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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격능선에서 산화한 스무 살 청년”…6·25 호국영웅 고 이재식 일병 유해 73년 만에 귀환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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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기억이 희미해지는 사이, 6·25전쟁 전선에서 스무 살 청춘을 바친 국군 장병 한 명이 뒤늦게 이름을 되찾았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이 강원도 화천군에서 발굴한 호국영웅 고 이재식 일병의 유해를 확인해 9일 유가족에게 인도했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은 9일 자료를 통해 6·25전쟁 전투 중 전사한 국군 제2사단 소속 고 이재식 일병의 유해를 발굴·감식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유해는 2000년 9월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일대에서 수습됐으며, 이후 장기간에 걸친 유전자 분석 끝에 최근 신원이 최종 확인됐다.

고 이재식 일병은 1950년 10월 입대해 국군 제2사단에 배치됐다. 그는 1951년 8월부터 9월까지 강원도 양구 일대 735고지 전투에 투입됐고, 같은 해 10월에는 강원도 철원에서 진행된 금화 금성 진격전에 참전했다. 치열한 고지전과 공방이 이어지던 1952년 11월, 중부전선에서 벌어진 저격능선 전투에 참가했다가 중공군과 교전 중 전사했다.

 

저격능선 전투는 당시 국군 제2사단이 중부전선 철의 삼각지대로 불린 전략 요충지 저격능선을 탈환하기 위해 중공군 제29사단과 맞붙은 고지 쟁탈전이었다. 군사적으로 중요한 요충지를 사이에 두고 치열한 공격과 방어가 반복된 격전지에서 고인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유해발굴감식단은 이날 강원도 동해시보훈복지회관에서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를 열고 유가족에게 신원확인 통지서와 함께 유품을 전달했다. 군은 행사를 통해 고인의 전투 경위와 신원 확인 과정 등을 설명하며 전우와 조국을 위해 산화한 고인의 희생을 기렸다.

 

고 이재식 일병은 올해 들어 19번째로 신원이 확인된 호국영웅으로 기록됐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에 따르면 2000년 4월 유해발굴 사업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신원이 확인된 국군 전사자는 고인을 포함해 총 267명이다. 장기간이 지나 신원 확인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유전자 분석과 유가족 시료 채취 등이 이어지면서 귀환 영웅이 점차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군 당국은 6·25전쟁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을 중단 없이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은 DMZ와 후방 지역을 중심으로 유해 수습과 신원 확인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국방부는 앞으로도 유가족 유전자 시료 채취와 자료 축적을 확대해 아직 이름을 찾지 못한 전사자들을 가족 품으로 돌려보낸다는 계획이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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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식일병#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6·25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