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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술거부권 행사 가능성 크다"…김건희, 고가 금품 의혹 특검 8번째 대면조사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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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금품수수 의혹을 둘러싸고 대통령 배우자와 특검이 다시 정면 충돌했다. 각종 비리 의혹으로 수사와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는 김건희 여사가 4일 특별검사팀에 출석하면서, 향후 재판과 추가 수사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사무실로 김 여사를 소환해 고가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대면조사를 진행했다. 김 여사는 오후 1시 50분께 법무부 호송차를 이용해 특검 사무실에 도착했다.

이번 출석은 지난 8월 29일 구속기소 이후 두 번째 조사다. 특검팀 출범 이후로는 여덟 번째 대면조사로, 직전인 9월 25일 조사 이후 70일 만에 다시 특검 문을 두드린 셈이다.

 

김 여사의 변호인인 유정화 변호사는 출석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아직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의 자수서 등 자료를 보지도 못한 상황"이라며 "김 여사가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수사기록 열람·등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어 논리를 내세우며 조사 범위와 방식에 제동을 건 모양새다.

 

특검팀은 이날 조사에서 김 여사가 여러 인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대가로 고가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 전반을 추궁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우선 쟁점은 이른바 나토 목걸이로 알려진 고가 귀금속 수수 의혹이다.

 

특검에 따르면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등 귀금속을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지난 8월 제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맏사위인 박성근 변호사의 공직 임용을 김 여사 측에 청탁하면서 문제의 목걸이를 선물했다는 취지로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 같은 자수서 내용과 주변 정황을 토대로 목걸이 제공 시점, 전달 경위, 대가성 여부 등을 세밀하게 따져 묻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더해 목걸이 외에 다른 금품 제공이 있었는지도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의 질문은 또 다른 금품 제공 의혹으로도 이어졌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2022년 3∼4월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으로부터 공직 임용 관련 청탁과 함께 금거북이 등 선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놓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당시 정부 인사 라인과 대통령실 인사 검증 과정에 어떤 경로로 접촉이 이뤄졌는지, 김 여사가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이 관건이다.

 

같은 해 9월에는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 씨로부터 사업 편의 제공을 청탁받는 대가로 5천만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특검팀은 시계의 실물 확보 여부, 구매·운반 경로, 사업 인허가와 용역 수주 과정에서 실제 특혜가 있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날 조사를 통해 김 여사의 진술을 토대로 적용 법리를 구체화하고, 금품 제공자로 지목된 인물들을 피의자로 전환할지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향후 계좌추적, 통신기록 분석 등 추가 강제수사 개시 여부 역시 이날 조사 내용을 토대로 결정될 전망이다.

 

수사와 별개로 김 여사는 이미 중대 사건들에 대해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8월 29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명태균 전 국회의원 선거 개입과 관련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이른바 건진법사와 통일교 연계 인사들의 인사 청탁과 관련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재판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전날 열린 결심공판에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 여사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20억원, 추징금 9억4천800여만원을 선고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특검은 범행 기간과 수법, 영향력의 크기 등을 고려할 때 중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는 최후진술에서 자신의 혐의 상당 부분을 부인하면서도 유죄 취지의 판결 가능성을 의식한 듯 반성과 억울함을 동시에 드러냈다. 그는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말하면서도 "저도 너무 억울한 점이 많지만 제 역할과 제가 가진 어떤 자격에 비해서 너무 제가 잘못한 점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특검이 말하는 것처럼 하는 것은 좀 다툴 여지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여권 일각에서는 특검 수사가 과도한 정치 수사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야권과 시민단체는 대통령 배우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며 강경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지는 가운데, 특검 조사와 재판 결과가 내년 정치 일정과 국정 운영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낳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이날 조사를 토대로 추가 소환 필요성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내달 28일로 예정된 1심 선고를 앞두고 특검의 고가 금품수수 수사까지 속도를 내면서, 김 여사를 둘러싼 형사 리스크가 정국 주요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은 향후 특검 수사 결과와 법원 판단을 놓고 또 한 차례 격렬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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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민중기특별검사팀#윤석열전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