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진작에 정책 초점”…중국, 완화적 통화·적극 재정 병행해 성장 동력 모색
현지시각 기준 10∼11일, 중국(Beijing)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포함한 당정 최고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중앙경제공작회의가 열려 내년도 거시경제 운용 방향이 확정됐다. 중국 지도부는 내수 부진과 구조적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성장세 회복에 자신감을 내비쳤고,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을 병행하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번 정책 구상은 공급과잉과 수요 부진이 겹친 국내 상황, 그리고 불안한 대외 환경 속에서 중국 경제의 체질 개선과 리스크 관리, 장기 성장 기반 복원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청사진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회의는 올해 중국 경제를 평가하면서 국내외 환경이 모두 녹록지 않다고 진단했다. 중국 지도부는 현재 우리나라(중국) 경제를 둘러싸고 장기간 누적된 구조적 문제와 새로 등장한 도전 요인이 여전히 적지 않고, 외부 환경 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공급 능력은 강하지만 수요가 상대적으로 약한 ‘공급 강하고 수요 약한(供强需弱)’ 구조적 모순이 두드러지고, 부동산과 지방정부 부채 등 중점 분야에 잠재 리스크가 비교적 많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회의는 이런 문제의 대부분을 발전 과정과 전환 국면에서 나타난 과제로 규정하며, 정책 조정과 제도 개혁, 경제 구조조정을 통해 해결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 경제의 장기적인 호전 추세를 떠받치는 기본 여건에 변화가 없다고 평가한 대목에서 지도부는 성장세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재차 부각했다.
내년도 경제정책의 기본 모토로는 지난해와 같은 “안정 속에서 나아감(穩中求進)”을 유지하되, 여기에 “질과 효과의 향상(提質增效)”을 추가했다. 양적 성장뿐 아니라 성장의 질과 효율 제고를 병행하겠다는 방향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를 위해 경기 하방 압력에 대응하는 역주기조절(逆周期調節) 강화와 더불어, 중장기 경제 운용을 염두에 둔 과주기조절(跨周期調節) 확대도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거시정책 기조와 관련해 회의는 내년에도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적절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주력 경기 부양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재정 측면에서는 필요한 수준의 재정적자와 채무 총규모, 재정 지출 총량을 유지하겠다고 제시했다. 확장적 재정 기조를 이어가되 자원 배분 효율을 높여, 재정투입이 성장과 구조조정, 민생 안정으로 연결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회의는 재정의 과학적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재정 지출 구조를 최적화해 예산 집행의 효율을 높이고, 세수 감면과 각종 재정 보조금 같은 세제·지원 정책을 보다 규범화하겠다고 밝혔다. 감세·보조금이 경기 방어에는 기여했지만 지방 재정 악화와 비효율적 자원 배분을 초래했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방 재정 상황에 대해서도 별도의 언급이 이어졌다. 회의는 지방정부의 재정난 해소를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기층 지방정부가 최소한의 민생 지출과 공무원 임금, 행정 운영경비를 보장하는 ‘3보(三保)’의 최저선을 확고히 지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방채 누적과 부동산 경기 둔화로 지방 재정 기반이 약화된 상황에서, 중앙이 일정 수준의 안전망을 책임지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통화정책 방향에서도 완화 기조 유지가 재확인됐다. 회의는 경제의 안정적 성장과 물가의 합리적 수준 회복을 통화정책의 핵심 고려 요소로 삼겠다고 밝히며,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와 금리 인하 등을 포함한 다양한 통화수단을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조합해 운용하겠다고 제시했다. 충분한 수준의 시장 유동성을 유지하되, 과도한 투기 대신 실물경제 지원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회의는 통화정책 전파(전도) 메커니즘을 원활하게 해 자금이 실물 경제와 정책 우선 분야로 보다 잘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기관이 내수 확대, 과학·기술 혁신, 중소기업 지원 등 중점 영역을 향해 대출과 금융 지원을 보다 적극적으로 제공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도 제시됐다. 이는 성장잠재력 제고와 민간부문 신뢰 회복을 위해 자금 흐름을 정교하게 조정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중앙경제공작회의는 내년도 경제업무의 중점 과제를 여덟 가지로 구체화했다. 첫 번째 과제는 내수 기반의 강대한 국내 시장 구축이다. 중국 지도부는 성장 전략의 중심축을 대외 수요에서 국내 수요로 옮기겠다는 방향을 거듭 확인하며, 소비 진작과 투자 구조 개선을 통해 내수 시장을 한층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내수 강화는 미중 갈등 심화와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 대외 의존도를 줄이려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두 번째 과제로는 혁신이 주도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신동력) 육성이 제시됐다. 회의는 과학·기술 혁신을 통해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고 생산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인공지능, 신에너지차, 첨단제조 등 분야에서 기술 자립과 경쟁력 강화를 꾀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술 패권 경쟁 심화와 수출 통제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자립화 전략의 연장선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세 번째 과제는 개혁을 통한 고품질 발전 동력 증강이다. 회의는 경제체제 개혁을 심화해 시장 메커니즘을 개선하고, 민간·국유 부문이 보다 효율적으로 역할을 분담하도록 제도 기반을 정비하겠다고 설명했다. 국유기업 개혁, 재정·금융 시스템 개선, 행정 간소화 등이 후속 과제로 거론될 전망이다.
네 번째로는 대외개방 기조 유지와 대외 협력 확대가 언급됐다. 중국 지도부는 다양한 영역에서 대외 협력 발전을 심화해 개방형 경제 수준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외국인 투자 환경 개선, 자유무역 시험구 확대, 다자·양자 협력을 통한 시장 개방 등 기존 노선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에서, 중국이 여전히 개방을 통해 성장 공간을 넓히겠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발신한 셈이다.
다섯 번째 과제로는 도시와 농촌의 융합 발전 및 지역 간 연동 발전 촉진이 제시됐다. 회의는 지역 불균형 완화와 균형 성장을 도모하겠다며, 인프라 투자, 인구 이동 제도 개선, 도시군·경제벨트 개발을 통해 동부·서부, 도시·농촌 간 격차를 줄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는 장기적으로 내수 시장 확대와 사회 안정 유지에도 직결되는 과제다.
여섯 번째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전면적 녹색 전환이다. 중국 지도부는 친환경·저탄소 경제로의 이행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히며, 에너지 구조 조정, 신재생에너지 투자, 녹색금융 확대 등을 통해 기후 대응과 성장 전략을 결합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지난해보다 녹색 전환 과제가 후순위에서 상향된 점은 환경·기후 의제를 성장 전략의 핵심 축으로 끌어올리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일곱 번째 과제는 민생 개선이다. 회의는 고용, 소득, 사회보장 등 분야에서 국민 생활 수준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청년 실업, 고령화, 도시·농촌 간 복지 격차 등 사회 현안을 겨냥해 공공서비스 확충과 사회안전망 강화에 정책 자원을 더 투입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덟 번째이자 마지막 과제로는 부동산시장과 지방정부 부채 등 중점 영역의 리스크 해소가 꼽혔다. 회의는 금융·재정 리스크 관리와 부동산 관련 구조조정을 지속하겠다고 밝히며, 부실 채권 처리, 그림자금융 규율 강화, 지방정부 숨은 부채 정리 등을 통해 시스템 리스크를 통제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번 과제 구성은 전년 중앙경제공작회의와 큰 틀에서 유사한 순서를 유지했다. 작년 회의가 내수 촉진, 과학·기술 혁신, 경제체제 개혁, 대외개방 순으로 중점 과제를 제시한 것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내수’, ‘혁신’, ‘개혁’, ‘대외개방’이 앞부분에 배치됐다. 다만 우선순위에는 일부 조정이 이뤄졌다. 지난해 다섯 번째에 위치했던 ‘중점 영역 리스크 예방·해소’는 올해 여덟 번째로 내려갔고, 작년 여덟 번째였던 ‘저탄소·녹색 전환’은 여섯 번째로 상향됐다.
중국 지도부는 이런 순서 조정을 통해 내수와 혁신, 개혁, 개방을 성장 전략의 전면에 배치하면서, 단기 리스크 관리보다는 녹색 전환과 균형 발전, 민생 향상에 상대적으로 더 큰 비중을 두려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내년에도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긴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이 제시한 내수 확대·완화적 통화·적극적 재정의 조합이 얼마나 실효성을 발휘할지, 그리고 구조적 개혁과 리스크 완화로 이어질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