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조사기구 독립 필요”…항철위 국무총리실 이관 법안 소위 통과
항공 사고 책임 공방과 조사 독립성을 둘러싼 갈등과 유가족의 요구가 국회를 움직였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조사기구를 정부 부처로부터 떼어내 국무총리 소속 독립기구로 바꾸는 법안이 첫 관문을 넘으면서 진상 규명 방식에도 변곡점이 예고되고 있다.
4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는 이날 항공철도사고조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조사 중인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현재 국토교통부 산하에서 국무총리 소속 독립 조사기구로 전환되는 내용을 핵심으로 담았다.

개정안은 공포 한 달 뒤 시행하도록 규정했다. 동시에 시행 시점에 현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 전원의 임기를 종료하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했다. 조사기구의 소속뿐 아니라 인적 구성까지 새로 짜도록 한 셈이다.
법안은 이달 중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 회의에 상정돼 추가 심사를 받게 된다. 이후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국회 본회의 표결 등의 절차를 거쳐야 효력이 발생한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항공·철도 정책과 인허가, 감독 권한을 가진 국토교통부의 지휘·감독을 받는 구조 때문에 오래전부터 조사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책을 집행하는 부처 산하에 사고 조사 기구가 있는 만큼, 특히 대형 참사에서 정부 책임과 정책 실패 여부를 온전히 가릴 수 있느냐는 문제 제기가 계속됐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에도 같은 논란은 반복됐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당초 4일부터 이틀간 서울 글로벌센터에서 공청회 성격의 참사 조사 결과 발표 행사를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유가족 측이 조사 내용과 절차를 문제 삼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행사는 잠정 연기됐다.
올해 7월에도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언론 대상 설명회를 추진하다 유가족 반발로 행사가 무산된 바 있다. 당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조류 충돌 이후 조종사가 정상 작동 중이던 좌측 엔진을 정지했다는 조사 내용을 토대로 설명회를 준비했다. 그러나 유가족 측은 "조종사 과실 책임 전가"라며 강하게 항의했고, 예정된 언론 브리핑은 취소됐다.
이처럼 공청회가 연기된 데 더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조직 자체를 재구성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추진되면서 현재 진행 중인 진상 규명 작업은 일정 기간 멈춰 설 가능성이 커졌다. 그만큼 새 틀에서 조사 방향과 방식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은 법안 소위 통과를 신중한 환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처리 시점을 놓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유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조금 더 신속하게 법안이 추진됐더라면 진상규명을 둘러싼 갈등도 없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올바른 진상 규명으로 나아갈 수 있는 문이 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은 입법 절차에서도 개정안이 신속하게 통과될 수 있도록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국회 안팎에서는 항공·철도 사고 조사기구의 상위 소속을 국무총리실로 변경하는 방식이 향후 다른 분야의 사고 조사 체계 개편 논의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산업재해, 해양 사고, 사회 재난 조사 기구의 독립성 요구와 맞물릴 경우 정치권 전반의 제도 개선 논쟁으로 확산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달 전체 회의를 통해 항공철도사고조사법 개정안을 추가로 논의할 계획이다. 법안이 상임위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까지 처리될 경우, 정부와 국회는 새 조사기구 출범과 함께 제주항공 참사 진상 규명 과제도 다시 점검하는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