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유재산 처분 상임위 의무 보고 법안 통과…국회, 자산 매각 견제 장치 강화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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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유재산 처분을 둘러싼 논란과 재정 통제 요구가 다시 맞부딪쳤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국유재산 매각 과정에서 국회의 관여 범위를 넓히는 한편, 조달 행정 감시와 정책성 채권 발행을 둘러싼 정부 권한에도 새 기준을 부여하면서 재정·조달 분야에서 여야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4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 국유재산을 처분한 경우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처분 사실과 사유를 지체 없이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유재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향후 본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되면 행정부의 국유재산 매각 과정에 대한 입법부의 사후 통제 장치로 작동하게 된다.

국유재산법 개정안은 국유재산 처분 규모 기준을 대통령령에 위임하되, 그 기준 이상 자산을 처분할 때에는 관련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국회는 처분 사유와 절차, 매각 가격의 적정성을 점검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올해 국정감사 과정에서 불거진 윤석열 정부의 국유재산 헐값 매각 논란이 입법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 자산 매각 전면 중단을 지시하며 국유재산 운용의 투명성 강화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행정부 재량으로 진행돼 온 자산 매각에 국회의 사후 보고 의무를 부과해 견제 장치를 보강한 셈이다.

 

이날 기획재정위원회는 조달 행정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법안도 처리했다. 조달청장이 불공정 조달 행위로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직권으로 자료 제출을 요구하거나 직접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조달청장은 수요기관의 부당한 행위 등에 대한 신고가 접수될 경우 해당 수요기관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더불어 조달청장의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조사를 거부·방해·기피하는 경우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규정도 담겼다. 조달 과정에서 불공정 행위를 제어할 수 있는 행정적·재정적 수단을 동시에 강화한 셈이다.

 

한편 기획재정위원회는 내년 발행 예정인 정책성 채권 3종에 대한 국가보증동의안도 정부안대로 의결했다. 대상은 한국장학재단채권, 공급망안정화기금채권, 첨단전략산업기금채권으로, 모두 정부가 원리금 상환을 보증하는 구조다.

 

보증 한도액은 한국장학재단채권 2조9천억원, 공급망안정화기금채권 10조원, 첨단전략산업기금채권 15조원으로 책정됐다. 교육재정 지원과 공급망 안정, 첨단 전략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한 대규모 재정 지원 수단이 확정 단계에 진입한 셈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유재산 처분 보고 의무화와 조달청 직권조사 확대가 행정부의 자산·조달 정책에 대한 국회의 통제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해질 국유재산 처분 기준과 조달 조사 권한 행사 범위를 둘러싸고 실무 단계에서 정부와 국회 간 세부 조율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날 기획재정위원회는 관련 법안과 동의안을 처리하며 재정·조달 분야 제도 개선의 골격을 마련했다. 향후 국회 본회의가 관련 법안을 최종 의결하면, 정부는 세부 시행령과 집행 기준을 정비하고 국유재산 관리와 조달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후속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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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기획재정위원회#국유재산법개정안#조달사업법개정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