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관광객 매출 의존 위험 커졌다”…일본 증시, 중일 갈등 속 중국 소비주 급락 우려
현지시각 기준 8일, 일본(Tokyo, Japan) 증시에서 중국 사업 비중이 높은 주요 소비 관련 종목이 중일 갈등 심화 여파로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과 현지 소비에 크게 의존해 온 일본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여행 자제령과 여론 악화를 우려하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번 상황은 일본과 중국 간 외교 갈등이 실물 소비와 자본시장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의 20% 이상을 중국 사업에서 거둔 시세이도(Shiseido)의 주가는 최근 한 달 동안 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약 1%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시세이도 주가는 이달 4일 장중 기준으로 약 9년 10개월 만의 최저가 수준까지 밀려 투자심리 위축을 드러냈다. 중국인 고객 비중이 높은 뷰티·화장품 업종이 중일 관계 악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헬로키티 캐릭터 사업으로 알려진 산리오(Sanrio) 역시 같은 기간 주가가 12% 하락하며 중국 관련 소비주의 약세 흐름에 동참했다. 산리오 매출의 약 20%가 중국 관련 사업에서 발생하고 있어 중국 내 수요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는 점이 투자자 불안을 키우고 있다. 방일 중국인 관광객 감소 우려에 직접 노출된 미쓰코시, 다카시마야 등 주요 백화점 종목도 약 3% 안팎의 하락률을 기록하며 부진한 주가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번 투자심리 위축의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대만해협 관련 발언과 그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대응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중국은 일본을 대상으로 여행 자제령과 ‘한일령(限日令)’을 포함한 각종 경제적 압박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조치는 관광·소비 분야에 대한 타격을 통해 일본 정부에 간접적인 압박을 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의 대응은 일본 내 자본시장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현지에서는 실제로 펀드 매니저들이 중국의 추가 조치를 의식해 중국인 관련 소비주의 신규 투자나 비중 확대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펀드 판매사 펀드노트(Fund Note)의 가미야 유스케 펀드매니저는 중국 내 여론 확산 가능성을 거론하며 “불매 운동까지 번질 가능성을 불식할 수 없어 단기적으로는 위험이 크다”고 진단했다. 중국 내에서 반일 감정이 확산될 경우 여행 취소뿐 아니라 일본 브랜드 전반에 대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증권사들도 리스크를 경고하고 있다. 일본 소재 UBS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여행 자제령 여파로 일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의 현지 소비 규모가 내년에는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인 관광객 매출 비중이 큰 종목은 수익성에 불확실성이 있다”고 평가하며, 관광·면세·백화점·화장품 등 이른바 ‘인바운드 수혜주’ 전반에 대한 실적 하향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인 소비는 그동안 일본 내수와 주가를 견인해 온 핵심 축으로 꼽혀 왔다. 특히 엔저 환경 속에서 방일 관광 수요가 급증하며 화장품, 명품, 캐릭터 상품, 백화점 매출이 크게 늘었고, 코로나19 이후 재개된 방일 관광 역시 시장의 기대를 모아 왔다. 이번 갈등으로 이 같은 ‘중국 특수’가 약화될 경우 일본 내 관련 업종의 사업 모델 재점검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동남아시아나 북미, 유럽 등으로 수요 다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제 금융시장은 중일 갈등에 따른 일본 내 소비 위축과 기업 실적 악화가 아시아 증시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중일 관계가 장기 경색 국면에 들어설 경우, 관광과 오프라인 소비를 넘어 유통·엔터테인먼트·부동산 등으로 파급 효과가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향후 중국 정부의 추가 조치 수위와 일본 정부의 대응, 양국 간 외교 채널 복원 여부가 일본 증시의 중국 소비주 향방을 가를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중일 갈등이 동북아 경제와 금융시장에 어떤 후폭풍을 남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