 배경으로 경제력과 산업 역량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조업과 수출 최일선에서 일해 온 산업 역군 90여명과 함께 오찬을 했다. 대통령은 같은 날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무역의날 기념식에는 가지 않고, 대신 조선·자동차·섬유·전자·기계·방산·해운 등 각 분야 현장 인력을 청와대로 불러 노고를 기렸다.

이날 자리에는 1973년 6월 9일 포스코가 제1고로에서 첫 쇳물을 뽑아낼 당시 핵심 역할을 맡았던 이영직 당시 포스코 토건부 차장과, 세계 첫 극지용 드릴십 건조에 참여해 대한민국 선박설계 명장 1호로 선정된 정운곤 엘엔지테크니컬서비스 실장이 참석했다. 또 포니와 에쿠스 등 34종의 자동차 모델 개발을 주도해 산업포장과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이충구 연합시스템 경영고문 겸 전 현대자동차 사장도 함께했다.
1982년 대우어패럴에 입사한 구로공단 1세대 여성 노동자로 현재까지 미싱사로 일하며 노동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강명자 씨, 선박 도장 작업을 이어온 부자 기술인 백종현 씨와 백승헌 씨, 지상화기 17종 국산화에 기여한 이른바 K 방산 명장 박정만 씨, 초기 파독 광부로서 현지 기술을 국내에 전수한 심극수 씨 등 다양한 산업 분야 인물들이 영빈관에 모였다.
이 대통령은 참석자들의 현장 경험을 들으며 자신의 소년공 시절을 언급했다. 그는 과거 산업 현장에서 겪었던 일화를 나누며 노동자와 기업인의 역할을 강조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정국 전환의 계기가 됐던 쿠데타와 민주주의 회복 과정도 이날 언급됐다. 이 대통령은 “작년 12월 3일 이후 6개월간 우리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며 “한반도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다고 하니 처음에는 북한인가보다, 잘됐다는 반응이 나오다가도, 노스 아니고 사우스였어라며 놀라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를 평화롭게 이겨내고 다시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과정을 보며 역시 놀라운 나라 대한민국이라는 평가도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평가는 산업과 경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대통령은 “그 근저에는 우리 산업·경제 역량이 자리하고 있다. 문화 역량도 다 경제력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이 경제를 뒷받침하는 산업 역량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힘 그 자체다. 그 속에 여러분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 역군을 민주주의 회복의 토대이자 국가 경쟁력의 원천으로 규정한 셈이다.
노동자와 기업인에 대한 감사도 거듭 밝혔다. 이 대통령은 “여러분이 이 나라를 위대하게 만든 영웅들”이라며 “이 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모르지만, 그 중심에는 명확히 국민의 노력이 있고, 그 중심에 대한민국의 위대한 노동자와 기업인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업화 세대의 땀과 희생이 현재의 경제력, 그리고 정치적 회복력을 가능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 대통령이 무역의날 공식 기념식 대신 산업 현장 인력과의 오찬을 택한 배경을 두고 정치권 해석이 엇갈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통적인 대규모 행사보다 산업화 세대와의 상징적 소통을 통해 경제와 민주주의의 연계를 부각하고, 서민·노동자 출신 대통령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대통령실은 선택의 배경을 실무 중심 행보로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례적인 기념식에 참여하기보다는 현장에서 땀 흘린 근로자를 만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며 “바쁜 업무 탓에 외부 행사에 다닐 여력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의전 행사를 줄이고 청와대 안에서 현장 인력을 직접 초청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취지다.
이날 청와대 영빈관 오찬은 산업화 1세대와 현직 노동자, 방산과 조선·자동차·섬유 등 주력 산업의 상징 인물들을 한자리에 모으며, 향후 이재명 정부의 산업·수출 정책 방향과 노동·기업정책 메시지를 가늠하는 계기로도 해석되고 있다. 정부는 산업 역군과의 접점을 넓히며 경제·민생 아젠다를 부각하는 행보를 이어갈 방침이며, 국회 역시 무역·수출 경쟁력 강화와 노동 지원 정책을 다음 회기에서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