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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엔터 웹툰 개미 독점 공개…IP플랫폼 경쟁 재점화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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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 소설 개미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디지털 플랫폼에서 초장기 웹툰으로 재탄생한다. 빅테크 계열 콘텐츠 기업들이 글로벌 확장을 위해 웹툰 IP를 핵심 디지털 자산으로 삼는 흐름 속에서, 스테디셀러를 장편 시리즈로 구현하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 추천, 데이터 기반 유통이 고도화된 IP 플랫폼 경쟁의 분기점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장편 소설 개미를 원작으로 한 동명 웹툰을 24일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에서 독점 공개한다. 첫날 10화를 선공개하며, 전체 분량은 약 250화 규모로 기획됐다. 2년여 제작 기간을 들여 장편 소설 전체를 웹툰 포맷에 맞춘 시리즈로 재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웹툰 개미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2025 글로벌 웹툰 IP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된 작품이다. 국가 차원의 IP 경쟁력 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비와 글로벌 유통 측면에서 지원을 받으면서, 향후 다국어 번역과 해외 플랫폼 동시 공개 등 확장 전략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원작 개미는 1993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후 인간과 개미의 세계를 교차 서사로 풀어낸 독창적 설정으로 오랫동안 판매가 유지된 대표 스테디셀러다. 방대한 분량과 철학적 메시지, 독특한 세계관 때문에 영상화나 만화화가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웹툰 포맷에 맞게 전면 각색됐다.

 

제작은 웹툰 스튜디오 케나즈가 맡고 연출은 김용회 작가가 담당했다. 김 작가는 누적 조회 수 1억 회를 기록하며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된 도깨비언덕에 왜 왔니를 비롯해 한여름밤의 꿈, 닥터 파인의 하루 등에서 서사 구성과 연출력을 인정받은 웹툰 창작자로 꼽힌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원작 IP와 제작사, 검증된 연출 역량을 결합해 장기 시리즈에 최적화한 제작 파이프라인을 구축한 셈이다.

 

서사 구조 측면에서는 웹툰 플랫폼 이용 패턴에 맞춘 재배치가 눈에 띈다. 작품은 원작과 동일하게 주인공 조나탕 웰즈가 삼촌의 유언에 따라 집을 상속받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다만 연재 초반 이탈률을 줄이기 위해 미스터리와 세계관을 드러내는 핵심 사건을 전반부에 집중 배치했고, 인간과 개미 공동체의 에피소드를 교차해 보여주되 각 캐릭터의 개성과 개별 서사를 강화해 회차 단위 완결감을 높였다.

 

이 같은 구조 재설계는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서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는 체류 시간, 회차당 구매 전환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특히 250화 규모의 초장기 연재는 플랫폼 내 이용 데이터를 장기간 축적해 추천 알고리즘과 해외 서비스에 활용하기 용이하다는 점에서 IP 비즈니스 관점의 실험 성격도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일본 출판사와 미국 빅테크 계열사가 기존 베스트셀러 소설을 웹툰과 웹소설로 동시에 리패키징하며 IP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경쟁사들이 인기 소설이나 드라마를 웹툰으로 재가공해 동시다발적으로 선보이고 있어, 개미와 같은 검증된 해외 소설 기반 대형 프로젝트는 플랫폼 간 차별화 카드가 될 수 있다.

 

정책 측면에서는 정부의 글로벌 웹툰 IP 제작 지원 사업이 디지털 콘텐츠를 수출 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일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웹툰 한 편이 향후 드라마, 영화, 게임, 메타버스 콘텐츠 등으로 확장될 경우, 초기 기획 단계에서부터 다각도 활용을 염두에 둔 IP 설계와 데이터 기반 수요 예측이 필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카카오페이지는 웹툰 개미 론칭을 맞아 다음 달 7일까지 회차 대여권 묶음 할인, 캐시 럭키드로우 등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플랫폼 초기 유입을 늘리고, 장기 시리즈에 대한 독자 선호 데이터를 조기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은 소설 개미의 첫 웹툰화가 단순한 고전 재해석을 넘어, IP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콘텐츠 공급망 재편과 글로벌 플랫폼 경쟁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프로젝트가 실제로 해외 이용자까지 끌어들여 수익 모델을 증명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분위기다.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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