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L-SAM 수주에도 22퍼센트 조정…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방산·우주 모멘텀 vs 밸류 부담

오승현 기자
입력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가 연고점 이후 20퍼센트 넘는 조정을 받으면서도 방산과 우주항공 수주 모멘텀으로 중장기 성장 기대는 유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12월 1일 장중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80만 원대 초반까지 밀리며 단기 밸류에이션 부담을 소화하는 양상이지만, L-SAM 양산 계약과 누리호 4차 발사 성공, K9 자주포 수출 확대가 향후 실적을 떠받칠지 시장의 관심이 커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연초 이후 급등으로 고점 부담이 커진 가운데, 수급·기술적 조정과 성장 스토리 간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1일 13시 00분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81만400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4.46퍼센트 하락했다. 이날 주가는 시가 84만2000원, 고가 84만3000원, 저가 81만1000원 사이에서 움직이며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거래량은 약 13만주로, 최근 한 달 일평균 20만주, 6개월 평균 24만주 안팎과 비교하면 감소한 상태다. 단기적으로는 가격 조정과 함께 거래까지 줄어드는 전형적인 숨고르기 구간이 형성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최근 한 달간 흐름을 보면 11월 초 104만2000원 수준에서 12월 1일 81만4000원까지 약 22퍼센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고가는 105만6000원, 저가는 81만1000원으로, 80만~100만 원 박스권 상단에서 하단부로 내려앉는 조정 패턴을 보였다. 6개월로 범위를 넓히면 6월 초 84만5000원에서 112만7000원까지 올라 ‘황제주’ 레벨을 찍은 뒤 다시 80만 원대로 되돌아온 상황이다. 연간 기준으로는 여전히 상승폭이 남아 있지만, 연고점 대비로는 약 30퍼센트가량 되돌림이 진행된 셈이다.

 

기술적 지표는 조정 국면을 가리킨다. 최근 20일 이동평균선은 약 91만7000원, 60일 이동평균선은 약 97만3000원 수준인데 현재가는 두 선을 모두 하회하고 있다. 한 달 동안 고점은 점차 낮아지는 반면 저점은 81만 원대에서 형성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단기적으로는 80만 원 안팎 지지 여부와 90만~100만 원 구간 재진입 가능성이 주요 분수령으로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80만~81만 원대 직전 저점이 1차 방어선이 될 수 있지만, 이탈 시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가 조정폭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제공된 수급 데이터 기준 11월 21~28일 사이 외국인은 약 8만6000주, 기관은 6만3000주 순매도했다. 특히 11월 27일에는 외국인이 약 7만6000주를 순매도한 반면 기관은 1만1000주를 순매수하는 등, L-SAM 수주 발표 전후로도 수급이 엇갈렸다. 해당 구간에서 주가는 86만~87만 원대에서 81만 원대로 내려왔고, 외국인 매도 전환 시 약세, 기관 매수 유입 시 단기 반등이 반복되는 패턴이 관찰됐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호재성 뉴스가 차익 실현 계기로 활용되고 있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업종 내 비교에서는 규모와 수익성 측면에서 최상단, 밸류에이션은 중간 수준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방산 동종 업종인 한국항공우주,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엠앤씨솔루션 등과 비교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이날 등락률 -4.46퍼센트는 업종 전반 조정세 속에서도 낙폭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시가총액은 약 42조 원으로 한국항공우주 10조 원대, 한화시스템·LIG넥스원 8조 원대 등을 크게 웃돌며 방산 대형주 가운데 최상위에 있다. 상장주식수는 약 5156만주,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는 12위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NAVER 등 대표 대형주 바로 아래에서 방산·우주 섹터를 대표하는 종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재무지표를 보면 성장성과 수익성이 동시에 상단 구간에 위치한다는 분석이다. 추정치 기준 연간 매출액은 2022년 7조 원대에서 2023년 7조8000억 원대, 2024년 11조 원대, 2025년 26조 원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제시돼 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000억 원대에서 6000억 원대를 거쳐 올해 1조7000억 원대, 내년 3조 원대 중반까지 증가하는 그림이다. 영업이익률은 2022년 5퍼센트대에서 2024년 15퍼센트대까지 개선된 것으로 추정되며, 자기자본이익률은 6.8퍼센트에서 50퍼센트 이상으로 뛰어오른 수치가 제시된다. 업계에서는 방산·엔진 사업 동반 성장과 규모의 경제 효과가 수익성 개선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본다.

 

밸류에이션은 높지만 동종 업계 대비 과도하다고 보긴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동종 업종 주가수익비율을 비교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약 14배 후반 수준이며, 한국항공우주는 70배대, LIG넥스원·엠앤씨솔루션은 20배대 중후반으로 제시된다. 주가순자산비율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약 1.3배로, LIG넥스원 5배, 엠앤씨솔루션 4배대보다 낮은 편이다. 배당수익률은 0.42퍼센트로 높지 않지만, 고성장 국면에서 재투자를 우선시하는 전략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증권사 컨센서스는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133만4000원대로 제시되며 현재가 대비 60퍼센트 이상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았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이미 높은 ROE와 이익률이 향후 회귀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격차를 단순 저평가로 해석하긴 어렵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실적 모멘텀 역시 주가를 지지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3분기 매출은 6조 원대 중반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40퍼센트 증가했고, 순이익도 4000억 원대 중후반으로 50퍼센트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방산과 엔진 사업부문이 동시에 호조를 보이면서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맞물린 결과다. 시장에서는 “실적이 밸류에이션을 방어해준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방산·우주 대형 이슈가 나올 때마다 단기 변동성은 확대되더라도 중장기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 분위기다.

 

방산 부문에서는 L-SAM 양산 계약이 대표적인 성장 스토리로 떠올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위사업청과 7054억 원 규모의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 양산 계약을 체결해 2030년까지 대탄도탄 요격 유도탄과 발사대 등을 순차 공급할 예정이다. L-SAM은 천궁-II, 패트리엇과 더불어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의 상층 요격을 담당하는 체계로, 추력 편향 제어와 이중펄스 추진기관 등 고난도 기술이 적용돼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을 일회성 수주가 아닌, 향후 L-SAM-II 등 후속 체계와 해외 수출로 이어질 수 있는 장기 성장 출발점으로 평가한다. 다만 계약 기대감이 주가에 상당 부분 선반영된 상황에서 실제 발표는 차익 실현 트리거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병행된다.

 

우주항공 분야에서는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이 핵심 이벤트로 꼽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은 뒤 체계종합기업으로서 제작·조립을 사실상 총괄했다. 민간 주도로 이뤄진 이번 발사에서 누리호는 13기 위성을 목표 궤도에 정확히 투입하며 발사체 신뢰성을 재입증했다. 시장에서는 정부·연구기관 중심에서 민간·산업계 중심으로 우주개발 패러다임이 이동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 개막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해석하고 있다. 발사 직후 우주항공 관련 종목들이 장 초반 강세를 보였지만, 누리호·차세대 발사체 수주 기대가 이미 주가에 반영된 만큼 장 마감으로 갈수록 차익 매물이 나오며 변동성이 확대된 점도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대목이다.

 

지상체 수출 모멘텀도 중장기 성장성을 뒷받침한다. 회사는 내년 1분기부터 이집트에 약 2조 원 규모로 알려진 K9 자주포 패키지를 본격 인도할 계획이다. K9 자주포는 국산 엔진을 탑재해 1만km 내구 테스트를 통과하는 등 극한 환경에서 성능을 검증받았고, 에스토니아를 비롯한 기존 고객들의 추가 도입이 이어지며 레퍼런스 효과가 커지는 양상이다. 이집트 방산 전시회에서는 K9뿐 아니라 다연장 로켓 천무, L-SAM 등 장거리 지대공 무기까지 함께 선보여, 자주포·로켓·미사일 방어체계를 묶은 K-방산 패키지 전략으로 중동·아프리카 국방 현대화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글로벌 사업 확대와 조직 재편도 장기 로드맵 측면에서 동력으로 거론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 무인기 기업 GA-ASI와 단거리 이착륙 무인기 그레이이글 개발·생산 협력에 나서는 등 무인체계 분야 협업을 넓히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는 방산·조선·우주·에너지 투자의 주요 거점을 미국과 유럽 등으로 나누는 글로벌 플랫폼 구축 전략을 추진 중이다. 외부 컨설팅·물류·항공 등 다양한 업종 출신 인재 영입도 활발해 체계통합과 사업개발 역량을 보완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유상증자, 대규모 설비·연구개발 투자, 해외 법인 설립에 따른 재무 레버리지·주당 가치 희석 우려가 단기 부담요인으로 거론되며, 일부 투자자들이 고점 인근에서 차익 실현과 포트폴리오 조정을 택하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테마 관점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방산, 우주항공, 미사일 방어, 무인기 등 여러 스토리가 겹친 복합 테마 대표주로 분류된다. K9 자주포·장갑차·천무를 앞세운 지상 방산 수출주이자, L-SAM·천궁-II 기반 미사일 방어체계 관련주, 누리호와 차세대 발사체, 정찰·SAR 위성을 아우르는 우주항공·위성 테마 핵심주라는 인식이 시장에 자리 잡았다. 여기에 무인기·드론 협력 기대가 더해지면서, 향후 주가 방향은 이들 테마가 얼마나 빠르게 추가 수주와 실적 개선으로 연결되는지, 그리고 이미 반영된 프리미엄이 실제 이익 성장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 여부에 좌우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동일 업종 내 상대 평가에서는 수익성과 규모 측면 우위와 함께 밸류에이션·수급 부담이 동시에 드러난다. 매출·영업이익·ROE·순이익 등 대부분 지표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항공우주,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엠앤씨솔루션을 상회하거나 상단에 위치한다. 반면 시가총액이 40조 원을 넘어서는 초대형주로 성장하면서, 추가적인 멀티플 상향에는 외국인 수급 개선과 대형 해외 수출 계약 성사 등 새로운 촉매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부에서는 “지금 수준의 PER과 PBR은 과거 대비 재평가를 상당 부분 마친 가격”이라며, 변동성 관리와 수급 개선이 동반돼야 재차 레벨업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망과 투자 전략 측면에서 단기 1개월 구간에서는 기술적 지지·저항과 수급 전환 조건이 핵심 변수로 거론된다. 보수적 시나리오에서는 80만 원선이 이탈할 경우 연고점 대비 조정 폭이 더 커지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외국인 매도가 진정되고 방산·우주 대형 수주나 추가 발사체 이슈가 겹칠 경우 90만~100만 원대 재진입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된다. 중기 6개월 관점에서는 L-SAM 납품 일정, 누리호 후속 발사, 이집트·유럽 추가 수출 계약 등 이벤트의 실체화 여부와 함께, 글로벌 경기와 각국 국방예산, 환율 흐름이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방산·우주·무인기 테마 특성상 정부 정책과 예산, 지정학적 리스크, 수출 규제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수주 일정과 마진 구조가 크게 바뀔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규모 투자와 해외 확장에 따른 재무 레버리지 확대, 유상증자 가능성, 이미 높아진 밸류에이션 국면에서의 추가 변동성도 유의해야 할 요소로 제시된다. 단기적으로는 대형 호재 발표 직후 차익 실현 매물이 집중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실제 수주·이익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밸류에이션 조정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정책 방향과 글로벌 방산 수요, 환율 및 금리 등 주요 지표 흐름이 주가를 좌우할 전망이다.

오승현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lsam#누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