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법개혁안 어떻게 할지 신중해야"...이재명, 정청래·김병기와 111일 만에 만찬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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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안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여권 핵심 3인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가 9일 저녁 만찬 회동을 갖기로 하면서 사법개혁 입장 조율 여부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실은 9일 이재명 대통령이 이날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와 만찬을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만찬은 지난 8월 20일 이후 111일 만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만찬은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이뤄진 중동·아프리카 4개국 순방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정기국회 종료에 맞춰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지적 사항에 대한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자리도 마련될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시선은 이른바 사법 개혁안 논의 여부에 쏠려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신설 등이 만찬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들이 비공개 만찬 형식으로 마주 앉는 만큼, 향후 입법 처리 방향에 대한 기류를 가늠할 수 있는 신호가 나올 수 있다는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신설을 골자로 한 법안들은 법조계 안팎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그간 구체적 평가를 자제해 왔으나, 최근 여론과 법조계 의견을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의원총회를 열어 해당 법안들의 처리 방향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의원총회에서는 위헌 논란과 정치적 부담, 향후 헌법재판소 심판 가능성 등을 놓고 찬반 의견이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는 추가 의견 수렴을 이어가기로 하고 최종 정리 시점을 미룬 상태다.

 

현재까지 이재명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사법개혁안에 대해 구체적인 찬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다만 국회 논의를 존중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여당이 주도해 발의한 법안인 만큼, 청와대 차원의 선제적 개입 대신 국회의 내부 조정 과정을 먼저 지켜보겠다는 기류로 읽힌다.

 

그럼에도 여권 내부에선 방향성에 대한 일정 수준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말도 나온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논의와 관련해 "위헌 소지를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추진하자는 공감대가 대통령실과 여당 간에 이뤄져 있다"고 말했다. 사법개혁 추진 자체는 인정하되, 헌법 질서와 충돌할 수 있는 조항은 조정해야 한다는 기류를 드러낸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과 별개로, 이날 만찬에서 논쟁성 법안이 정면으로 거론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첫 단독 회동이 갈등 현안을 직접 부각시키는 장이 되면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순방 외교 성과와 국감 후속조치라는 명분에 맞춰 국정 전반에 대한 포괄적 논의가 중심이 되고, 사법개혁안은 원론 수준 언급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기국회 종료 이후 사법개혁안의 처리 방향은 향후 정국 구도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법안 강행 처리 시 야당과의 충돌은 물론, 법조계와 학계, 시민사회 반발이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반대로 개혁안의 수위를 조절하거나 속도를 늦출 경우, 개혁 동력을 약화시켰다는 여권 내부 비판도 나올 수 있다.

 

정국은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만찬 결과를 가늠자 삼아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향후 대통령실과 여당은 사법개혁안을 포함한 주요 쟁점 법안을 놓고 추가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고, 국회는 다음 회기에서 관련 법안 처리 방향을 두고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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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대통령#정청래대표#김병기원내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