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윤석열 전 대통령 인연에 오만방자"…여야, 김범석 책임론 정면 충돌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둘러싼 여야 공방과 쿠팡 책임론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정면으로 격돌했다. 특히 쿠팡 창업자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을 둘러싸고 증인 불출석 논란과 정관계 인맥 공방이 이어지며 정치권까지 파장이 번지는 양상이다.
3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한 현안 질의가 진행됐다. 회의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 남동일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출석했다. 그러나 정작 사태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되는 김범석 의장은 국정감사에 이어 또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김범석 의장의 책임 회피를 강하게 비판하며 대규모 피해에 상응하는 징벌적 조치를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은 "김범석 의장은 기업가나 경영자가 아니라 로비스트, 브로커"라며 "공직자 여러분과 국회 직원 여러분들은 쿠팡 대관 담당자를 절대 만나지 마시라"고 말했다. 그는 대관 조직을 매개로 한 로비 의혹을 정조준하며 쿠팡과 정치권 간 접촉 차단을 요구했다.
같은 당 김남근 의원은 사고 인지 시점과 대응의 진실성에 쟁점을 뒀다. 그는 "쿠팡이 일찍이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알면서도 축소·은폐했는지가 쟁점"이라며 "5개월 동안 유출을 몰랐다면 쿠팡은 사업을 닫아야 하고, 알면서도 쉬쉬한 거라면 징벌적 손해 배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늦장 대응이든 은폐든 어느 쪽이든 중대한 경영 책임 사안이라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역시 김범석 의장의 국회 무시 태도를 문제 삼으며 공세에 가세했다.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은 국정감사에 이어 이날까지 이어진 불출석을 언급하며 "돈은 한국에서 다 벌어가면서 왜 한국에 오지 않느냐"고 질타했다. 한국 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국내 책임 소재와 국회 통제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는 비판이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도 날을 세웠다. 그는 "김범석 의장은 쿠팡을 미국에 상장했다는 이유로 국회의 부름에 전혀 답하지 않고 있다. 너무 무책임하다"며 "정무위에서 고발 의결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국 상장을 방패 삼아 한국 의회 감시를 회피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유출 책임자로 지목된 전직 쿠팡 직원의 국적 문제를 들어 안보 우려까지 제기했다.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은 "중국의 국가정보법상 국가가 원하면 개인으로부터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며 "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유출된 쿠팡 정보를 가져가면 우리나라 유통망이 기반부터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정보 유출이 중국발 전자상거래 업체의 시장 잠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같은 당 강민국 의원은 쿠팡 내부 인력 구성 논란을 쟁점화했다. 그는 "쿠팡 정보통신 인력 절반 이상이 중국과 인도 국적, 관리자급 90% 이상이 중국인이라는 내부 폭로가 제기됐는데 사실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박대준 쿠팡 대표는 "한국인이 절대다수"라고 선을 그으며 의혹을 부인했다. 여야는 향후 자료 제출 여부와 추가 증인 채택 등을 두고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민주당에서는 쿠팡의 태도 배경에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 정관계 인맥이 깔려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왜 이렇게 쿠팡이 오만방자한가 했더니 강한승 전 쿠팡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이고 한덕수 전 총리를 미국 대사관에서 모셨다"고 말했다. 과거 정권 핵심 인사들과의 인연이 쿠팡의 대정부·대국회 대응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다.
이에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가 쿠팡의 대관을 맡고 있다고 맞받았다.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5년간 대통령비서실 국정기록비서관 지낸 조 모 씨가 쿠팡의 대관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여야 모두 상대 진영과 가까운 인사를 겨냥하며 책임 공방을 벌이는 구도다.
정무위 차원의 현안 질의가 진행되면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당국도 대책 마련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의 정보보호 의무 위반 여부, 소비자 기만 소지, 피해자 구제 방안 등을 살펴 관련 조치를 검토할 전망이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둘러싸고 경영진 책임과 정관계 인맥, 해외 인력 구조 논란까지 한데 묶어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정치권은 향후 추가 청문회 개최와 고발 여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보완을 놓고 추가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