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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성평가 상향 기준 통과”…KCA, 자율 안전관리 모범 입증

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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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안전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방송통신 인프라 운영기관이 자율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를 공식 인정받았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북서울본부가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 인정을 취득하면서, 정보통신 인프라 분야에서도 제조업 수준의 체계적 안전관리 모델이 부상하고 있다. 올해부터 합격 기준이 90점으로 상향된 만큼, 업계에서는 이번 성과를 방송통신 시설 운영기관의 안전 리스크 관리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특히 디지털 전환 확대로 데이터센터와 전파 송출 시설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전파·통신장비 설치와 유지보수 과정의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선제적 대응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북서울본부는 최근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 인정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은 사업장 내 유해·위험요인을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실질적인 개선 조치를 통해 재해 예방 시스템을 구축한 사업장에 부여된다. 올해부터 제도 신뢰도 제고를 위해 합격 기준이 70점에서 90점으로 상향되면서, 형식적 평가를 지양하고 실효적 안전활동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재정비된 상황이다. 북서울본부는 이 강화된 기준을 충족해, 방송통신 인프라 운영기관의 안전관리 수준이 제조업이나 건설업 못지않게 고도화되고 있음을 입증했다.  

위험성평가는 사업장 내 위험요인을 사전에 찾아내고, 그 위험 정도를 정량·정성적으로 분석해 개선 대책을 수립하는 절차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전파 송출, 안테나 설치, 장비 유지보수, 시설 점검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추락, 감전, 협착과 같은 산업재해 요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해왔다. 이번 인정 심사에서는 위험요인 리스트 작성, 우선순위 설정, 개선 이행과 사후 검증까지 전 과정이 현장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지가 중점적으로 평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파·통신분야 특성상 고소 작업과 협소 공간 작업이 빈번한 점을 고려해, 작업 단계별 표준작업지침을 세분화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전사 차원의 위험성평가 교육을 바탕으로 안전관리 체계를 고도화해왔다. 내부 교육에서는 법정 안전규정뿐 아니라 실제 장비 설치 현장에서 발생했던 아차사고 사례를 데이터로 축적해 교육 콘텐츠에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 4·4·4 안전점검의 날을 운영해 정기 점검 주기를 표준화했다. 4·4·4는 월별, 주별, 일별 단위로 안전점검을 반복하는 구조를 의미하며, 설비 상태 점검과 작업환경 점검, 보호구 착용 여부 확인 등 세부 항목을 통해 현장의 안전 수준을 상시 모니터링하는 체계로 알려져 있다.  

 

현장 작업 전 실시하는 TBM 활동도 핵심 요소다. TBM은 작업 시작 전 작업자들이 모여 그날의 작업 내용과 예상 위험요인을 공유하고, 안전수칙을 재확인하는 회의 방식이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TBM을 형식적 보고 절차가 아닌 양방향 소통 창구로 운영해 왔다. 현장 작업자는 TBM에서 발견한 위험요인을 즉시 내부제안제도와 연계해 개선 요청을 제출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축적된 제안과 아차사고 사례는 다시 위험성평가 데이터베이스에 반영된다. 이 구조를 통해 위험요인 식별, 개선 아이디어 도출, 제도 반영이 하나의 순환 구조로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형태가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근로자 참여형 개선 프로그램도 주목된다. KCA는 내부제안제도와 더불어 아차사고 공모전을 운영해 현장에서 놓치기 쉬운 잠재 위험요인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아차사고는 실제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사고 발생 직전 상황을 의미하며, 통상적으로 산업재해 예방의 선행지표로 평가된다. 수집된 아차사고 사례와 제안은 설비 개선, 작업 절차 변경, 교육 내용 개편 등으로 이어지며, 이 전 과정에 현장 근로자가 직접 참여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방송통신 시설 특성에 맞춘 보호구 착용 기준, 케이블 포설 동선 정리, 장비 반출입 동선 개선 등의 세부 개선 조치가 반복 시행되면서, 현장의 체감 안전 수준도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지털 인프라 확대에 따라 IT·방송통신 시설의 안전관리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데이터센터, 5세대 이동통신 기지국, 위성 지상국, 방송 송출소 등 다양한 인프라가 동시에 운영되면서, 전기·전파·기계·소프트웨어가 융합된 복합 위험이 상존하는 구조다. 특히 장비 고밀도 설치, 배선 복잡도 증가, 무정전 전원 설비 운영 등은 기존 제조업과 다른 유형의 리스크를 만든다. 방송통신 인프라 사업장에서의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 인정은 이런 융합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운영 표준을 보여준 사례로 읽힌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데이터센터와 통신 인프라의 안전·보건 기준은 점차 강화되는 흐름이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전기 안전, 화재, 작업환경을 아우르는 통합 안전 인증과 환경·사회·지배구조 지표를 연동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제조업 중심으로 발전해 온 산업안전보건 제도가 정보통신과 디지털 인프라 분야로 확장되는 추세이며, 위험성평가 제도 역시 서비스 산업 전반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통신 인프라 운영기관이 강화된 평가 기준을 충족한 것은 디지털 인프라 안전관리 수준이 글로벌 규제 강화 흐름에 맞춰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안전 규제 환경도 점차 정교해지는 방향이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으로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 의무가 강화되면서, 형식적인 안전 교육과 문서 관리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의 예방 중심 체계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 제도는 이런 전환을 촉진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으며, 평가 기준 상향 조정은 실제 재해 감소 효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방송통신 인프라 분야의 우수사례가 축적되면, 향후 디지털 헬스케어 설비나 스마트팩토리, 공공 데이터센터 등으로 확산될 여지도 있다.  

 

이상훈 원장은 이번 성과를 TBM 활동과 내부제안제도, 아차사고 공모전이 연계된 구조적 결과로 평가했다. 그는 스스로 안전을 만들어 가는 자율 예방관리 중심의 일터 조성을 강조하며, 현장 소통을 기반으로 한 안전문화 내재화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산업계에서는 방송통신 인프라를 포함한 디지털 기반 시설 전반에서 이런 자율 예방 중심 모델이 얼마나 빠르게 확산될지를 주목하고 있다. 기술 고도화 속도만큼이나 안전관리 체계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제도와 현장, 데이터와 문화가 균형을 이루는 방향이 새로운 성장의 조건이 되고 있다.

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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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a북서울본부#위험성평가우수사업장#이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