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특별재판부·법왜곡죄는 내란몰이 악법”…국민의힘, 필리버스터 총력 저지 예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신설을 둘러싸고 여야가 정면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관련 법안들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은 본회의 상정 시 필리버스터로 맞서겠다고 예고해 정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4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법왜곡죄 신설 형법 개정안에 대해 본회의 필리버스터 착수를 공식화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내란재판부 설치법, 법왜곡죄 신설을 담은 형법 개정안 등은 민주당의 내란몰이와 직결된 법안으로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며 “해당 법안들이 9일로 예상되는 본회의에 올라올 경우 필리버스터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동시에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예고했다. 국회법 개정안은 필리버스터 진행 중 재석 의원이 60명 이상이 되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이 무제한 토론을 중단시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유령 필리버스터 차단을 이유로 해당 개정안을 최우선 처리 대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은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돼 필리버스터 요건이 강화되더라도 실질적인 저지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의원 60명이 필요하다면 의원 60명이 본회의장을 지키면 된다”며 “당의 명운을 흔드는 악법을 그런 결기도 없이 막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강화된 요건에 맞춰 장시간 본회의장을 사수하며 필리버스터에 나서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이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신설의 위헌성을 부각하기 위한 긴급 세미나도 개최했다. 당 지도부와 법사위원들이 대거 참석해 민주당을 겨냥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장동혁 대표는 세미나 발언에서 “내란특별재판부는 정권 입맛에 맞는 법관을 임명해 특별재판부를 일상화하겠다는 선언”이라며 “특별재판부는 이재명 정권 5년 내내 지속될 것이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한민국 사법체계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란 사건 전담재판부가 특정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활용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사법부 독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취지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내란전담재판부를 두고 “100% 위헌”이라고 규정했다. 송 원내대표는 “그동안 이재명 정권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리돌림하고 권력에 서열이 있다는 식으로 삼권분립을 짓밟는 것을 목도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는 100% 위헌이다. 헌법파괴 폭주에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사법부 인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내란전담재판부 논쟁과 맞물리며 여야 대치가 더욱 격화되는 모양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나경원 의원은 내란 관련 수사와 영장 심사 과정을 언급하며 민주당을 겨냥했다. 나 의원은 “내란몰이 공포정치의 모래성은 어제 추경호 전 원내대표 구속영장 기각으로 무너졌다”며 “그럼에도 저들은 입법을 수단으로 공포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국산 제품에 태그갈이를 한다고 한국산 안 된다. 위헌은 뭐라고 해도 위헌”이라고도 말해 내란전담재판부와 법왜곡죄 도입을 헌법 위반 입법으로 규정했다.
같은 법사위원인 신동욱 의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 법왜곡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등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공격했다. 신 의원은 “내란전담재판부·법왜곡죄·공수처법 개정안은 판사에 대한 협박이 핵심”이라며 “정부가 원하는 재판 결과를 내기 위해 마지막으로 거쳐야 하는 곳이 사법부이기에 판사를 협박해 그들이 원하는 재판만 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법부를 압박해 정권 친화적 판결을 이끌어내려는 시도라는 해석을 내놓은 셈이다.
신 의원은 전날 법제사법위원회 표결 상황도 언급했다. 그는 “어제 법사위에서 저희 수가 부족해 끝내 민주당 폭주를 막지 못했지만 앞으로 본회의가 있고, 본회의를 통과해도 국민적 저항이 필요하다”며 “민주당이 원하는 판결만 하는 나라, 민주당이 재판하는 나라를 국민 여러분이 꼭 막아달라고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법사위 단계에서는 수적 열세로 저지에 실패했지만, 본회의 필리버스터와 여론전을 앞세워 저지전을 이어가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여당의 격렬한 반발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법왜곡죄 신설 법안은 향후 본회의 심의 과정에서 거센 공방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혐의 사건의 공정한 재판과 가짜뉴스·허위 법률정보 유포 차단을 위한 장치라고 강조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정권 보복과 정치 탄압 수단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국민의힘이 국회법 개정안까지 포함해 필리버스터 총동원을 예고하면서, 정기국회 후반부 일정도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국회 본회의는 이달 9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법왜곡죄 신설 형법 개정안, 국회법 개정안 상정을 둘러싸고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정치권은 사법제도와 국회 운영을 둘러싼 충돌을 계기로 정국이 장기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을 두고 긴장하고 있다.
