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당 지도부에 남겠다"…이언주,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로 최고위 체제 유지 힘실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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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지도체제 안정과 차기 선거 전략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들이 갈림길에 섰다.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역단체장 출마를 준비하는 인사들의 사퇴가 예견된 가운데, 당 안팎의 경기도지사 출마설이 제기된 이언주 최고위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며 현 최고위원회 과반 유지에 힘을 보탰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30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에서 내년 지방선거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스스로 돌아보기에 저는 아직은 더 역량을 쌓고 당과 지역구에 기여해야 할 때란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최근 당내에서 이 최고위원의 경기도지사 도전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출마보다 당 지도부 잔류를 택한 셈이다.

이 최고위원은 자신이 맡을 역할에 대해 "제가 선수로 뛰기보다 당 지도부에 남아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훌륭한 동료 정치인들을 든든히 뒷받침하는 것이 제 역할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지방선거 전까지 이재명 정부 지원과 당 승리 지원에 무게를 두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기꺼이 쓰이는 거름이 되고자 한다"며 "그동안 내란 극복과 대선 승리를 위해 동고동락해 온 동료 최고위원 중 출마를 위해 떠나시는 분들께는 건투를 빈다"고 덧붙였다. 일부 최고위원들의 출마 이탈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은 지도부를 지키겠다는 메시지를 함께 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당내에서는 지방선거 출마를 원하는 최고위원들 가운데 5명 이상이 사퇴하면, 9명 중 5명 이상이 필요한 최고위원회 의결 정족수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최고위가 과반을 잃을 경우 지도부 권한 행사에 제약이 생기고, 공천과 전략 수립 과정이 혼선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이언주 최고위원이 불출마를 선택하면서 당분간 현 최고위원회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출마로 생기는 최고위원 공석은 보궐선거를 통해 단계적으로 메워지는 방향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현재로선 전현희 최고위원, 김병주 최고위원, 한준호 최고위원 등 세 명의 사퇴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안팎에서는 전현희 최고위원이 서울시장 선거에, 김병주·한준호 최고위원이 경기도지사 경선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광역단체장급 선거에 최고위원들이 연쇄적으로 뛰어들면서, 지도부 선거 기획과 공천 준비 과정에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고위원 사퇴 시점과 관련한 당내 기준을 설명했다. 조 사무총장은 "(출마를 위한) 최고위원 사퇴시한은 내달 2일 밤 12시까지"라며 "내달 1일 최고위 뒤에 사퇴하는 분들의 의사 표시가 공식적으로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사실상 12월 1일 최고위원회의 직후를 분수령으로 제시한 셈이다.

 

이에 따라 뒤이은 최고위원 보궐선거 일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조 사무총장은 지도부 공백 최소화를 강조하면서 "지도부 공백이 장기화하지 않도록 가능한 한 시기를 최소화해서 진행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후보 공고 등 당 내부 절차를 고려해 "30일+알파의 기간 내에 선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새 최고위원 보선까지 약 한 달 남짓한 과도기를 상정한 말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이재명 정부 중간 평가이자 총선 전초전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고위원들의 잇단 출마는 조직력 분산 우려와 동시에 선거를 이끌 간판급 인물 배치라는 두 가지 효과를 함께 낳을 수 있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지도부 잔류를 택하면서 당내에서는 최소한의 의결 구조를 유지한 채, 보궐선거를 통해 새 얼굴을 수혈하는 절충형 구도가 떠오르고 있다.

 

향후 민주당은 사퇴 의사를 밝힐 최고위원들의 거취와 보궐선거 시점을 조율하며 지방선거 전략 수립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조승래 사무총장이 제시한 시한에 맞춰 최고위 인선 윤곽이 드러나는 만큼, 내달 초 최고위원회의는 내년 선거 구도를 가르는 첫 고비가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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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주#더불어민주당#최고위원보궐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