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영업이익 1조 클럽 복귀 시동”…삼성전기, AI·로봇 모멘텀에 신고가 랠리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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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서버용 부품 수요 급증과 휴머노이드 로봇 신사업 기대가 겹치며 삼성전기 주가가 연일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10일 장중 기준 주가는 전일보다 1.67% 오른 27만4,000원을 기록했다. 증권가는 내년 이후 삼성전기가 영업이익 1조 원대를 회복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으며,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외국계 증권사 창구로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투자 심리가 한층 개선되는 분위기다.

 

국내 증권시장에 따르면 시가총액 20조4,660억 원(코스피 32위)의 대형주인 삼성전기는 최근 한 달 동안 뚜렷한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 주가는 20일 이동평균선을 강하게 돌파하며 지난 6개월간 이어진 박스권 조정에서 탈피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단기 급등에도 장중 저점이 꾸준히 높아지는 등 매물 소화 과정이 동반되면서 하방 경직성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기술적 반등을 넘어 펀더멘털 개선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분석] 영업익 1조 클럽 복귀 예고… 삼성전기, 로봇·AI 날개 달고 신고가 랠리
[분석] 영업익 1조 클럽 복귀 예고… 삼성전기, 로봇·AI 날개 달고 신고가 랠리

상승세를 이끄는 핵심 동력은 MLCC 업황 개선과 로봇 부품 사업 진출이다. 삼성전기의 매출 중 46.1%를 차지하는 컴포넌트 솔루션(MLCC) 부문은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라 고용량·고부가 서버용 및 전장용 제품 주문이 크게 늘고 있다. AI 반도체를 구동하는 데 필수 부품인 고사양 MLCC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장 가동률이 한계치에 근접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무라타 제작소 등 경쟁사들도 시장 전망을 상향 조정하는 등 산업 전반에 온기가 돌고 있어 당분간 호황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로봇 분야에서는 노르웨이 알바 인더스트리즈에 대한 전략적 투자로 휴머노이드 로봇용 핵심 구동 기술을 확보하면서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투자은행 업계는 삼성전기가 로봇 관절 모듈, 센서, 전장용 카메라 등 강점을 살려 중장기적으로 로봇 플랫폼 생태계에서 중요한 부품 공급사로 부상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AI와 로봇이라는 두 축이 기존 전장·모바일 중심 사업 구조를 보완하며 성장 동력을 다변화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수급 측면에서도 외국인 투자자의 ‘태도 변화’가 뚜렷하다. 5일부터 외국인은 3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하며 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매수 상위 창구에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이 포진해, 이른바 스마트 머니가 본격 유입되는 구간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반면 일부 기관 투자자는 단기 급등분에 대한 차익 실현에 나서며 매도 우위를 보이는 모습이다. 다만 외국인이 해당 물량을 꾸준히 받아내며 수급 구조가 ‘질적 개선’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많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업계 내 경쟁사와 비교해 매력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삼성전기의 상장주식수는 약 7,469만 주이며, 외국인 보유 비중은 38.31%로 LG이노텍, 이수페타시스 등 동종 기업 가운데서도 최상위권에 속한다. MLCC, 기판, 카메라 모듈 등으로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돼 있어 특정 사업이 부진해도 다른 부문이 이를 상쇄하는 구조를 갖춘 점도 안정성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실적과 재무 건전성은 주가 강세의 근간으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2024년 결산 기준 영업이익은 7,35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2026년에는 AI·전장 수요 확대와 신사업 성과가 본격 반영되며 영업이익이 1조1,862억 원까지 늘어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재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9월 분기 기준 지배주주 순이익은 시장 예상치를 13.34%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상위권 수준의 낮은 부채비율과 양호한 당좌비율 덕분에 재무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점도 투자 매력을 뒷받침한다.

 

미래 먹거리로 추진 중인 유리기판 사업 역시 장기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삼성전기는 2026∼2027년 양산을 목표로 반도체 패키징용 유리기판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유리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기판 대비 데이터 전송 속도와 전력 효율이 크게 개선돼 AI 반도체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차세대 소재로 꼽힌다. 그룹 차원의 R&D 역량을 총동원해 생산 라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어, 양산 가시성이 높아지는 시점에 기업가치 재평가가 본격화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거시 환경도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수출 비중이 큰 삼성전기의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시장에서는 환율 효과가 4분기 비수기 영향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북미 주요 고객사의 아이폰17 등 차세대 스마트폰 출시 사이클과 맞물려 광학·통신 솔루션 부문의 실적 반등이 더해질 경우, 전 사업 부문에서 고른 성장세가 가능하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 단기 관전 포인트는 주가의 30만 원선 안착 여부다. 현재 주가는 실적 개선 기대를 선반영하며 상승 추세에 있지만, 단기간 급등에 따른 차익 매물 출회 가능성도 상존한다. 시장에서는 26만 원을 1차 지지선으로 지목하며, 이 가격대가 유지될 경우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2026년 영업이익 1조 원 돌파와 유리기판 양산 본격화 시점까지 보유 전략이 유효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리스크 요인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IT 세트 수요 회복이 지연될 경우 MLCC를 비롯한 핵심 사업의 실적 개선 속도가 완만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급격한 환율 변동은 환차손·환차익을 통해 손익 변동성을 키우는 변수로 꼽힌다. 로봇과 유리기판 등 신사업 분야도 대규모 선투자가 요구되는 만큼, 실제 수익 창출까지의 시차가 길어질 경우 시장 기대와의 괴리가 단기적으로 주가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증권업계에서는 AI 인프라 투자와 전장 시장 확대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삼성전기가 구조적 성장 국면 초입에 진입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향후 주가 흐름은 글로벌 IT 수요 회복 속도, 유리기판 양산 일정, 환율과 금리 등 대외 변수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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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mlcc#유리기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