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천 내리막 대형트럭 제동 한계”…울산 13중 추돌, 도심 교통안전 경고→시스템 재점검
울산 도심의 주요 교차점인 서동로터리 인근에서 대형 트럭이 중심이 된 연쇄 추돌 사고가 발생해 상용차 제동 안전과 도심 교통 인프라 관리에 대한 경각심이 다시 부각됐다. 12일 오전 9시 3분경 울산 중구 달빛로 서동로터리 인근 내리막 구간에서 3.5t급 윙바디 트럭이 앞서 가던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 등 여러 차량을 잇달아 들이받으면서 총 13대의 차량이 연쇄적인 충격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소방과 경찰에 따르면 사고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내리막 구간을 주행하던 트럭이 먼저 앞 차량을 충격한 뒤, 1차 충격을 받은 차량들이 신호대기 중이거나 진행 중이던 다른 차량과 연속적으로 부딪히며 확대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충격으로 트럭 운전자와 다른 차량 운전자 등 3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생명에 위협을 줄 정도의 중상자는 없다는 점에서 인명 피해의 규모는 제한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다수의 차량이 일시에 피격된 형태의 도심 연쇄추돌이라는 점에서,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상용차 제동 장치 관리와 우천 시 도심 내리막 구간의 위험 관리가 다시 점검돼야 할 사안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도로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피며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내리막 구간에 빗물이 고이거나 노면 마찰 계수가 저하된 상태에서, 적재 중량을 가진 윙바디 트럭의 제동거리가 평시보다 대폭 늘어났을 가능성에 우선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3.5t급 상용차의 경우, 노후 제동 장치나 마모된 타이어, 과적 등 복합 요인이 결합할 경우 브레이크 페이드와 바퀴 잠김, 차체 미끄러짐 현상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량 정기 점검과 운행 전 사전 점검의 제도적 이행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고 직후 트럭에서 유류가 일부 누출돼 도로면으로 퍼져나가면서 2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방제 작업이 긴급히 진행됐다. 유류 누출은 노면을 더욱 미끄럽게 만들어 대형 사고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방과 도로 관리 기관은 흡착제 살포와 배수, 오염 구간 세척 등을 병행하며 현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과정에서 현장 주변 왕복 4차로는 약 2시간 가까이 통제됐고, 출근 후반 시간대와 맞물리며 인근 도심 교통 흐름에도 상당한 지연이 빚어졌다. 교통공학 전문가들은 이런 도심축 교차로 인근의 긴급 통제 상황을 고려해, 우회 동선과 신호 체계를 사전에 설계해 두는 도시 교통관리 시스템의 정교화가 필수라고 해석했다.
이 사고는 전통적인 자동차 안전담론이 개별 차량의 안전사양과 운전자 과실 문제에 치우쳐 있는 사이, 기상 조건과 도로 설계, 상용차 운행 패턴이 교차하는 지점의 구조적 위험이 간과돼 왔다는 사실을 다시 부각시켰다. 상용차는 전기식 보조제동장치, 차체자세제어장치, 레이더 기반 전방 충돌 경감 시스템 등 첨단 기술의 도입이 확대되고 있지만, 중소 운수업체와 개인 사업자 중심의 차량들에서는 장비 도입과 정기 교체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취약 지대로 꼽힌다. 또한 도로 인프라 측면에서도 우천 시 배수 능력, 미끄럼 저항 포장, 경사각과 곡률 설계, 시인성을 높이는 노면표시와 조명 등 복합적인 개선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울산 지역은 조선·자동차·화학 공단을 중심으로 중·대형 화물 수송량이 큰 도시권에 속한다. 그만큼 도심 인근 로터리와 교차로는 승용차와 상용차, 통근 버스가 동시에 집중되는 구조를 보이며, 한 번의 제동 실패가 곧 다수 차량의 연쇄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취약성이 도사리고 있다. 교통안전 연구자들은 상용차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계절별, 기상 조건별 맞춤 교육과 함께, 차량 단위로 제한속도와 차간거리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텔레매틱스 기반 안전 운행 관리 시스템의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더불어 지방자치단체와 도로 관리 기관은 내리막과 로터리, 인터체인지 인근에서의 대형차 속도 저감 시설과 노면 경고 체계를 고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경찰은 트럭의 정비 이력과 적재 중량, 운전자의 당시 속도 및 제동 조작 여부를 교통사고 분석 장비와 폐쇄회로 영상 분석을 통해 정밀하게 규명한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와 별개로, 전문가들은 상용차 제동 성능 관리와 도로 인프라 개선, 디지털 기반 운행 관리 체계가 맞물리지 않는 한, 우천과 야간, 내리막 등 복합 위험 요인이 겹치는 도심 구간에서는 유사 사고의 재발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고 진단하고 있다. 울산 서동로터리에서 발생한 13중 추돌은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음에도, 도시 교통의 안전과 효율을 동시에 지향해야 하는 자동차 시대의 과제가 얼마나 복합적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