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규제과학 예산 23배 확대”…식약처, 바이오허가 속도전 예고

문수빈 기자
입력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6년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끌어올리며 바이오헬스 산업 지원과 규제과학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허가와 심사 인력을 대폭 확충해 첨단 바이오의약품과 혁신의료기기 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인공지능 기반 식품·의료기기 제품의 신속 상용화를 위한 별도 재원도 처음으로 마련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예산이 국내 바이오허가 경쟁력과 디지털 기반 안전관리 체계를 동시에 고도화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4일 2026년도 예산을 올해 7502억원보다 10.9퍼센트 증가한 8320억원으로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정부안 8122억원에 198억원이 추가 반영된 것으로, 식약처 출범 후 가장 큰 규모다. 예산은 제약·바이오헬스 안전 및 혁신성장 기반 확충, 규제환경 고려 맞춤형 식의약 안전지원 강화, 먹거리 안전 및 건강한 식생활 환경 조성, 미래 대비 선제적 식의약 안전관리 체계 구축 등 네 개 축을 중심으로 배분됐다.

바이오헬스 분야에서는 허가와 심사 인력 확충이 핵심이다. 관련 인건비와 운영비에 155억원이 새로 편성됐고, 인허가 심사지원 등 관련 예산도 올해 286억원에서 내년 349억원으로 늘었다. 식약처는 이를 통해 바이오헬스를 포함한 식의약 전 분야에서 허가·심사 기간을 세계 최단 수준인 240일로 끌어내리기 위한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신기술 분야 직무전문교육을 고도화해 허가·심사 인력의 첨단기술 이해도와 규제 역량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AI 기반 제품에 대한 지원도 본격화된다. 식품과 의료기기 분야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응용제품의 신속 상용화를 돕기 위한 신규 예산 150억원이 편성됐다. AI 모델을 탑재한 진단기기나 식품 안전관리 솔루션 등 유망 제품의 개발 기간을 줄이고, 시장 진입 전 규제 적합성 검토를 밀착 지원해 상용화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업계에서는 규제 설계 단계부터 AI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가이드가 제공되면, 임상 설계와 데이터 요건 예측이 쉬워져 개발 리스크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희귀·필수의약품에 대한 공적 공급 기능도 강화된다. 희귀·필수의약품센터 지원 예산은 45억원에서 75억원으로 확대됐다. 식약처는 공급 중단 품목에 대한 주문생산 확대, 극소수요 자가치료의약품의 긴급도입 전환 등을 통해 수급 불안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화장품 안전관리 예산은 21억원에서 50억원으로 크게 늘며, 혁신의료기기 등 지원 및 관리체계 구축 예산도 17억원에서 20억원으로 확대된다.

 

마약류 안전관리 분야도 예산이 증액됐다. 마약류 안전관리 강화 예산은 90억원에서 97억원으로, 마약퇴치운동본부 지원 예산은 165억원에서 171억원으로 늘었다. 식약처는 대학생 대상 예방교육과 예방교육 전문인력 인증 과정을 확대하고, 마약류 중독자 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한 정보화전략계획을 수립해 예방과 재활을 연계하는 관리 체계를 설계할 방침이다.

 

규제과학 인프라는 구조적으로 확대된다. 식의약 규제과학 혁신지원 사업 예산은 올해 5억원에서 2026년 114억원으로 약 23배 늘어난다. 식약처는 바이오헬스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특히 첨단·차세대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기업들의 규제 대응 경험과 역량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통합 상담플랫폼을 구축하고 첨단 바이오의약품 맞춤형 상담 전담 인력을 확보해 제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허가 전략, 심사 기준, 국제 규정 정합성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국제 협력과 인력 양성에도 투자가 늘어난다. 의약품 인허가 규제 국제협력 및 경쟁력 강화 사업 예산은 2025년 20억원에서 2026년 33억원으로 확대된다. 여기에 55억원 규모의 글로벌 규제과학 리더양성 연구개발 사업이 새로 반영됐다. 식약처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 의장국 활동 수행비도 증액해 국제 규제 논의에서의 발언권을 높이고, 국내 기준과 글로벌 기준의 정합성을 높이는 발판으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먹거리 안전과 생활밀착형 안전관리 예산도 조정됐다. 농축수산물 안전관리 예산은 52억원에서 78억원으로 크게 늘어 원재료 단계에서의 위해 요소 관리가 강화된다. 위생용품 안전관리 예산도 14억원에서 16억원으로 확대됐다. 반면 해썹 제도 활성화 예산은 63억원에서 56억원으로 줄었고, 급식안전 지원 및 관리 강화 예산도 634억원에서 524억원으로 조정됐다. 대신 음식점 위생등급제 확대 운영, 통합급식관리지원센터 확대 예산은 각각 5억원, 10억원 증액돼, 선택과 집중을 통해 현장 관리 효율을 높이려는 방향으로 재편된 모습이다.

 

디지털 기반 안전관리는 전방위로 확대된다. 온라인 식의약 안전관리 운영 예산은 20억원에서 30억원으로 늘어나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소셜커머스 등에서 유통되는 식의약품 모니터링과 단속 역량이 강화된다. 식의약품 안전정보체계 선진화 사업은 125억원에서 177억원으로 크게 늘어나며, 빅데이터 분석과 디지털 행정 인프라를 활용한 선제적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위해사범중앙조사단 운영 예산도 10억원에서 19억원으로 증액돼 불법·위해 식의약품에 대한 현장 단속 능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허가·심사 인력 확충과 규제과학 예산 확대가 국내 바이오헬스 기업의 글로벌 진출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첨단바이오, 디지털헬스, AI 의료기기 등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른 분야에서 규제당국의 심사 역량과 국제 협력 네트워크는 시장 진입 속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이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확보된 예산을 바탕으로 새 정부 국정과제와 역점사업을 추진해 국민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동시에, 바이오헬스 산업의 혁신 성장을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계는 이번 예산 확대가 실제 심사 속도와 규제 지원의 질적 개선으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문수빈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식품의약품안전처#바이오헬스#규제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