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원오 잘하긴 잘하나보다"…이재명, 성동구 여론조사 거론하며 격려 글

한채린 기자
입력

여권의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을 둘러싸고 이재명 대통령의 한 줄 메시지를 놓고 정치권이 격돌했다. 성동구민 대상 구정 만족도 조사를 언급한 이 대통령의 SNS 글이 선거 개입이냐, 단순한 지방자치 평가냐를 두고 여야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8일 엑스 옛 트위터 계정에 성동구민을 대상으로 한 구정 만족도 조사 결과를 다룬 언론 기사를 공유하며 정원오 서울특별시 성동구청장을 직접 거론했다. 해당 조사에서 성동구가 구정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90%를 웃돌았다는 내용이었다.  

이 대통령은 글에서 "정원오 구청장이 일을 잘하기는 잘하나 보다. 저의 성남시장 만족도가 꽤 높았는데, 저는 명함도 못 내밀듯"이라고 적었다. 자신이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높은 시정 평가와 비교하면서 정 구청장의 성과를 치켜세운 표현이다.  

 

문제가 된 조사는 성동구가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0월 21일부터 24일까지 진행했다. 조사 대상은 성동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500명이며, 휴대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100퍼센트 무선전화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조사에서 성동구가 일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92.9퍼센트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퍼센트 신뢰수준에서 플러스마이너스 2.5퍼센트포인트이며,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른 지역·성별·연령별 가중치가 반영됐다.  

 

정원오 구청장은 여권 내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잠재 후보군 가운데 한 명으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글이 정 구청장을 사실상 여권 서울시장 카드로 띄우는 메시지 아니냐는 해석이 곧바로 나왔다.  

 

다만 대통령실은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자신의 성남시장 재직 당시를 떠올리며 얘기한 것일 뿐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 구청장 개인에 대한 칭찬이었을 뿐 특정 선거 전략과는 무관한 발언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야권 유력 서울시장 주자로 꼽히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강하게 반발했다. 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상 여당 서울시장 후보를 겨냥한 명심오더이자 대통령발 사전선거운동"이라고 규정했다. 여기서 명심오더 표현을 써 이 대통령의 이른바 핵심 지지층을 겨냥한 지시라는 의혹을 제기한 셈이다.  

 

나 의원은 이어 "대통령이 미리 찍어놓은 사람을 밀어주는 관권 프라이머리의 나쁜 싹을 차단해야 한다"고 덧붙이며 경고 수위를 높였다. 대통령의 SNS 언급이 향후 여권 공천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권향엽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기초자치단체장 출신으로서 지난 시정을 반추하며, 만족도가 높은 지방정부를 칭찬하는 것이 어떻게 선거 개입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행태를 돌아보고, 근거 없는 정치공세를 즉각 중단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여권 내부 기류는 미묘하다. 정원오 구청장 외에도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는 인사들이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언급에 부담을 느끼는 기색도 감지됐다.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기존 주자들에게) 긴장하고 열심히 하라, 분발하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지방정부 만족도 조사가 대통령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전국 정치 이슈로 확산되면서 내년 지방선거 구도가 한층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국민의힘 내부 경쟁 구도와 더불어, 더불어민주당의 서울 전략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다만 대통령실이 선거와의 연관성을 부인한 만큼, 논란의 수위는 향후 추가 메시지나 여당 공천 룰 논의 과정에서 다시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와 정치권은 이 대통령의 SNS 발언을 두고 선거법 위반 여부와 정치적 파장을 놓고 공방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한채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이재명대통령#정원오성동구청장#나경원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